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부터 공유오피스까지 ‘0원’…서울영화센터, 영화인의 새 거점으로 떠오르다

영화 한 편을 상영하기 위해 극장을 빌리는 일조차 부담이 되는 시대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신진 창작자들의 발표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영화인들의 작업 공간 부족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돼 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료’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공공 영화 공간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28일 개관한 서울영화센터가 2026년 3월까지 주요 시설을 전면 무료로 개방하며, 영화인의 창작과 교류를 위한 실질적인 거점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리안투데이] 서울영화센터 상영관 2관 전경 (사진=내손안에서울)  © 변아롱 기자

 

서울영화센터는 2026년 1월부터 상영관과 다목적실 대관, 영화인 전용 공유오피스 운영을 본격화한다. 상영관 3개관을 비롯해 공유오피스, 다목적실, 기획전시실을 갖춘 이 공간은 영화제, 시사회, GV, 세미나, 교육 프로그램, 전시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한 공공 영화문화 시설이다. 특히 개관 초기 이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영관과 다목적실, 공유오피스를 오는 3월까지 무료로 운영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수시 대관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초기 운영 단계에서의 진입 장벽을 최소화해 영화인과 관련 단체, 기관들이 서울영화센터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4월 이후 유료 전환 시점부터는 정기 대관을 기본으로 하되, 잔여 일정에 한해 수시 대관을 병행할 계획이다. 공공 영화 공간이 단발성 이벤트 장소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창작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한 단계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상영관 대관은 영화제, 영화 세미나, 시사회, GV 등 영화 관련 행사에 한해 가능하며, 서울영화센터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대관 예정일 14일 전까지 대관신청서와 행사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수시 대관의 경우 내부 심의를 거쳐 신청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 승인 여부가 안내된다. 정기 대관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수 마감 후 30일 이내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영화센터의 상영관 구성도 눈길을 끈다. 1관은 166석 규모로 센터 내 가장 큰 상영관이며, 돌비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고 35mm 필름과 디지털 상영이 모두 가능하다. 2관은 78석 규모로 컴포트석을 설치해 장시간 관람에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3관은 68석 규모의 리클라이너석을 도입해 시사회나 GV 등 관객 참여형 행사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다. 상업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행사 중심의 상영 환경을 고려한 설계다.

 

영화인들의 실질적인 작업 공간으로 기능할 공유오피스도 주목된다. 공유오피스는 영화인 전용 공간으로 운영되며, 개인 좌석 12석 규모에 회의실과 탕비실, 사물함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이용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등록된 영화인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제로 운영된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서울영화센터 누리집을 통해 멤버십 가입이 가능하다.

 

공유오피스와 회의실은 2026년 1월 1일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신청은 29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접수된다. 공유오피스 좌석은 1개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고, 회의실은 12인실, 6인실, 4인실로 구성돼 있으며 1회 이용 시간은 2시간이다. 제작자와 배급사, 투자사를 잇는 비즈니스 미팅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영화 산업 내 네트워크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서울영화센터는 공간 대관과 작업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고,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기획전을 선보이며 시민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영화 제작사 재발견 특별전’을 시작으로 고(故) 김지미 배우 추모전, 안성기 배우 회고전 등을 열어 영화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단순 상영이 아닌, 한국 영화사의 흐름을 조명하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평가다.

 

2026년 새해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진다. 1월 9일부터 29일까지 ‘코리안 뉴웨이브 기획전’이 열리며, 1980~90년대 한국영화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작품 10편이 상영된다. ‘젊은 남자’, ‘기쁜 우리 젊은 날’, ‘성공시대’ 등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낸 작품들이 상영되며, 박종원 감독과 배창호 감독이 참여하는 GV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이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올해의 독립·예술영화전’도 서울영화센터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상업영화 위주의 멀티플렉스 환경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를 지속적으로 소개해 시민들의 영화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12월에는 ‘사람과 고기’, ‘전력질주’, ‘만남의 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침범’ 등 독립영화 5편과 ‘콘클라베’, ‘고스트캣 앙주’, ‘어글리 시스터’ 등 예술영화 3편이 상영 중이다. 1월에는 ‘죄많은 소녀’, ‘다음 소희’, ‘썬더버드’ 등 독립영화 6편과 ‘대부’ 1·2편, ‘8과 1/2’, ‘인생은 아름다워’ 등 예술영화 4편이 관객을 만난다.

 

서울영화센터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서울영화센터 누리집과 디트릭스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함께 고려한 운영 방식이다.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를 단순한 상영 공간이 아닌, 영화 산업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업하는 영상산업·문화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창작, 발표, 교류, 비즈니스가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됐다. 무료 개방이라는 과감한 선택이 영화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서울영화센터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