[Day 141] 다섯 자의 지도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41 · Book 1 「별이 모이다」

세 번째 걸음의 이튿날 아침, 공명(孔明)이 유비(劉備) 앞에 다섯 자(尺)의 종이 지도를 폈다.
지도는 어제 오전 마당의 흙 위에 그었던 세 가닥의 선과 같은 구도였다. 다만 종이 위에서는 세 가닥이 세 덩이의 분명한 경계로 나타나 있었다. 첫 덩이는 북쪽의 중원(中原). 조조(曹操)의 이름이 그 가운데에 단정하게 적혀 있었다. 둘째 덩이는 동남쪽의 강동(江東). 손권(孫權)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셋째 덩이는 서남쪽의 형주(荊州)와 익주(益州) 두 주(州)였다. 그 덩이의 가운데에, 오늘 아침 처음으로 이름이 적혔다.
劉 (유).
공명이 붓으로 그 한 글자를 적고, 붓을 내려놓았다.
"황숙. 오늘 이 지도 위의 세 덩이가 — 앞으로 이십 년 동안의 천하의 세 덩이이옵니다. 북쪽의 조조는 이미 단단하옵니다. 동남쪽의 손권은 아직 젊으시나 주유(周瑜)가 곁에 있어 곧 단단해지실 것이옵니다. 남은 덩이는 서남쪽의 형주와 익주이옵니다. 이 두 주가 황숙의 자리이옵니다."
유비는 한참을 지도 위의 그 한 글자 劉를 바라보았다. 글자 아래에 형주와 익주의 두 경계가 희미하게 그어져 있었다. 유비의 오늘까지의 이름은 평원(平原)·서주(徐州)·소패(小沛)·여남(汝南)·신야(新野)의 다섯 점에 각기 내려앉았다가 다시 들려지기를 되풀이한 이름이었다. 오늘 아침 처음으로 그 이름이 지도의 한 덩이 위에 단정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선생. 서남쪽의 형주는 지금 유표(劉表)의 자리이옵니다. 익주는 유장(劉璋)의 자리이옵니다. 두 사람 모두 유(劉)씨이옵니다. 어찌 제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사옵니까."
공명이 부채를 가볍게 펼쳤다.
"황숙. 유표의 자리는 내년 가을을 넘기지 못하옵니다. 그의 병세가 이미 깊사옵니다. 내년 가을 유표가 세상을 떠나시면, 그 자리의 계승자는 두 아들 사이에서 흔들릴 것이옵니다. 그 흔들림 안쪽에서, 황숙의 세 걸음이 그 자리 위로 옮겨가실 수 있사옵니다."
"익주의 유장은."
"유장의 자리는 내년 가을 이후부터 앞으로 여섯 해 안에 황숙의 자리로 옮겨 가시옵니다. 여섯 해라는 시간은, 황숙의 세 걸음의 박자로 맞추시면 길지 아니하옵니다."
유비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스무 해를 옮겨 다닌 사내의 이름이, 오늘 아침 지도 위에 두 자리를 자기 몫으로 받아 두고 있었다. 형주와 익주. 두 덩이가 한 이름의 두 다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공명이 부채로 지도의 북쪽, 조조의 이름 위를 가볍게 스쳤다.
"황숙. 북쪽의 조조를 한 번에 치려는 결의는 — 오늘 아침에 내려 두지 마시옵소서. 조조를 치는 일은 황숙의 두 다리(형주와 익주)가 지도 위에 단단히 심어지신 뒤의 일이옵니다. 그 전에 조조가 남쪽으로 내려오시거든, 황숙께서는 남쪽 손권과 손을 잡으시옵소서. 혼자의 힘으로 조조를 막지 마시고, 두 사람의 손으로 막으시옵소서."
"손권과 손을."
"예. 올해 가을이 그 손을 잡으실 때이옵니다. 조조의 남정(南征)이 올해 가을에 시작되옵니다."
유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올해 가을이요."
"예. 어제 사내의 열 걸음의 뜰 안쪽에서 들은 바람이, 이미 북쪽에서 남쪽으로 기울고 있었사옵니다. 올해 가을의 바람이 조조의 깃발을 남쪽으로 미시옵니다. 그 바람이 적벽(赤壁)의 자락에 닿으실 때, 황숙과 손권의 두 손이 그 자리에 함께 있어 주셔야 하옵니다."
적벽. 그 두 글자가 오늘 아침 공명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Book 5 Day 125의 조조의 열 장의 쪽지 중 아홉 번째 쪽지의 제목이 바로 그 두 글자였다. 조조의 승상부 벽 위의 아홉 번째 쪽지와, 와룡강 마당의 다섯 자의 지도가 — 팔백 리 떨어진 두 자리에서 — 같은 두 글자를 이 봄의 아침에 함께 품고 있었다.
유비는 몰랐다. 공명도 몰랐다. 다만 두 사람 앞의 다섯 자의 지도 위의 적벽의 자리가, 오늘 아침부터 두 제국의 두 사내의 두 벽 위에서 같은 무게로 앉아 있었다. 세상의 한 결이 — 같은 자리에 모아지고 있었다.
공명이 붓을 다시 잡았다. 지도의 북쪽과 남쪽 사이의 강 자락에, 작은 두 글자를 새로 적었다.
赤壁.
유비가 그 두 글자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손가락 아래의 종이 위에, 어제 오후 마당의 흙 한 줌이 — 손바닥을 통해 — 다시 조금 묻었다.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스무 해를 다섯 마당 위에 떠돌던 사내의 이름이, 지도 위에 단 한 번 단정하게 내려앉는 아침이 있사옵니다. 그 아침의 이름은, 다섯 번의 마당의 이름의 합보다 — 한 글자 더 단단합니다. 오늘 당신의 이름이 지도 위에 단정하게 내려앉을 자리를, 혹시 곁의 한 사람이 먼저 비워 두신 적이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그 자리에 오늘, 두 손으로 내려앉아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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