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5] 깃대 아래의 인사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45 · Book 1 「별이 모이다」

박망의 불이 꺼진 사흘 뒤, 공명(孔明)이 신야(新野)의 관아에 처음으로 도착했다.
오후의 해가 막 서쪽으로 기울 무렵이었다. 관아 북문 앞 깃대 아래에, 유비(劉備)·관우(關羽)·장비(張飛) 세 사람이 세 줄로 서 있었다. 세 사람의 옷차림은 장수의 것이 아니었다. 유비는 회색 무명 겉옷, 관우는 짙은 청색 평상복, 장비는 검은 가죽의 가벼운 가슴갑이었다. 오늘 세 사람은 공명을 군인으로 맞지 아니하고, 동료로 맞고 있었다.
공명은 걸어 왔다. 말을 타고 오지 아니하였다. 남양(南陽)의 초당에서 신야까지의 길은 이틀 길이었다. 공명의 발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다. 손에는 어제 갓길에서 꺾은 버드나무 잔가지가 들려 있었다. 가지 끝에 아주 가는 푸른 잎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유비가 먼저 깃대 아래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공명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깊게 예를 올렸다.
"선생. 오늘 신야에 오신 걸음이, 저의 지난 스무 해의 가장 단단한 걸음의 결실이옵니다."
공명이 짧게 웃었다.
"황숙. 이 사내의 걸음은 황숙의 스무 해의 걸음에 대한 대답이옵니다. 다만 — 오늘 이 사내는 황숙의 군사(軍師)로 오는 것이 아니옵니다. 오늘은 황숙의 친구(朋友)로 오는 날이옵니다. 군사의 자리는 내일 아침부터 앉겠사옵니다."
유비의 눈가가 가볍게 떨렸다. 친구라는 한 글자가, 군사라는 두 글자보다 오늘 오후의 유비에게는 더 무거운 자리였다. 공명의 얼굴에는 오늘도 수염이 없었다. 얼굴의 맑음이, 친구로 오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관우가 두 번째로 예를 올렸다.
"공명 선생. 박망 북쪽 갈잎 숲의 두께가 세 자였던 것을 제 눈으로 먼저 확인해 두었던 그 날 이후로, 선생의 쪽지 한 줄이 저의 걸음의 호흡을 이미 잡아 주고 있었사옵니다. 오늘 처음 뵈옵지만, 저는 선생의 호흡을 이미 여러 걸음 걸어 왔사옵니다."
공명이 관우의 눈을 바라보았다. 긴 수염이 서쪽 해의 빛 안쪽에서 부드럽게 빛났다. 공명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운장 장군. 장군의 두 눈이 그 날의 세 자를 단번에 측정해 주신 덕분에, 어제 저의 쪽지가 실행될 수 있었사옵니다. 이 사내의 쪽지는 — 장군의 두 눈 옆에서 함께 그어진 줄이옵니다."

장비가 세 번째로 예를 올렸다. 장비의 예는 짧았다. 그러나 짧은 예 뒤의 말은 길었다.
"선생. 지난 가을 저의 불평은, 선생께 두 번 헛걸음을 만드신 뒤의 말이었사옵니다. 그 말이 오늘 오후 깃대 아래 저의 예의 첫 조각이옵니다. 선생께 오늘 먼저 사과드리고, 그 다음에 이 예를 받아 주시옵소서."
공명이 크게 웃었다. 오늘 오후의 첫 큰 웃음이었다.
"장비 장군. 장군의 지난 가을의 말은, 오늘 오후 저의 신야 걸음의 가장 빠른 바람이었사옵니다. 그 말이 없으셨더라면, 오늘 이 사내는 아마도 두 주(週) 더 남양의 뜰 안쪽에 앉아 있었을 것이옵니다. 사과는 받지 아니하겠사옵니다. 다만 — 그 말을 악수로 받겠사옵니다."
공명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장비가 자기 오른손을 공명의 오른손 위에 얹었다. 두 오른손이 깃대 아래에서 마주 쥐어졌다.
세 사람이 깃대 아래의 자리를 떠나, 관아 안쪽으로 들어갔다. 서쪽 방 벽의 지도 아래 빈 방석 위에, 오늘 오후부터 한 사람이 앉았다. 그 사람의 이름이, 지도 아래의 빈 자리를 오늘 오후부터 자리로 바꾸어 놓았다.
공명이 방석 위에 앉기 전에, 손에 든 버드나무 잔가지를 지도의 한 귀퉁이에 가볍게 걸쳐 두었다. 푸른 잎 한 장이 지도 북쪽 조조(曹操)의 검은 점 옆에 매달렸다. 잎의 그림자가 검은 점 위로 아주 작게 떨어졌다. 검은 점의 크기가, 그 잎의 그림자 아래에서 작게 줄어들어 보였다.
유비가 그 그림자를 보고 작게 웃었다. 장비가 그 옆에서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관우가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으고 조용히 앉았다. 네 사람의 호흡이 오늘 오후 서쪽 방 안쪽에서 처음으로 한 박자로 맞추어지고 있었다.
깃대 아래의 인사가 오늘 오후에 끝났다. 빈 방석의 주인이 오늘 오후부터 자기 자리 위에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의 인사가 각기 깃대 아래에서 이루어졌고, 네 사람의 호흡이 서쪽 방 안쪽에서 한 결로 맞추어졌다.
신야 관아 서쪽 방의 지도 아래 빈 방석이 — 오늘 오후부터 — 더 이상 빈 방석이 아니었다. 그 결의 변화가 앞으로 이십 년의 첫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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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오늘 한 사람이 당신의 집에 처음 들어오실 때, 그 분을 직책의 이름으로 먼저 맞으시지 마시고, 친구의 이름으로 먼저 맞아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직책은 내일 아침부터의 자리이옵고, 친구는 오늘 오후부터의 자리이옵니다. 두 자리가 한 사람 안쪽에서 나란히 걸릴 때, 그 분의 앞으로의 이십 년이 한 호흡 더 깊은 가락으로 시작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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