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 서량에서 온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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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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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 서량에서 온 발자국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1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1 헤더 일러스트

소제(少帝) 변(辯)과 진류왕(陳留王) 협(協)의 두 어린 황자가 낙양 북쪽 산기슭의 넓은 바위 위에 서로 손을 꼭 잡고 앉아 있었다. 장양(張讓)의 손이 두 아이의 손에서 풀려 나간 뒤였다. 장양 자신은 그 밤 산의 작은 개울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물속에 얼굴을 묻었다. 열 마리의 파리 중 남은 한 마리가 조용히 떨어진 자리였다.

낙양의 밤바람 안에서, 열네 살의 변이 울기 시작했다. 아홉 살의 협은 울지 아니하였다. 다만 형의 손을 더 꼭 쥐었을 뿐이었다.

"형님.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협의 목소리가 작았으되, 아홉 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변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자기 어깨가 불타는 궁궐의 하늘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바로 그때, 산 아래쪽에서 흙 냄새가 올라왔다. 흙 냄새 다음에 가죽 냄새가 왔고, 가죽 다음에 기름 냄새가 왔다. 그 다음은 말(馬) 냄새였다. 한 마리, 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천 마리의 말이 한꺼번에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말의 주인은 서량(西涼) 사람이었다.

그 군대의 앞머리에 선 사람은, 몸집이 크고 어깨가 넓고 눈빛이 탁한 사내였다. 하동태수(河東太守)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실상은 서량 이만의 기병을 주먹 안에 쥐고 있던 사람. 농서(隴西) 임조(臨洮) 출신. 성이 동(董), 이름이 탁(卓), 자가 중영(仲顈). 얼굴이 두꺼웠고 웃음이 드물었다. 웃지 아니하는 대신, 그의 입이 무엇인가를 가볍게 씹고 있는 사람처럼 반씩 움직였다.

동탁이 말을 세웠다. 눈앞의 바위 위에 어린 두 아이가 서로 손을 잡고 앉아 있었다. 동탁의 탁한 눈이 먼저 어린 황제 변을 향하였고, 그 다음에 진류왕 협 쪽으로 건너갔다. 동탁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어린 황제에게 닿았다.

"황상이 황상이시오?"

어린 변이 입을 열려 하였으나 한 마디가 나오지 아니하였다. 입술만 떨렸고, 숨도 떨렸다. 동탁의 눈빛이 그 떨리는 입술 쪽에서 탁하게 가라앉았다. 그 순간, 어린 협이 형보다 먼저 고개를 들어 동탁을 바라보았다.

"이분은 저의 형 한(漢)의 황제이시옵고, 저는 그 아우인 진류왕 협이옵니다. 서량의 어르신께서는 머나먼 길을 오시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을 것이옵니다. 오늘 밤 이 두 아이를 만나 주신 뜻을, 저희 형제가 잊지 아니하겠사옵니다."

아홉 살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한 마디의 문장이 열네 살의 형보다 한 호흡 빨랐다. 동탁의 눈이 협 쪽에 오래 머물렀다.

삼국지 365 Day 11 중간 일러스트

그 밤, 동탁의 서량 기병이 어린 두 아이를 말의 뒤쪽에 태웠다. 두 어린아이가 말의 등 뒤에 앉아 있는 모습을 이만의 기병이 한 번씩 돌아보았다. 어느 말 위에서도 소리가 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그 침묵은 군대의 침묵이 아니라, 이미 한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 버린 사람들의 침묵이었다.

기병의 머리가 낙양의 남쪽 성문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성문에서 오 리 밖에서 동탁이 말고삐를 늦추었다. 불타는 낙양의 서쪽 하늘이 그의 투구에 붉게 비쳤다. 성문의 망루 위에 한 병사가 그 투구의 붉음을 먼저 보았다. 그 병사가 곧바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성문의 문을 천천히 반쯤 열었다. 반쯤의 틈 사이로 이천 마리의 서량 말이 한 번에 지나가기에는 너무 좁은 틈이었다. 그러나 그 틈을 더 넓히라는 명령이 위에서 내려오기 전에, 병사 자신의 손이 먼저 조금 더 문을 밀어냈다.

그 한 번의 밀어냄이 한 나라의 한 해를 여는 문이 될 줄은, 그 손의 주인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서량의 발자국이 한(漢) 도성 낙양의 안쪽으로 오늘 처음 들어오고 있었다.

그 밤이 끝나기 전에, 낙양의 궁궐이 이미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어린 황제 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옆자리에, 오늘 처음 만난 한 사람의 탁한 눈이 같이 따라다니고 있었다. 황제의 그림자가 두 개가 되는 데에, 이상하게도 어떤 선언도 어떤 조서도 필요하지 아니하였다.

Book 1의 열한 번째 밤이 낙양 남쪽 성문의 한 병사의 손 앞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西凉跡(서량적, 서량에서 온 발자국)의 세 글자가, 성문의 반쯤의 틈 사이로 조용히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0의 피의 마당의 자리와 북쪽 들판의 한가운데가, 오늘 도성 안쪽의 새로운 주인의 발자국으로 모이고 있었다.

삼국지 365 Day 11 마무리 일러스트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성문의 문이 반쯤 열린 틈 사이로, 한 나라의 한 해가 조용히 들어오는 밤이 있지요. 문을 더 넓히라는 명령이 위에서 내려오기 전에, 한 병사의 손이 먼저 문을 밀어내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밤 당신의 걸음 앞쪽에도, 명령이 위에서 내려오기 전에 자신의 손이 먼저 열어 버리는 문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밀어냄의 한 결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12: 황제가 두 사람이 된 밤

"동탁이 조정의 한가운데에서 소제 변의 폐위와 진류왕 협의 즉위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한 밤의 자리에서 황제가 두 사람이 되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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