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잊힌 역사 속 이름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다시 무대 위에 불을 밝힌다. 뮤지컬 시대극 드라마 〈경성위랑극단〉이 그 주인공이다. “사라진 시대, 잊혀진 방랑자들”이라는 문구처럼,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자유와 삶, 그리고 무대 예술을 향한 열망을 품고 살아간 청춘 예술인들의 모습을 그린다.
![]() [코리안투데이] 잊혀진 방랑자들의 기록, 위랑극단의 실화를 무대로 되살리다 © 김현수 기자 |
연출과 각본을 맡은 박진용 감독은 과거와 현재, 극 중극 형식과 현실을 넘나드는 복합적 구성을 통해 단순한 역사극이 아닌, 오늘의 메시지를 담은 ‘공감형 시대극’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를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만든 배우 박도욱, 조상웅, 김연준, 오치운의 뜨거운 연기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정의 파동을 전한다.
사라진 시대를 노래하다, 경성을 배경으로 한 잊혀진 이야기
〈경성위랑극단〉은 1930년대 후반 경성을 무대로, 순회극단 ‘위랑(徙浪)’의 멤버들이 겪는 고난과 열정을 중심에 놓는다. 당시 예술은 식민권력 아래에서도 저항의 언어였고, 위로의 수단이자 마지막 자유의 영역이었다. 이 작품은 그 ‘무명의 극단’을 통해 지금은 사라진 예술혼과 청춘의 분투를 노래한다.
포스터 속 두 남성의 대비되는 시선과 격동의 시기를 상징하는 총구와 검열의 그림자는, 연극과 총칼 사이에서 자신을 지켜내야 했던 시대의 청춘을 함축한다. 연극은 극단의 생존이자 투쟁이었고, 그 속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선택하고 희생하고, 또 연대한다.
박도욱·조상웅 주연, 뮤지컬과 드라마의 감각적 융합
작품은 시대극의 무거운 소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드라마적 구성에 뮤지컬 넘버를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대사와 노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관객은 그 속에서 인물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으며, 단지 ‘보고 듣는 공연’이 아니라 ‘경험하는 서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주인공 역의 박도욱은 결단력 있는 리더이자 연극에 인생을 건 인물로서의 강단을 보여주며, 조상웅은 반항과 고뇌 사이를 오가는 청춘의 초상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이외에도 김연준, 오치운 등 조연들의 밀도 있는 연기가 서사를 단단하게 지탱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항일의 흔적과 인간의 고뇌, 시대극이 던지는 묵직한 울림
〈경성위랑극단〉은 단지 ‘그 시절’의 이야기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공연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사는 질문들을 다시 꺼내 든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예술을 하는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은 무엇인가’, ‘어떤 기억은 왜 잊히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작지만 깊은 성찰을 건넨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정제된 연기와 절제된 연출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는 이 공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름 없는 예술인들에게 보내는 늦은 헌사이며, 동시에 관객 스스로의 현재를 비춰보게 하는 무대다.
뮤지컬과 시대극이 만난 〈경성위랑극단〉은 역사적 무게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동시에 담아내며,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예술적 메시지를 던진다. 이 시대의 관객들이 꼭 한 번 마주해야 할, ‘기억의 연극’이자 ‘청춘의 증언’이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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