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특집 ③] 정년을 늘리면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까… ‘제로섬’이 아닌 구조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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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정년을 늘리면 청년 일자리는 줄어드는 것 아닌가.”

청년층의 이 우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현실에서 체감되는 불안에 가깝다. 취업 문은 좁아졌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일자리를 고령층이 더 오래 유지한다면, 청년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정년연장 대 청년 일자리’라는 구도로만 보면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 고용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통계적으로 보면, 정년연장이 곧바로 청년 채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뿐 아니라 OECD 국가들에서도 고령층 고용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청년 실업률이 자동으로 상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령층과 청년층이 서로 다른 직무 영역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 시장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문제는 ‘누가 일하느냐’보다 ‘어떤 구조로 일하느냐’에 있다. 현재 한국의 고용 시스템은 한 사람이 한 자리를 오래 점유하는 방식에 가깝다. 정규직 중심, 연공급 중심 구조에서는 정년이 늘어날수록 조직 내 이동이 느려지고, 신규 채용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된다면 청년들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코리안투데이]  한 사무실, 두 세대의 역할 분담 좋은 사례 모습 © 임희석 기자반대로 구조를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정년을 연장하면서도 청년 고용을 함께 늘린 국가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고령 근로자는 경험이 필요한 업무나 멘토 역할로 이동하고, 청년은 새로운 직무와 성장 경로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을 ‘분리’하고 ‘연결’했다. 즉, 한 자리를 두고 세대가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는 시작 단계에 있다. 일부에서는 정년 이후에도 동일 직무·동일 임금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무 전환이나 근로시간 조정, 단계적 임금 구조를 통해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이어가자는 제안이 나온다. 동시에 절감된 인건비나 조직 내 여력을 청년 채용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정년연장의 ‘부작용’이라기보다, 기존 고용 구조가 안고 있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에 가깝다. 정년을 그대로 두든, 연장하든,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청년의 불안은 해소되기 어렵다. 반대로 구조 개편이 병행된다면 정년연장은 청년 고용과 공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정년을 늘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정년 이후의 일과 청년의 첫 일자리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제도일 수도 있고, 세대 간 역할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제도의 방향과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 이 문제를 ‘세대 갈등’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구조 개혁의 출발점으로 바라봐야 할 이유다.

 

[ 임희석 기자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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