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365 · Day 160] 서생의 칼 — 손권이 칼을 두고 공명과 첫 대면, 결정은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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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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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60] 서생의 칼

6월 · 바람을 기다리는 법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60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60 헤더 일러스트
삼국지 365 Day 160의 도입 장면 — 삼국시대 인물과 풍경을 그린 삽화 (AI 생성 이미지 · 코리안투데이 · 실제 현장 사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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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바깥 방에서 오늘 아침의 설전을 듣고 있던 손권(孫權)이 마침내 문을 열고 회당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의 걸음은 조용했다. 회당의 나무 바닥을 울리지 아니하는 걸음이었다.

열한 명의 문관이 손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공명(孔明)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손권이 회당 동쪽의 상석으로 걸어갔다.

상석 앞에는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 모서리에는 칼 한 자루가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손권의 아버지 손견(孫堅)의 유품이었다. 강동의 군주가 결정의 자리에 앉을 때마다, 그 칼이 탁자 모서리에 놓이는 것이 강동 예의의 규칙이었다.

손권이 상석에 앉았다. 그의 오른손이 탁자 위에 조용히 얹혔다. 손끝이 칼자루의 한 뼘 앞에 있었다. 손끝과 자루 사이 한 뼘의 거리 안쪽에, 오늘 아침의 결정이 놓여 있었다.

공명이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의 무릎 위에는 부채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부채의 끝이 회당의 바닥을 향하지 아니하고, 회당 한가운데의 공기를 향해 있었다.

손권의 시선이 공명의 부채 위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고는 공명의 두 눈으로 그 시선이 건너갔다. 공명의 두 눈도 손권의 두 눈을 조용히 받았다.

두 사람의 첫 대면이었다. 군주의 탁자 위의 칼과, 서생의 무릎 위의 부채가, 오늘 아침 회당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손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와룡 선생. 선생이 열한 분 앞에서 하신 말씀을 문 바깥에서 들었소이다. '한의 신하가 한을 지키는가 버리는가'라는 그 이름을, 내 손의 한 뼘 앞의 이 칼이 이미 알고 있는 듯하오. 다만, 군주의 결정은 이름만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오. 그 결정 뒤에 놓인 판의 무게도 함께 계량해야 하오."

공명의 부채가 조용히 움직였다.

"손 공자. 군주의 결정이 판의 무게를 계량해야 한다는 말씀, 지당하옵니다. 다만 — 저울의 한쪽에 오늘 아침 항복의 그릇이 놓이고, 다른 쪽에 내일 이후 항전의 그릇이 놓일 때, 두 그릇의 무게는 공자께서 생각하시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기울 수 있사옵니다."

삼국지 365 Day 160 중간 일러스트
삼국지 365 Day 160의 중반 장면 —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 삽화 (AI 생성 이미지 · 코리안투데이 · 실제 현장 사진 아님)

손권의 손끝이 칼자루 쪽으로 반 뼘 더 다가갔다. 그러나 자루를 아직 쥐지는 아니하였다.

"어떻게 반대의 방향으로 기운다는 말이오."

"항복은 가벼운 선택으로 보이오나, 그 가벼움의 뒤에 이어지는 것은 강동 손 씨의 이름의 영구한 소멸이옵니다. 항전은 무거운 선택으로 보이오나, 그 무거움의 뒤에 이어지는 것은 강동 손 씨의 이름의 영구한 보존이옵니다. 저울 위 한 시각의 가벼움과, 한 세대 뒤 이름의 보존의 무게 중, 군주께서는 어느 쪽을 계량하실 것이옵니까."

손권이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오른손이 칼자루의 한 뼘 앞에서 다시 멎었다.

공명의 부채가 두 번째로 움직였다.

"손 공자. 서생의 무릎 위에는 부채 한 자루가 있사옵니다. 군주의 탁자 위에는 칼 한 자루가 있사옵니다. 부채는 칼의 무게를 가지지 아니하옵니다. 그러나 — 부채의 한 마디가 칼을 움직이게 할 수 있사옵니다. 오늘 아침의 결정이 그 움직임의 자리이옵니다. 제 부채가 공자의 칼을 움직여 드리기 위하여, 이 자리에 있사옵니다."

손권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러고는 다시 내려앉았다. 그의 오른손이 칼자루로부터 반 뼘 다시 물러났다. 그 물러섬 안쪽에, 오늘 아침 망설임의 자국이 있었다.

"와룡 선생의 말이 칼의 무게를 가지고 있소이다. 다만 — 이 결정은 오늘 아침 이 자리에서 즉시 내려지지 아니하오. 내일 아침의 자리로 옮겨 두겠소이다. 내일 아침에 나의 손이 이 칼을 어떻게 쥘 것인지는, 오늘 저녁의 밤 사이에 결정하겠소이다."

공명이 고개를 숙였다.

"지당하옵니다. 군주의 결정은, 한 밤의 깊이 동안의 호흡을 거쳐야 비로소 내려지는 결정이옵니다. 오늘 밤의 호흡을 저도 바깥 방에서 조용히 함께하겠사옵니다."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한 명의 문관도 일어섰다. 공명도 일어섰다. 회당 안쪽의 공기가 조용히 정리되었다. 손권의 오른손이 탁자 위의 칼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그 물러섬 안쪽에, 내일 아침의 결정이 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회당의 서쪽 창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오늘 아침의 회당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각이었다.

Book 6의 다섯 번째 아침이 회당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서생의 부채와 군주의 칼이, 탁자 위 한 뼘의 거리를 두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일 아침까지의 한 밤이, 오늘 저녁 결정의 한 결을 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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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60 마무리 일러스트
삼국지 365 Day 160의 마무리 장면 — 하루를 닫는 풍경을 그린 삽화 (AI 생성 이미지 · 코리안투데이 · 실제 현장 사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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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군주의 탁자 위의 칼과 서생의 무릎 위의 부채가, 한 뼘의 거리를 두고 처음 마주하는 아침이 있지요. 부채는 칼의 무게를 가지지 아니하나, 부채의 한 마디가 칼의 한 결을 움직이게 하는 자리가 있사옵니다. 오늘 아침 당신의 탁자 위에는 어떤 칼이, 그 옆 한 뼘의 거리에는 어떤 부채가 놓여 있으신지요. 그 한 뼘의 거리를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161: 탁자를 내리친 손

"다음 날 새벽, 손권(孫權)이 다시 회당의 상석에 앉았다. 그의 오른손이 한 자루의 칼을 한 번에 쥐었다. 칼의 날이 탁자의 한 귀퉁이를 한 번 크게 내리쳤다. '오늘 이후 항복을 말하는 자는, 이 탁자와 같이 될 것이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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