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늘리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연령’보다 ‘구조’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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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정년연장 논의는 종종 하나의 숫자로 압축된다. “60세에서 65세로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연장의 핵심은 몇 세까지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년제는 ‘한 시점에서의 단절’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일정 연령이 되면 근로관계가 종료되고, 이후의 삶은 개인의 준비나 연금 제도에 맡겨진다. 그러나 기대수명 연장과 노동시장 변화 속에서 이런 구조는 점점 현실과 어긋나고 있다. 그래서 정년을 단순히 뒤로 미루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임금과 연령을 분리하는 구조 개편이다. 연공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체계에서는 정년이 늘어날수록 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직무나 역할 중심의 보상 체계로 전환하면, 고령 근로자도 생산성과 역할에 맞게 계속 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정년연장이 비용 문제가 아닌 구조 문제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코리안투데이] 전일제 근무와 파트타임 근무 모습 비교 © 임희석 기자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식도 중요한 선택지다. 전일제 근무만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역할을 바꾸는 방식이다. 정년 직전에는 풀타임으로 일하다가, 이후에는 시간제나 프로젝트 단위로 전환하는 모델이다. 이는 고령 근로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과 일을 병행하는 구조 역시 논의되고 있다. 일정 연령 이후에는 연금을 일부 받으면서 동시에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정년과 연금 사이의 소득 공백을 완화할 수 있고, 근로자 역시 급격한 소득 단절 없이 노후로 이행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연금 재정과 형평성에 대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접근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일본은 정년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계속고용을 허용하면서, 직무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독일은 일정 연령 이후 연금 일부 수령과 근로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은퇴를 ‘과정’으로 관리한다. 이들 국가는 정년을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단계적 전환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모델의 공통점은 선택지를 넓혔다는 데 있다. 모두가 같은 나이까지 같은 방식으로 일할 필요는 없다는 전제다. 체력과 직무 특성, 개인의 삶의 계획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허용한다. 정년연장이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조정의 문제로 다뤄지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무직과 현장직의 근로 여건은 크게 다르다.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일부에게는 보호가 되지만, 다른 일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연령만 올리면, 갈등은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년연장은 ‘언제까지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일과 노후를 연결하느냐’의 문제다. 정부는 제도의 틀을 설계하고, 기업은 고용 구조를 재편하며, 근로자는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자신의 경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년을 하나의 숫자로 고정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장수사회에 필요한 것은 연령의 연장이 아니라, 구조의 전환이다. 정년연장 논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점이다.

 

임희석 기자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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