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거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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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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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거친 목소리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2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2 헤더 일러스트

하루가 지난 뒤의 오후, 누상리(樓桑里) 장터 모퉁이에 장(榜) 하나가 걸렸다. 관아의 고시였다. 황건(黃巾)의 무리가 이웃 세 군을 무너뜨렸으니, 의병을 모집한다는 문구였다. 유비가 그 판 앞에 서 있었다.

판 가운데의 글자가 그의 두 눈 안쪽으로 들어왔다. 길게 한 호흡이 그의 입술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 호흡이 조금 길었다. 스물여덟 해 안쪽의 씨가 길어진 호흡의 자세로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한 사람이 그 호흡의 뒤쪽에 와 서 있었다. 뒤돌아본 유비의 눈 앞에,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키가 유비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다. 어깨가 우람하였고, 두 팔뚝이 짚신 장수의 두 팔뚝을 합친 만큼 굵었다. 머리통이 표범처럼 둥글었고, 두 눈이 부리부리하였다. 턱은 제비처럼 살짝 안으로 굽었고, 수염이 호랑이의 수염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목소리가 먼저 한 마디를 꺼냈다. 우레 같은 거친 결이었다.

"…형씨. 놀라게 해 드렸다면 용서하시오."

거친 목소리의 한가운데에, 조용히 접혀 들어간 부드러움의 결이 있었다. 스스로의 거친 결을 스스로 낮출 줄 아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종류의 부드러움이었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소. 이름은 장(張), 자는 익덕(翼德). 세상 사람들은 그냥 장비(張飛)라 부르오. 집에 작은 전답이 있고, 마을 바깥에 작은 장원이 있소. 낮에는 소를 잡고, 저녁에는 술을 파오. 소 값 앞에서 사람을 속여 본 일이 없고, 술 한 되의 양을 줄여 본 일이 없소."

호흡을 한 번 쉰 뒤, 장비의 수염이 조용히 흔들렸다.

"오늘 관아 앞을 지나다가, 사내 하나가 판 앞에서 길게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소. 그 호흡이 — 형씨, 너무 길었소. 그래서 내 발이 먼저 멈추었소. 그 한숨의 자리에 이상하게도 내 한숨이 먼저 올라올 뻔하였소."

삼국지 365 Day 2 중간 일러스트

유비가 장비의 입술을 한참 바라보았다. 거친 입이었다. 다만 그 입은 — 거짓말을 해 본 일이 없는 사람의 입이었다. 이 사내는 오래 살아도 끝내 거짓말을 배우지 못할 사람이라고, 유비가 그 짧은 순간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호흡의 길이 앞에 발을 멈추어 준 사람이 스물여덟 해 만에 처음이었다.

"…나는 유비(劉備)라 하오. 자는 현덕(玄德). 황실의 먼 후손이라는 말이 있으나, 오늘 내 손에 들려 나온 것은 팔리지 못한 짚신 두 켤레뿐이오."

장비의 두 눈 안쪽이 다시 젖었다. 슬픔의 결이 아니었다. 오래 혼자 있던 사람이 같은 부류의 사람을 한 번에 알아볼 때, 그 두 눈 안쪽에서 조용히 올라오는 빛에 가까운 결이었다.

"형씨가 한숨을 쉰 까닭은 무엇이오?"

"황건의 무리가 이미 이웃 세 군을 무너뜨렸다 하오. 나도 싸우고 싶소. 백성을 구하고 싶소. 다만 — 내게 힘이 없소. 이름이 없소. 사람이 없소. 칼도 없소."

장비가 한동안 말을 아니 꺼냈다. 수염의 끝이 오후의 바람에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멈춘 뒤, 장비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형씨. 내 집에 약간의 재물이 있소. 장정도 모을 수 있소. — 나와 같이, 큰일을 한 번 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유비가 호흡을 쉬지 못하였다. 스물여덟 해의 안쪽에서 이름 없이 자라던 그 한 문장이, 오늘 처음으로 — 자기 이름을 묻지 아니한 사람의 입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 조용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내가 한 몫을, 진실로 할 수 있을까."

"형씨가 앞에 서 주시오. 나는 뒤에서 소를 잡고 술을 나르겠소. 사람은 형씨 같은 이의 앞쪽에 모이는 법이오. 나 같은 놈의 앞쪽에는 소 값을 깎는 사람만 모이오."

Book 1의 두 번째 오후가 누상리 장터 모퉁이의 판 앞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거친 목소리의 안쪽에 조용히 접힌 부드러움이, 길어진 호흡의 앞쪽에 건너와 있었다. 두 사람이 아직 형제의 자세는 아니되, 한숨의 자리가 두 사람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聽嘆(청탄, 한숨을 들어 준 자리) 두 글자가, 오늘 오후 조용히 한 결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삼국지 365 Day 2 마무리 일러스트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거친 목소리의 한가운데에 조용히 접힌 부드러움이 있지요. 자기의 거친 결을 스스로 낮출 줄 아는 사람의 목소리의 결이옵니다. 오늘 오후 당신의 걸음 뒤쪽에도, 길어진 호흡의 자세 앞쪽에 발을 멈추어 주는 사람의 거친 목소리가 혹시 있으신지요. 그 멈춤의 결을 한 결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3: 가슴까지 내려온 수염

"두 사람의 모임의 자리에 또 한 사람이 건너오고 있었다.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망명의 걸음의 끝이, 푸줏간 술자리 앞쪽에 도달하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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