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 황제가 두 사람이 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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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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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 황제가 두 사람이 된 밤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2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2 헤더 일러스트

동탁이 낙양에 들어온 지 여러 날이 지나 있었다. 그 사이 궁궐 안쪽이 조용하였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사람의 목 뒤쪽을 당겨 놓는 종류의 조용함이었다. 궁궐 바깥의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말을 한 번씩 끊어서 하고 있었다. 한 마디의 말이 다른 사람의 귀로 들어갈 때마다, 그 말의 끝에 누가 숨어 있지는 아니한지를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 먼저 살피는 것이 이 며칠 사이의 새로운 풍속이었다.

그날 저녁, 동탁이 자기 이름으로 연회를 궁궐 안에 열었다. 자리에 공경(公卿) 백여 명이 불려 나왔다. 태부(太傅) 원외(袁隗)도 왔고, 사도(司徒) 왕윤(王允)도 왔고, 다른 대신들도 빠짐없이 나왔다. 부름에 응하지 아니한 대신은 한 명도 없었다.

술잔이 한 순배 두 순배 돌았다. 세 순배가 돌아갈 때까지도 동탁이 입을 한 번도 열지 아니하였다. 다만 자기 잔이 내려진 뒤에는 늘 한 결 늦게 다시 들어 올렸다. 그 늦음이 자리의 모든 사람의 호흡을 같이 늦추고 있었다. 그는 오늘 저녁 자리 한쪽 벽에 자기 칼을 세워 두고 있었다. 칼자루에 오래된 칼자국이 몇 줄 나 있었다.

네 순배가 돌아갈 즈음, 동탁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칼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고, 칼자루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자리를 향해 돌아섰다.

"여러 대신들. 내 한 마디를 들어 보시오. 지금의 황상(皇上)은 어리고 약하시오. 나이가 열넷이라 하나, 아직 자기 이름 한 자의 무게도 제대로 드는 것을 본 일이 없소. 천하의 주인의 자리가 그런 어깨 위에 놓이는 것이 온당하겠소."

자리에 둘러앉은 공경들의 잔이, 몇 사람의 손 안쪽에서 동시에 흔들렸다.

"그러니, 옛날 이윤(伊尹)과 곽광(霍光)의 고사(故事)에 따라 오늘 나는 일을 하오. 금상 황제 유변(劉辯)을 홍농왕(弘農王)으로 내리고, 그 자리에 진류왕(陳留王) 유협(劉協)을 황제로 세우겠소. 따르지 아니하는 자는 이 자리에서 참하겠소."

동탁의 손이 칼자루를 세게 쥐었다. 자리의 공기 전체가 크게 내려앉았다. 태부 원외가 눈을 감았고, 사도 왕윤이 수염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그 수염 안쪽 한 구석에 작은 한숨 하나를 묻었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아니하였다.

삼국지 365 Day 12 중간 일러스트

그 침묵을 가장 먼저 찢고 일어난 사람은 젊은 사례교위(司隸校尉)였다. 원소(袁紹). 태부 원외의 조카. 가장 젊은 얼굴이었고, 가장 빠른 칼을 지닌 사람이었다.

"장군. 금상께서는 즉위하신 지 얼마 되지 아니하였고, 아직 덕을 잃으신 일이 없소. 적장자(嫡長子)를 내리고 서자(庶子)를 세우는 일은, 스스로 반역이라 부르지 아니한다면 도대체 무엇이라 부른단 말이오."

동탁의 얼굴이 크게 붉어졌다. 오늘 처음으로 웃음 비슷한 것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러나 그 웃음 안쪽에서 이빨 두 개가 서로를 짓누르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천하의 일이 지금 나에게 있다. 내가 이 일을 하겠다 하는데, 누가 감히 따르지 아니하겠느냐. 너. 내 칼이 무뎌 보이느냐."

원소도 칼을 뽑았다. 두 자루의 칼이 연회의 한가운데에서 서로 날 끝을 가까스로 맞대었다. 등잔의 불빛이 두 칼의 날 위에서 한 번씩 붉게 튀어 올랐다.

"장군의 칼이 날카로우시다면, 나의 칼도 한 번도 무뎌 본 일이 없소."

태부 원외가 천천히 일어서서 조카의 팔을 조용히 잡아 주었다. "원소야. 자리를 먼저 접어라." 원외의 목소리는 작았으나, 그 목소리 안쪽에 오래된 가문의 깊은 밤이 가라앉고 있었다.

원소가 한참 동안 동탁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칼자루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 내림의 속도가 너무 느려서, 자리의 모든 사람이 뒤늦게야 스스로 숨을 참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오늘은 나의 칼이 자리를 접소이다. 다만, 이 자리의 칼이 접히는 것은 오늘뿐이오. 두 번째는 내리지 아니하오."

원소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에서 등을 돌렸다. 그의 등이 연회의 문을 넘어가는 동안, 자리에 남은 공경 백여 명의 고개가 동시에 아래로 숙여졌다.

그 밤이 끝났을 때 낙양의 달이 평소보다 희게 떠 있었다. 달 아래의 낙양에 오늘 밤 처음으로 두 황제의 이름이 동시에 살아 있었다. 유변(劉辯)과 유협(劉協). 한 사람의 이름 위에 또 한 사람의 이름이 겹쳐 있었다. 두 이름 모두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기가 폐립의 대상이 되리라고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두 아이의 이름이었다.

그 밤 궁궐의 한 구석에서 늙은 궁녀가 유변의 관복 한 벌을 조용히 개켜 두고 있었다. 그 관복의 옷깃 끝에 한 방울의 눈물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 그녀는 이 어린 황제가 궁에 처음 들어오던 날부터 그의 옷을 입혀 주던 사람이었다. 오늘 밤은 그 관복을 어쩌면 마지막으로 개키는 밤이었다. 오늘 저녁 이후로 그 관복은 다시 펼쳐질 때까지 아주 오래 걸리게 될 것이었다.

Book 1의 열두 번째 밤이 낙양 궁궐의 연회장과 한 구석의 늙은 궁녀의 손 앞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雙帝夜(쌍제야, 두 황제의 밤)의 세 글자가, 한 사람의 이름 위에 또 한 사람의 이름이 겹치는 한 결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1의 성문의 반쯤의 틈이, 오늘 밤 한 자리의 칼 두 자루의 맞댐으로 건너와 있었다.

삼국지 365 Day 12 마무리 일러스트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한 사람의 이름 위에 또 한 사람의 이름이 겹쳐지는 밤이 있지요. 늙은 궁녀의 손이 그 한 사람의 관복을 조용히 개키는 자리, 옷깃의 끝에 한 방울의 눈물이 소리 없이 떨어지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밤 당신의 손의 자리에도, 누군가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접는 자세가 혹시 있으신지요. 그 접음의 결을 한 결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13: 적토라는 이름의 말

"동탁이 자기 세력을 더 넓히기 위하여, 붉은 털의 천리마를 한 장수의 손에 건네려 하였다. 그 말의 이름은 적토(赤兎)였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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