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른바 ‘3高 경제’ 상황이 길어지면서 지역 골목상권의 체감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소비 위축과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 대출 이자 증가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상공인 폐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정책이 지역 경제 회복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양천공공오 개관식에서 인사말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이러한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 구는 올해 총 17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소상공인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창업 준비 단계부터 성장 지원, 위기 극복, 판로 확대, 환경 개선까지 사업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총 5개 분야 21개 세부 사업이 추진된다.
양천구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역 상권의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 구가 2025년 지역 상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업 점포는 1287곳이었지만 폐업 점포는 1612곳으로 나타났다. 폐업 수가 개업 수보다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점포 폐업은 단순히 개인 사업자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일자리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상권 침체가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양천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단계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먼저 창업 단계 지원이다.
초기 창업자의 가장 큰 부담은 임차료와 시설 비용이다. 구는 청년 창업자를 대상으로 1년 동안 임차료의 50%를 지원한다. 월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된다. 점포 리모델링 비용도 지원한다.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되며 홍보비 역시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된다.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 실패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다.
창업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양천창업지원센터에서는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학교’를 운영한다. 사업 계획 수립부터 운영 전략까지 단계별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창업 단계별 전문가 상담을 지원하는 ‘원스톱 창업 상담’도 운영된다. 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세무, 마케팅 문제 등을 상담할 수 있다.
창업 인프라 구축도 진행된다. 양천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인근에 공공형 공유오피스 ‘양천공공오’를 조성했다. 현재 이 공간에는 1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공유오피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 공간과 회의실, 공용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구는 3월 20일까지 추가로 4개 기업을 모집할 예정이다. 또한 오목교 KT부지와 양천우체국 신축 부지에도 공유오피스를 추가로 조성해 창업 지원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성장 단계 지원 정책도 마련됐다. 양천구는 3월 7일 창업박람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는 정책 안내와 금융 상담, 창업 컨설팅, 투자 설명회 등이 진행된다. 창업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요식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메뉴 브랜딩과 스토리텔링, 온라인 마케팅 전략 등을 교육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 프로그램이다. 또한 창업가와 관련 산업 종사자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창업 네트워킹 파티’도 운영된다. 창업 협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역량 강화 부트캠프’가 새롭게 도입됐다. 이 프로그램은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교육 내용은 로컬 브랜딩, 고객 관리 시스템(CRM), 이벤트 기획 등 매출 확대 전략 중심이다.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실무 교육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경영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지원도 포함됐다. 구는 연 0.8%의 초저금리로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를 제공한다. 융자 규모는 총 35억 원이다. 제조업은 최대 3억 원, 도소매업은 최대 8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상환 방식은 2년 거치 후 3년 균등 분할 상환이다. 음식점 등 식품업소를 위한 시설 개선 자금도 지원된다. 총 2억 원 규모로 운영되며 금리는 연 2% 수준이다. 주방 설비 교체와 위생 시설 설치에 활용할 수 있다.
경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도 신설됐다. ‘찾아가는 컨설팅’ 프로그램이다. 전문가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경영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매출 감소 원인 분석과 마케팅 전략 등 맞춤형 솔루션이 제공된다.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도 포함됐다. 양천구에는 국내 유일의 가방 제조 산업 지원 공간인 가방 소공인지원센터가 있다. 구는 관내 가방 제조 업체 4곳을 선정해 디자이너 협업을 통한 신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새로운 판로 개척을 돕는다.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양천구는 100억 원 규모의 ‘양천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
또한 4억 원 규모의 ‘양천땡겨요상품권’도 함께 발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할 계획이다. 지역 화폐는 지역 상권 소비를 늘리는 정책 수단으로 전국 지방정부에서 활용되고 있다.
상권 환경 개선 정책도 포함됐다. 구는 의류 봉제와 기계 금속 등 도시 제조업체 10곳의 노후 설비 교체 비용을 지원한다. 업체당 최대 720만 원까지 지원된다. 소규모 점포 180곳에는 간판 교체 비용이 지원된다.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된다. 거리 경관 개선과 상권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정책이다. 또한 300㎡ 미만 공중 이용 시설에는 이동 약자를 위한 맞춤형 경사로 설치도 지원된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전통시장과 골목형 상점가 시설 현대화 사업도 추진된다. 올해 20억 원을 투입해 총 19곳을 대상으로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 가능한 지역 상권 생태계를 구축해 양천구가 지역 경제 활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단기 지원보다 장기적인 상권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창업부터 성장, 위기 대응, 판로 확대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양천구의 이번 정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 상권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인식이 지방 행정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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