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7] 버리고 가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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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인천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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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47] 버리고 가는 불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47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47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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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의 밤, 신야(新野)의 이만 사천 백성이 마지막으로 남쪽 강을 건넜다.

마지막 사람이 강 건너편 기슭에 발을 디딘 그 시각, 신야 관아 서쪽 방의 등잔불이 크게 흔들렸다. 공명(孔明)이 그 등잔불 옆에 짧은 쪽지 한 장을 두고 일어섰다. 쪽지의 글은 석 자였다.

放火去.

불 놓고 떠나라.

유비(劉備)가 신야 남문에서 그 쪽지를 받아 들었다. 손 안쪽에서 쪽지의 먹이 아직 마르지 아니하였다. 옆에 공명이 서 있었다. 공명의 손에 어제 오후의 가벼운 짐 한 자락과, 어제 저녁 차 한 잔의 찻잔 조각이 들려 있었다. 두 소품이 앞으로 긴 길의 유일한 소품이었다.

"선생. 놓을까요."

공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숙. 이 불은, 버리고 가는 불이옵니다. 붙이시면 일곱 해의 자리가 불타게 되옵니다. 다만 그 불의 뜻은 — 앞으로 이십 년의 어느 봄 아침에 이 자리가 다시 황숙의 이름 아래로 돌아올 때, 그 봄의 첫 불의 기원이 되옵니다. 버리고 가는 불이, 돌아올 때 첫 불의 원점이옵니다."

유비가 두 손을 모아 쪽지를 높이 들었다. 쪽지가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그러고는 유비의 오른손이 횃불 하나를 들어, 관아 서쪽 방 벽의 지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지도 아래의 빈 방석은 이미 비어 있었다. 공명은 이미 일어선 상태였다. 지도 위에 다섯 자(尺) 종이의 세 덩이 세 색깔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 북쪽의 조조(曹操)의 검은 점. 동남쪽의 손권(孫權)의 청회색 점. 서남쪽의 유비 본인의 황토빛 점.

유비가 횃불을 지도의 귀퉁이에 가져다 대었다. 귀퉁이에서 불이 붙었다. 불은 천천히 종이의 중심 쪽으로 번졌다. 세 덩이의 세 색깔이 각기 불의 혀에 삼켜졌다.

북쪽의 검은 점이 먼저 탔다. 다음에 동남쪽의 청회색 점이 탔다. 마지막으로 서남쪽의 황토빛 점이 — 가장 천천히 — 탔다. 황토빛 점이 타기 직전에, 유비가 횃불을 벽에서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황토빛 점이 완전히 타 버리기 전에, 유비는 짧게 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두 눈을 다시 떴을 때, 황토빛 점이 마지막으로 연기가 되어 천장 쪽으로 올라갔다. 지도는 이제 한 장의 재가 되어 있었다. 오늘 오후 비운 성 안쪽의 마지막 이름의 자리도 — 함께 재가 되었다.

삼국지 365 Day 147 중간 일러스트

유비가 등잔불을 마지막으로 들어, 관아 서쪽 방 북쪽 장막 위에 가져다 댔다. 장막에 불이 붙었다. 장막의 불이 천장의 나무 대들보로 번졌다. 관아 서쪽 방이 불길로 올라섰다.

세 사람이 — 유비·공명과 문 밖의 장비(張飛) — 관아의 남문을 지나 성 바깥으로 나왔다. 성벽 위에 유비의 깃발이 아직 세워져 있었다. 깃발은 불에 타지 아니하고 그대로 있었다. 조조(曹操)의 대군이 내일 저녁 이 성 앞에 도착할 때, 그 깃발이 그들을 하룻밤 성 아래에 머무르게 할 것이었다.

성문 바깥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신야 관아 안쪽에서 불의 첫 자락이 이미 지붕의 기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기와 한 장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일곱 해의 마지막 소리였다.

남쪽 길 위에서 관우(關羽)가 기다리고 있었다. 강을 건넌 이만 사천의 마지막 조의 끝에서, 그가 말의 고삐를 잡고 서 있었다. 유비·공명·장비가 관우 앞에 닿았을 때, 관우는 말이 없었다. 다만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북쪽을 돌아보았다.

신야의 성 위의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붉음은 해의 붉음이 아니라 불의 붉음이었다. 관우의 긴 수염 위에 그 붉음이 얇게 내려앉았다.

"형님. 이 불이, 앞으로 이십 년의 첫 불이옵니까."

"운장. 이 불은, 일곱 해의 마지막 불이자, 이십 년의 첫 불이다. 두 박자가 한 불 안쪽에 겹쳐져 있어."

공명이 옆에서 고개를 숙였다. 네 사람의 네 시선이 신야 북쪽 하늘의 붉음 위에 겹쳐졌다. 겹쳐진 그 시선이, 앞으로 이십 년의 첫 눈이 되었다.

남쪽 길의 끝에서, 이만 사천의 백성이 이미 남쪽 강 건너편 기슭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유비 일행이 강을 건너갔을 때, 기슭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어섰다. 이만 사천의 눈이 유비 한 사람을 향했다. 유비의 일곱 해의 마당이 사흘 전에는 이만 사천과 한 뜰이었고, 오늘 밤부터는 이만 사천과 한 길이었다.

뒤의 신야의 불이 아직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앞의 남쪽 길이 어둠 안쪽으로 뻗어 있었다. 두 방향의 두 빛이, 유비의 두 뺨 위에 조용히 교대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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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47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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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버리고 가는 불이, 돌아올 때 첫 불의 원점이 되는 저녁이 있사옵니다. 비움의 마지막 동작이 — 돌아옴의 첫 동작과 한 불 안쪽에서 겹쳐질 때, 오늘 저녁의 불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긴 시작의 시작이옵니다. 오늘 당신 곁에도, 한 자리를 비우며 불을 남겨 두시는 저녁이 혹시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그 불의 두 박자를 한 불 안쪽에 함께 두시옵소서.

📅 내일 Day 148: 강을 건너는 자

"이만 사천의 백성이 강을 건넌 그 사흘 동안의 마지막 날 새벽, 유비가 강의 남쪽 기슭 얕은 물가에서 말에서 내렸다. 말의 네 발이 흙탕 안쪽으로 빠져 들어갔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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