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마음건강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업 부담, 또래 관계, 진로 불안, 온라인 환경에서의 스트레스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얽히며 심리적 어려움은 점점 이른 시기에, 더 깊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양천구가 청소년 심리지원 정책의 문턱을 대폭 낮추며 공공 역할을 강화하고 나섰다.
![]() [코리안투데이] 청소년상담 무료 및 야간 연장 홍보 포스터(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올해부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개인상담 서비스를 전면 무료화하고, 평일 상담 시간을 밤 9시까지 연장해 운영한다. 상담 접근성을 가로막아 온 비용과 시간의 장벽을 동시에 낮추겠다는 취지다. 대상은 양천구에 거주하는 청소년으로, 정서적 불안, 학업 스트레스, 가족·대인관계 고민, 위기 상황 등 상담 주제에 제한은 없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다. 양천구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무료 상담과 야간 운영을 시범 실시했고, 그 결과 상담 이용 청소년 수가 약 30% 증가했다. 실제 수요가 확인되자, 구는 이를 일회성 실험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정식 사업으로 전환했다.
가장 큰 변화는 상담비 전면 폐지다. 기존에는 개인상담 1회당 5천 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올해부터는 전액 무료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경제적 이유로 상담을 망설이던 청소년들도 부담 없이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반복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에게는 비용 부담이 상담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였던 만큼,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이용 확대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운영 시간도 대폭 늘어났다. 평일 상담은 기존 오후 8시 종료에서 오후 9시까지 1시간 연장됐고, 토요일 상담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학원, 방과후 활동 등으로 낮 시간 상담이 어려운 청소년을 고려한 조치다. 공공 상담 서비스가 청소년의 생활 리듬에 맞춰 조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담 수요 증가에 대비한 내부 정비도 병행됐다. 양천구는 시간대별 상담 신청 데이터를 분석해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 토요일 등 이용이 집중되는 시간에 상담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상담 공간 역시 기존 6개에서 11개로 늘려 대기 시간을 줄이고, 1대1 심층 상담의 질을 높였다. 단순히 ‘더 오래 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담 환경 전반을 재설계한 셈이다.
상담은 신월6동 주민센터 2층에 위치한 ‘양천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된다. 전화 신청은 물론,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어 접근 방식도 다양하다. 대면 상담을 기본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위기 개입과 연계 상담도 가능하다.
이 센터는 개인상담 외에도 위기 청소년을 위한 다층적 지원 체계를 운영 중이다. 자살·자해 위험이 높은 청소년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고위기 집중 클리닉’을 통해 심층 개입을 진행하고, 상담 전문가가 학교와 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청소년 동반자’ 사업도 병행한다. 문제 발생 이후의 대응을 넘어, 조기 발견과 일상 회복을 목표로 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공공 상담 정책의 방향 전환 사례로 평가한다. 상담 서비스의 질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비용, 시간, 접근성 중 하나만 막혀도 청소년은 도움 요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양천구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손봤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청소년의 마음건강 문제는 조기 대응이 핵심”이라며 “비용과 시간의 장벽을 낮춰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이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통계보다 현장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진 상담실은 그 신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양천구의 이번 정책은 상담을 ‘특별한 선택’이 아닌 ‘일상적인 도움’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로 읽힌다. 공공이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비교적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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