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와 사회적 고립 심화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과제가 됐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고독사 위험이 높아지면서, 단순한 복지 서비스 제공을 넘어 ‘위기를 먼저 발견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양천구가 사람의 살핌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고독사 예방 모델을 가동하며 주목받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양천구 ‘우리동네볼돔단’이 독거어르신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우리동네 돌봄단’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를 함께 운영해, 사회적 고립가구의 위기 신호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람이 느끼는 미세한 이상 징후와 기술이 포착하는 데이터 변화를 동시에 활용하는 이중 안전망이 핵심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체계가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월동에서 활동 중인 한 돌봄단원은 평소와 다른 말투와 컨디션 변화를 전화 통화 중 감지하고 즉시 가정을 방문했다. 이후 119에 신고해 응급 이송이 이뤄졌고,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또 신정동에서는 AI 자동 안부 전화에 “몸이 아파 수술하고 싶다”는 응답이 감지되자 담당 부서가 즉시 개입해 병원 연계, 수술 지원, 의료비와 동행 서비스까지 이어졌다. 기술이 먼저 신호를 포착하고, 사람이 현장에서 대응한 사례다.
‘우리동네 돌봄단’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 43명으로 구성돼 16개 동에 배치돼 있다. 다가구주택, 원룸, 고시원 등 주거취약지역에 거주하는 고독사 위험가구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전화 연락과 가정 방문을 진행한다. 단순한 생존 확인을 넘어 말벗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양천구는 올해부터 고위험·중위험군뿐 아니라, 저위험군으로 분류되던 50~60대 중장년 남성 1인 가구까지 관리 대상을 확대해 돌봄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기술 기반 관리체계도 한층 촘촘하다. AI·IoT 기반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는 전력 사용량, 휴대전화 수·발신 이력, 조도 변화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평소 패턴과 다른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고, AI 자동 전화로 추가 확인을 진행한다. 여기서도 응답이 없거나 위기 신호가 포착되면 즉시 담당 인력이 현장 대응에 나선다. 단순 감시가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고독사를 사후에 발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복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기존의 행정 중심 복지가 주민 참여와 디지털 기술을 만나면서, 지역 단위의 촘촘한 안전망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고독사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상의 작은 변화가 누적된 결과인 경우가 많다”며 “이웃의 세심한 관심과 AI 기술을 결합해, 구민 누구도 홀로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빈틈없는 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양천구의 안부확인 모델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지방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기술만으로도, 사람의 온기만으로도 부족했던 영역을 결합해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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