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특집 ⑧]누가 더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직종·계층별로 다른 정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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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정년은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체감되는 정년은 결코 같지 않다. 같은 60세라도 어떤 이는 계속 일할 수 있고, 어떤 이는 사실상 노동시장에서 밀려난다. 정년연장 논의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이 불균형 때문이다.

 

사무직이나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이나 전환 고용을 통해 일정 기간 더 일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육체 노동 비중이 큰 직종이나 감정 노동이 강한 서비스업에서는 정년 이전부터 노동 지속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법정 정년과 실제 노동 가능 연령 사이의 괴리가 커진다.

 

 [코리안투데이] 은퇴와 재취업을 포함한 정년연장 사이의 기로에 선 6070세대 모습  © 임희석 기자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도 뚜렷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근로자는 퇴직 이후에도 퇴직금, 개인연금, 자산 소득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완충 장치를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계층은 정년과 연금 사이의 공백을 그대로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년과 연금은 ‘평균적 근로자’를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실제 노동시장은 매우 이질적이다. 결과적으로 제도는 중간 계층을 기준으로 작동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재고용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형식적으로는 근로 기회를 제공하지만, 계약직·단기 계약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는 기존의 복지 혜택이나 보호 장치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특히 질병이나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 이러한 구조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정년연장 논의는 ‘얼마나 더 일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느냐’로 확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을 늘려도 혜택을 받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갈린다면, 제도는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 수 있다.

 

해법으로는 직종별·계층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일률적 기준 대신 선택형 정년, 직무 전환형 고용, 건강 상태와 직무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이는 정년연장을 특권이 아닌 보편적 안전장치로 만들기 위한 조건이다.

 

정년 문제는 결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다. 누구는 오래 일할 수 있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정년연장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임희석 기자: gwanak@thekore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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