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6] 비어 있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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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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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46] 비어 있는 성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46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46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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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孔明)이 신야(新野)의 방석 위에 앉은 지 한 달이 지난 초가을이었다.

건안 13년(서기 208년) 가을 7월, 북쪽의 조조(曹操) 대군이 마침내 남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도(許都) 승상부(丞相府) 서쪽 벽, 아홉 번째 쪽지의 赤壁候(적벽을 기다리다) 세 글자가 이제 행군의 깃발 아래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조조의 남정(南征) 전군은 삼십만이었다. 선봉은 하후돈(夏侯惇)과 우금(于禁). 중군은 조조 본인. 후군은 조인(曹仁)과 서황(徐晃).

한 달 뒤 늦가을, 남정의 대군이 형주(荊州) 북쪽 경계에 닿을 것이었다. 신야는 형주 북쪽 방어선의 최전방이었다. 공명의 쪽지가 오늘 아침 유비(劉備) 앞에 놓였다. 쪽지 맨 위, 두 글자가 짙은 먹으로 적혀 있었다.

空城.

유비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비어 있는 성. 신야를 비워 두라는 뜻이었다. 여섯 해의 자기 자리를, 아니, 일곱 해째의 자리를, 단숨에 비워 두라는 뜻이었다.

"공명 선생. 어찌 비워 두는 것이옵니까."

공명이 부채를 펼쳤다. 이번의 부채는 여름의 부채가 아니라 겨울의 부채였다. 가을바람이 이미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황숙. 삼십만 대군 앞에서, 일곱 해의 마당을 지키는 일은, 일곱 해를 잃는 일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이십 년을 잃는 일이옵니다. 마당은 비워 두시옵소서. 다만 마당을 비우시는 방식에, 한 가지 술(術)이 있어야 하옵니다."

"어떤 술이옵니까."

"빈 마당에 불을 한 자리 남겨 두시고, 성문 위의 깃발은 그대로 세워 두시옵소서. 조조의 대군이 신야의 성 앞에 도착한 그 저녁에, 그 성이 빈 성임을 모른 채로, 하룻밤 성 아래에 진영을 차리게 해 두시옵소서. 그 하룻밤 안쪽에, 신야의 백성들은 남쪽의 강을 건너 피신할 시간이옵니다."

유비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물었다.

"신야의 백성은, 몇입니까."

"이만 사천입니다. 남녀노소 모두 포함이옵니다."

"그 이만 사천을, 하룻밤의 간격으로 남쪽 강을 건너게 한다는 말씀이옵니까."

"하룻밤은 어렵사옵니다. 사흘은 걸리옵니다. 오늘부터 사흘의 준비가 필요하옵니다. 오늘 오후부터 백성 가운데 노약자를 먼저, 내일 오후부터 장정을 다음, 모레 오후부터 남은 중간의 사람들을, 각 조로 나누어 남쪽으로 먼저 내려 보내시옵소서. 사흘째의 밤에 조조의 대군이 신야의 성 앞에 닿을 것이옵니다."

삼국지 365 Day 146 중간 일러스트

유비가 고개를 숙였다. 일곱 해의 마당이, 사흘 안에 빈 성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일곱 해 동안 뒤뜰을 함께 돌아 준 이만 사천의 백성이, 한 명도 잃지 아니하고 남쪽 강 건너로 함께 내려갈 수 있다면, 그 사흘의 결의는 일곱 해의 결의보다 더 단단한 결의였다.

"선생. 세 조의 조장이 누구이옵니까."

"첫째 조의 조장은 익덕(翼德) 장군이옵니다. 노약자의 조이므로 속도가 느립니다. 익덕 장군의 목소리가 그들의 속도를 조금 당겨 줄 것이옵니다. 둘째 조의 조장은 운장(雲長) 장군이옵니다. 장정의 조이므로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옵니다. 관우 장군의 청룡도가 장정들의 뒤를 지켜 줄 것이옵니다. 셋째 조의 조장은 황숙 본인이옵니다. 남은 중간의 사람들을 직접 이끄시옵소서. 마지막 사람이 강을 건너는 그 순간까지, 황숙께서 신야의 남문에 남아 계셔야 하옵니다."

"저 자신은 네 번째 조로 남아 마지막에 성을 나서시겠다는 뜻이옵니까."

"그러하옵니다."

유비의 두 눈이 한결 더 깊게 가라앉았다. 공명의 쪽지 두 글자, 空城, 크게 눈 안쪽에 박혀 있었다. 빈 성이라는 말은, 버림의 말이 아니라 돌아옴의 준비의 말이었다. 오늘 비워 두는 신야가, 앞으로의 이십 년 어느 봄의 아침에, 다시 유비의 이름 아래로 —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었다. 공명의 쪽지의 뜻이 그러했다.

유비가 쪽지 위에 두 손을 모았다.

"선생. 오늘 오후부터 사흘 안에, 이만 사천의 백성이 한 명도 잃지 아니하고 남쪽 강을 건너도록 — 저와 두 아우가 함께 움직이겠사옵니다. 선생은 어느 조에 계시옵니까."

"이 사내는 — 신야의 관아 서쪽 방 방석 위에 사흘 내내 앉아 있을 것이옵니다. 이만 사천의 걸음걸음의 박자를, 방석 위에서 헤아려 드리겠사옵니다. 마지막 사람이 강을 건넌 그 시각에, 이 사내도 방석에서 일어나 신야의 남문을 지날 것이옵니다."

서쪽 방 지도의 북쪽, 조조의 검은 점이, 오늘 오후부터 남쪽으로 크게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도 남쪽의 황토빛 점이 — 오늘 오후부터 — 서남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두 점 움직임의 첫 박자가, 오늘 오후의 두 글자 쪽지 — 空城 — 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빈 성이 준비되고 있었다. 빈 성의 안쪽에서 이만 사천의 사흘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빈 성의 첫 박자가, 오늘 오후 신야의 지붕 위 가을 하늘로 조용히 한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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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46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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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일곱 해의 마당을 사흘 안에 비워 두는 결의가, 때로는 일곱 해를 지키는 결의보다 더 단단한 결의이옵니다. 비움은 버림이 아니라 — 어느 먼 봄의 아침의 돌아옴의 준비이옵니다. 오늘 당신 곁에도, 일곱 해의 자리를 사흘 안에 비워 두어야 할 결의가 혹시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그 비움의 사흘을 어떻게 나누어 할지 — 한 장의 쪽지 위에 두 글자만 먼저 적어 두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147: 버리고 가는 불

"사흘째의 밤, 이만 사천의 마지막 사람이 남쪽의 강을 건너던 그 시각에, 신야의 관아의 서쪽 방의 등잔불이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공명이 그 등잔불 옆에서 한 장의 짧은 문장을 적어 두었다. 불 놓으라."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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