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전문의이자 조형작가로 활동하는 김형태의 기획초대전 《Bind》가 2026년 5월 1일부터 30일까지 아뜰리에 용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1년간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묶기’와 ‘매듭’의 행위를 중심으로,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관계와 연결의 본질을 조형언어로 풀어낸 작업들로 구성된다. 보자기와 철사, 로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작품들은 긴장과 이완, 구속과 유대라는 상반된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깊은 철학적 사유를 제시한다.
![]() [코리안 투데이] 김형태 조형작가 © 최낙숙 기자 |
김형태 조형작가는 의학과 한국 전통 공예 건축학교, 현대 조형예술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그는 1984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안과 전문의로 활동해왔으며, 이후 예술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조형 작업에 몰두해왔다.
김 작가는 2013년 한국공예건축학교 소목연구반 2년 과정을 수료했으며, 2014년에는 옻칠연구반 3년 과정을 마쳤다. 오랜 시간 축적한 전통 공예에 대한 이해와 재료에 대한 감각은 현재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그는 2025년 인사아트센터 개인전을 통해 첫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같은 해 G-ART GROUP 정기회원전을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아뜰리에 용문을 중심으로 조형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이번 기획초대전 《Bind》는 단순한 시각적 전시를 넘어 존재와 존재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와 그 본질을 탐구하는 사유의 장으로 기획됐다. 특히 작가가 지난 1년 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묶기’와 ‘매듭’이라는 행위의 결과물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작가는 지난해 첫 개인전에서 보자기를 묶어 만든 ‘보따리’를 통해 포용의 상징과 기억의 저장소를 표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보따리를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담아내는 상징적 존재로 해석했다. 보따리 끝에 피어난 날개 형상의 조형은 억눌린 기억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력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전시 《Bind》는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재료와 철학적 깊이 면에서 한층 확장된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기존의 부드러운 보자기라는 소재에 머물지 않고 철사와 로프 등 거칠고 단단한 물성을 가진 재료로 영역을 넓혔다. 이를 통해 매듭이 지닌 긴장감과 서사를 보다 견고하게 구축해냈다.
![]() [코리안 투데이] 김형태 조형작가 기획초대전《Bind》개최 © 최낙숙 기자 |
그에게 있어 ‘묶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두 대상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흩어져 있는 존재들에 질서를 부여하고,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것들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를 맺어주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작품 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매듭은 긴장과 이완이 공존하는 인간 관계의 속성을 상징한다. 서로 얽히고 교차하는 구조 안에서 응축된 에너지는 때로는 인간을 얽매는 구속으로, 때로는 끊어질 수 없는 단단한 유대로 치환돼 나타난다. 김 작가는 이러한 양가적 감정을 조형적 긴장감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특히 이번 작업의 밑바탕에는 노자의 철학이 깊게 흐르고 있다. 김 작가는 『도덕경』에 등장하는 “만물은 서로 기대어 존재한다(有無相生)”는 문장을 자신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그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대상들이 관계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고 바라본다. 홀로 존재하던 재료들은 작가의 손길을 통해 묶이고 매듭지어지면서 새로운 질서와 서사를 만들어낸다. 단절된 존재들이 연결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과정인 셈이다.
김형태 작가의 작업은 의사로서의 경험과도 깊게 연결된다. 정교한 수술을 집도하는 안과 전문의로서의 섬세한 감각은 그의 조형 작업 속에서도 드러난다. 미세한 균형과 긴장, 구조를 다루는 손의 감각은 철사와 로프, 매듭을 활용한 작업 속에서 더욱 밀도 있게 구현된다.
여기에 소목과 옻칠 등 오랜 시간 수련해온 공예적 숙련도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전통 공예를 통해 익힌 재료의 물성과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는 김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예술계에서는 그의 작업이 단순한 설치미술이나 조형 작업을 넘어 인간 관계와 사회적 연결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각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존재와 관계에 대한 사유를 동시에 제시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매듭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의 흔적”이라며 “묶는 행위를 통해 존재와 존재 사이의 보이지 않는 흐름과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삶 속 관계의 의미와 연결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곳곳에 놓인 매듭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단절이 아닌 연결로서의 삶,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팽팽한 생명력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 얽힘과 긴장은 결국 인간 존재가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관계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의학과 공예, 현대 조형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김형태 작가의 이번 《Bind》 전시는 연결과 관계의 철학을 깊이 있게 사유하는 특별한 전시로 자리할 전망이다.
[전시 개요]
* 전시명 : 김형태 기획초대전 《Bind》
* 전시기간 : 2026년 5월 1일(금) ~ 5월 30일(토)
* 전시장소 : 아뜰리에 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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