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특집 ④] 기업은 왜 부담을 말할까… 정년연장이 ‘인건비’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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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의 부담론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정년연장이 곧바로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는 현재의 고용 구조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 다수는 여전히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근속연수가 늘수록 임금이 상승하는 구조다. 이런 체계에서 정년을 단순히 60세에서 65세로 늘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고임금 인력이 더 오래 머무는 결과가 된다. 생산성 변화와 무관하게 인건비가 누적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년을 늘리는 것 자체보다, 임금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년연장이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정년연장 대신 임금피크제, 재고용, 계약직 전환 등을 선택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법적 정년을 유지하면서 비용 부담을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정년 이후에도 일은 계속하지만, 임금과 복지, 고용 안정성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년은 연장됐지만, 조건은 후퇴했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업의 부담 회피 전략이 근로자의 불안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고용 경직성이다. 정년이 법으로 연장되면 인력 조정의 유연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경기 변동이나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고령 인력이 장기간 고정되면 조직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특히 빠른 기술 변화가 일어나는 산업일수록 더 크게 제기되는 우려다.

 

그렇다고 기업의 부담만을 이유로 정년연장 논의를 멈출 수는 없다. 앞선 회차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이미 65세로 올라가고 있고, 소득 공백 문제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위험으로 커지고 있다. 결국 기업 부담과 사회적 필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코리안투데이] 인건비 상승의 테이블, 현장에서 노령 근로자와 함께 해법을 찾는 모습  © 임희석 기자

 

해외 사례를 보면 해법의 방향이 보인다. 독일과 일본 등은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를 직무·역할 중심으로 조정해왔다. 고령 근로자가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대신, 숙련 전수, 교육, 품질 관리 등 역할을 재설계하고 이에 맞는 보상 체계를 적용했다. ‘오래 일한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하며 일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정년연장은 기업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설계해야 할 구조 전환의 문제다. 기업에만 부담을 떠넘기거나, 근로자에게만 양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임금 체계, 직무 구조, 고용 형태를 함께 바꾸지 않으면 정년연장은 비용 논쟁에 갇힐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이 ‘인건비 폭탄’이 될지, 숙련을 활용한 자산이 될지는 구조 설계에 달려 있다. 기업이 부담을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상생을 위한 논의는 출발할 수 있다.

 

[ 임희석 기자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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