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정하고 싶어 하지만, 권력은 언제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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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로버트 그린의 The 48 Laws of Power는 언제나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일부 문장만 인용하며, 대개는 이런 단서를 덧붙인다.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 불편함은 의미심장하다. 이 책이 조작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조작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러냄은 냉소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이 책의 본질은 잔혹함을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문해력, 즉 권력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그린이 말하듯 권력은 이미 직장, 정치, 가족, 인간관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다. 그 언어를 배우지 않는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우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취약해질 뿐이다.

 

이 책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개별 법칙 하나하나에 있지 않다. 각각만 보면 냉혹해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법칙들이 함께 드러내는 패턴이다. 권력은 대개 힘으로 탈취되지 않는다. 인식, 타이밍, 절제로 축적된다. 이미지를 관리하고, 서사를 통제하며, 나설 때와 사라질 때를 구분하는 능력. 역사 속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가장 강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판을 읽을 줄 알았기 때문에 승리했다.

 

이 책이 조작을 조장한다는 비판은 흔하다. 그러나 그 비판은 그린이 지적하는 비대칭성을 놓치고 있다. 조작은 이미 존재한다. 윤리적 문제는 권력 게임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게임을 인식하고 있느냐에 있다. 모른다고 해서 게임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약한 자리에 자동으로 배치될 뿐이다.

 

또 하나 자주 간과되는 교훈은 절제다. 많은 법칙들은 과도함을 경계한다. 상사를 지나치게 빛나게 하지 말 것, 운을 시험하지 말 것,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말 것. 역설적으로 권력은 사용하는 능력보다 사용하지 않는 판단을 통해 유지된다. 끊임없는 자기 과시와 공격적 존재감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이는 가장 비주류적인 조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공격적인 독해뿐 아니라 방어적인 독해도 가능하다. 권력의 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출세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술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은 힘을 잃는다. 영향력은 보이기 시작하고, 압박은 협상 가능한 것이 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알게 되는 순간, 감정적 소모는 줄어든다.

 

아마도 이것이 이 책이 비판 속에서도 계속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독자를 도덕적으로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복잡함을 전제로 한다. 순수함을 지키는 유년이 아니라, 인식을 통해 성숙해지는 성인기를 요구한다.

 

권력은 선도 악도 아니다. 그것은 중력처럼 작동하는 힘이다.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결과를 만든다. 이 책이 끝까지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똑바로 보라.

그 다음,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더 이상 책의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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