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8] 누워 있는 용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28 · Book 1 「별이 모이다」

수경 선생(水鏡先生)의 초당을 나온 유비(劉備)는, 이튿날 새벽 산길을 내려왔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폐 안쪽으로 들어왔다. 어젯밤 이마의 먼지는 수경 선생의 초당 뜰에서 씻었다. 그러나 마흔일곱의 안쪽에 들어와 앉은 두 별명, 와룡(臥龍)과 봉추(鳳雛)는 씻기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산길의 가운데 멈추고, 유비는 입 안쪽에서 그 두 글자를 굴려 보았다.
와룡.
누워 있는 용. 서 있는 용이 아니라, 뛰는 용이 아니라, 누워 있는 용. 그 동사가 이상하게 단단했다. 서 있음은 누가 세운 자리이고, 뛰어오름은 한 순간이다. 그러나 누움은, 누운 채로 오래 기다림이다. 기다림 안쪽에서 모아지는 힘이, 어느 날 일어날 때 가장 먼 자리까지 도달하는 힘이라는 것을, 마흔일곱은 알고 있었다.
정오 무렵 유비는 신야(新野)의 관아 북문에 닿았다.
관우(關羽)와 장비(張飛)가 북문 앞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붉었다. 어젯밤 양양의 서원에서 형을 위해 호흡의 시간을 벌어 준 뒤, 남쪽 문을 돌아 밤새 말을 달려 신야로 먼저 돌아온 것이었다. 유비가 말에서 내렸다. 장비가 먼저 두 팔을 크게 벌려 형의 등을 감쌌다.
"형님. 무사하셨습니까."
"익덕(翼德). 운장(雲長). 어젯밤의 박자는, 너희 두 사람이 벌어 준 호흡 안쪽에서 지켜진 것이야."
관우가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 그의 눈 안쪽에 어제와는 다른 무언가가 들어와 있었다. 말이 없었지만, 그 들어와 있음을 장비도 알아차렸다.

객청(客廳)으로 들어간 유비는, 두 아우를 앞에 두고 어젯밤의 산중 초당 이야기를 천천히 풀었다. 수경 선생, 거문고, 두 별명, 세 번 걸어가야 한다는 한 마디. 그리고 두 별명의 본 이름은 아직 자기 입 안쪽에도 들어와 있지 않다는 사실.
장비가 먼저 팔짱을 끼었다.
"형님. 세 번 걸어가는 자리라니, 그 사람이 누구이기에 그렇게 사람을 돌려 보내는 자리입니까."
"익덕.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나도 몰라. 다만 그 사람이 어디쯤에 누워 있을지는, 오늘 새벽 산길에서 짐작해 보았다."
"어디쯤입니까."
"형주 남양(南陽)의 어느 초가(草家) 한 구석. 지금 이 시각에는 아마도 여름의 부채 한 자루와 겨울의 부채 한 자루 사이에서, 붓을 내려놓고 오후의 잠을 청하고 계실 것이야."
관우가 옆에서 조용히 웃었다. 장비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 오후, 유비는 관아의 서쪽 방에 혼자 앉아 지도를 펼쳤다. 지도는 형주의 전도(全圖)였다. 남양의 한 자락에 작은 산이 있었다. 그 산의 이름이 와룡강(臥龍崗) 세 글자로 적혀 있었다.
유비는 그 세 글자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손가락은 오래 떨어지지 않았다. 어젯밤 단계(檀溪)를 건너기 전에 채모(蔡瑁)가 보낸 다섯 필의 말발굽 소리가 그의 뒤를 쫓을 때, 그가 가장 가까이 느낀 감각은 공포가 아니라,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오늘 오후 그 감각의 자리에, 와룡강 세 글자가 들어와 앉아 있었다.
유비는 붓을 들어, 와룡강의 글자 옆에 작은 세 글자를 덧썼다.
第一步(첫걸음).
"운장, 익덕. 세 번 걸어가는 그 첫걸음을, 한 해 안에 떼어 놓을 것이야. 그 전에 — 이 남쪽의 한 점이 누구의 집인지를, 너희 두 사람이 조용히 알아와 다오."
관우가 고개를 숙였다. 장비는 처음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의 신야에는 늦은 가을의 바람이 크게 지나갔다. 지붕 끝의 풍경(風磬)이 두세 번 울었다. 울음의 사이에, 객청의 창 너머로 유비의 책상 위의 세 글자가 — 와룡강 — 오래 남아 있었다.
오늘 밤 유비의 입 안쪽에는 두 별명 가운데 하나가, 조용히 자기 이름의 모양을 고르고 있었다. 이름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이름이 들어올 자리는, 오늘 이미 그의 책상 위에 준비되어 있었다. 그 준비된 자리가 — 신야 오후의 세 글자 위에서 — 먼 남쪽 남양 초가의 붓 아래와 이미 서로를 알아보고 있었다.
누워 있는 사람의 오후 졸음이, 마흔일곱 사내의 오후 손가락과 — 팔백 리 떨어진 두 자리에서 — 같은 시각에 같은 이름을 향해 조용히 기울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몰랐다. 몇 달 뒤 두 사람의 입에 같이 속할 한 이름의 음절들을, 오늘 어느 쪽도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다. 한 사람을 품은 그 산과 한 사람을 품은 그 책상은, 오늘 오후 아직 완전히 쓰이지 않은 한 문장의 두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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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서 있음은 누군가 세운 자리이고, 뛰어오름은 한 순간이지요. 그러나 누움은 오랜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오늘 누워 계신 자리가 있다면, 그 누움이 게으름의 누움인지, 아니면 아직 일어나지 아니한 용의 누움인지를 — 한 번만 더 조용히 물어 두시는 저녁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물으시는 그 자리가, 이미 일어나시는 자리의 첫 호흡이기도 하옵니다. 대부분의 일어섬은 갑작스럽지 않지요. 대부분의 일어섬은 아무도 세어 주지 않은 여러 해 동안 혼자 안에서 모아 둔 긴 숨의 끝입니다. 그 숨을 스스로 세어 온 사람이, 마침내 일어설 때 가장 먼 자리까지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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