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처럼 크지도,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은 존재는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까. 신지아 작가의 그림동화 초록숲의 작은 이끼는 바위 밑 그늘에 숨어 지내던 이끼 한스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성적과 외모, 재능을 줄 세워 비교하는 일이 익숙해진 시대에, 이 책은 비교로 자신을 재단하는 대신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삶의 결을 그린다. 화려한 사건 대신 조용한 존재의 쓰임을 이야기의 중심에 둔 점이 눈에 띈다. 부제 비교하지 않아도 빛나는 나의 이야기 역시 이 지점을 압축한다.
자기존중감을 다루는 그림책은 국내외 아동문학에서 꾸준히 이어져 온 주제다. 다만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와 성적 위주 비교 환경에 노출되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유아·초등 저학년을 겨냥한 자존감 동화의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상당수는 주인공을 특별한 재능이나 외모를 가진 존재로 설정해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이 책은 숲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이끼를 주인공으로 세워, 특별해서가 아니라 제 역할을 다해서 가치가 생긴다는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 생명존중교육이라는 교실 언어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지점이다.
책은 저자소개, 본문인 초록숲의 작은 이끼, 작가의 말 세 부분으로 짜였다. 본문은 전나무 아저씨와 장미 누나가 사는 초록숲, 그 그늘에 가려 있던 이끼 한스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너무 작아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던 한스가 폭풍과 가뭄이라는 위기를 통과하며 자신의 쓰임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림과 짧은 문장을 번갈아 배치해 차분히 따라가는 구성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는 저자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된 마음이 함께 실려, 어린 독자뿐 아니라 곁에서 읽어주는 어른에게도 여운을 남긴다. 혼자 읽기 시작한 초등 저학년 어린이는 물론, 부모가 곁에서 함께 읽어주는 유아에게도 무리 없이 닿는 분량과 문장 길이를 갖췄다.
겨냥한 독자는 또래와 자신을 견주며 위축되는 어린이,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와 교사다. 학교 현장에서는 인성교육이나 생명존중교육 자료로, 가정에서는 잠자리에서 부모와 함께 읽는 그림책으로 활용하기에 알맞은 분량과 구성이다.
미리보기에 담긴 도입부는 이렇다. 깊은 숲속 바위 아래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작은 이끼 한스가 살고 있습니다.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한스는 폭풍과 가뭄을 겪으며 자신이 품고 있던 물로 숲속 친구들을 살리게 됩니다. 원고 발췌에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깊고 깊은 초록 숲속에는 키가 큰 전나무 아저씨와 빨갛고 예쁜 장미 누나가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커다란 바위 밑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작은 이끼 한스가 살고 있었답니다. 한스는 너무 작아서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존재감 없던 이끼가 위기의 순간 자신이 품고 있던 물로 숲을 구하는 전개는, 눈에 보이지 않던 가치가 드러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저자가 연구해 온 AI 활용 그림동화 수업이 이 책을 교재로 실제 교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말의 물결 등 앞선 작품과 이어지는 신지아표 어린이 서사가 앞으로 어떤 소재로 넓어지는지다. 초록숲의 작은 이끼는 WIA Book이 2026년 7월 18일 전자책(PDF)으로 출간했으며 정가는 3,000원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choroksupui-jakeun-ikki-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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