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4] 다리 위에 선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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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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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54] 다리 위에 선 거인

6월 · 바람을 기다리는 법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54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54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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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저녁, 장판(長坂)의 북쪽에 다리가 하나 있었다. 이름은 장판교(長坂橋). 긴 언덕 북쪽의 내(川)를 건너는 나무 다리였다. 폭은 좁았다. 말 두 필이 나란히 건너기에는 좁고, 한 필이 지나가기에는 넉넉한 폭이었다.

그 다리의 한가운데에, 장비(張飛)가 홀로 말을 세우고 있었다. 유비(劉備) 본진은 이미 다리 남쪽 건너편의 숲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다리의 북쪽 끝에서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북쪽 지평선에서, 조조(曹操)의 선봉 이천 기의 먼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장비는 이천 기를 혼자 막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천 기를 창 하나로 막는 일은 어려웠다. 장비는 한 가지 꾀를 썼다.

다리 동쪽의 숲 안쪽에, 장비의 기병 스물이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말 꼬리에 나뭇가지 한 묶음씩을 매어 두었다. 말이 숲 안쪽에서 움직일 때마다, 나뭇가지가 흙을 쓸어 먼지를 피워 올렸다. 스물의 말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숲 안쪽에서 수백 기의 복병이 움직이는 것처럼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 먼지가 다리 동쪽 숲의 결로 하늘 쪽으로 느리게 올라가고 있었다.

장비의 머리 위에는 어스름이 내려 있었다. 달은 아직 뜨지 아니하였다. 다만 서쪽 하늘 한 쪽에 아직 남아 있는 붉은 빛이, 장비의 검은 수염 위를 비추었다. 수염이 크게 펄럭였다. 저녁 바람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었다. 수염의 결이 남쪽으로 눕고 있었다.

장비의 팔사모(八蛇矛)가 그의 오른손 끝에서 세워졌다. 여덟 뱀 모양의 날이 어스름 속에서 크게 번뜩였다. 팔사모는 장비 키의 한 배 반 길이였다. 그 창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직립해 있었다.

북쪽 지평선의 먼지가 이제 다리 북쪽 끝에 닿았다. 조조 선봉 이천 기의 앞머리였다. 선봉 한가운데에는 하후돈(夏侯惇)과 조인(曹仁)의 깃발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이천 기의 말발굽 소리가 다리 북쪽 끝의 땅을 울렸다.

하후돈이 말을 세웠다. 조인이 그 옆에서 말을 세웠다. 이천 기의 앞머리가 일시에 멈추었다.

삼국지 365 Day 154 중간 일러스트

하후돈의 두 눈이 장비를 바라보았다. 다리 한가운데에 거인이 창 하나를 세우고 말 위에 혼자 서 있었다. 다리 뒤쪽에는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다리 동쪽의 숲 안쪽에서, 먼지가 수백 기 복병의 움직임처럼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인이 하후돈의 옆에서 한 마디를 했다.

"형님. 저자가 혼자 다리를 막고 있는 것은, 반드시 뒤에 계(計)가 있기 때문이오. 숲 안쪽의 먼지를 보시오. 복병의 기색이 뚜렷하오."

하후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먼지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이천 기의 앞머리는 이 자리에서 멈추어야 했다. 다리 한가운데의 거인을 먼저 지나야 하였으나, 그 거인의 뒤에 수백 기의 복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이천의 호흡을 일시에 멈추게 하였다.

장비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아직 한 마디도 내지 아니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 열리지 아니하였다. 다만 그의 팔사모가 어스름 속에서 다시 번뜩였다. 창 끝이 북쪽의 하후돈·조인을 향하여 기울기를 조정했다.

이천 기의 말발굽이 북쪽 끝에서 조용해졌다. 장비의 말 앞발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가볍게 땅을 긁었다. 그 긁음이 다리의 나무판을 조용히 울렸다.

저녁 바람이 장비의 어깨 위를 북에서 남으로 지나갔다. 그 바람이 다리 남쪽 끝 유비 본진의 언덕 방향으로 흘러갔다.

다리 한가운데에 거인이 혼자 서 있었다. 그 한 사람이, 이천 기의 걸음을 다리 북쪽 끝에서 멈추어 두었다. 저녁은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아니하였다.

장비의 목소리는, 내일의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열릴 것이었다. 오늘 저녁 다리 위에서는, 거인과 창과 한 필의 말이, 이천 기의 걸음 앞에서 먼저 완전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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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54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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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다리의 한가운데에 한 사람이 혼자 서는 일이, 한 생에 한 번 있지요. 뒤에는 아무도 없고, 앞에는 수천의 걸음이 다가오는데, 그 한 사람의 창과 말이 그 수천의 걸음을 일시에 멈추어 두는 저녁이 있사옵니다. 그 멈춤은 소리가 아직 나오기 전의 멈춤이옵니다. 오늘 저녁 당신의 다리 위에도, 소리가 열리기 전의 한 결 하나가 혹시 있으신지요. 그 결을 조용히 세워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155: 세 번의 고함

"다리 위의 거인이 이제 호흡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고는 그의 목소리가 열렸다. '我乃張翼德也! 誰敢與我決死戰!' 그 고함이 이천 기의 가운데 호흡을 크게 흐트러뜨렸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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