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없애면 마음이 씩씩해질 거라 믿었던 아이가, 그림자를 잃고 나서야 자신이 잃은 것이 두려움만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강지연 작가의 그림동화 『그림자를 맡아드립니다』는 이 역설 하나로 감정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끌어안아야 할 자기 일부로 되돌려놓는다. 그림자를 떼어내면 가벼워질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이야기는 아이 독자에게 두려움도 결국 나의 한 조각이라는 질문을 건넨다.
어린이 그림책 시장에서 감정과 마음을 다루는 작품은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불안·두려움·외로움처럼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늘었고, 이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알아차리고 표현하도록 돕는 사회정서학습(SEL)이 국내외 유아·초등 교육 현장에서 자리를 넓혀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해외 그림책 출판에서도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캐릭터화해 마주 보게 하는 방식이 꾸준히 시도돼 왔고, 국내 창작동화 역시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이야기 속 사건으로 체험하게 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림자를 맡아드립니다』는 그림자라는 익숙한 소재를 빌려,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야기는 다온이라는 아이가 햇볕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골목 안 그림자 가게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할머니가 꺼낸 은빛 가위로 그림자를 떼어낸 다온은 깃털처럼 가벼워지지만, 그 대가로 기쁨과 따뜻함마저 조금씩 희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변화는 다온이 자신의 그림자를 다시 찾기로 결심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상자 속 고양이와 가게에 쌓여 있는 다른 이들의 그림자를 마주하며 이야기는 한층 넓어진다. 책은 ‘가게의 발견’, ‘신비한 가게’, ‘할머니와 가게 소개’, ‘그림자의 무게’, ‘저마다 다른 그림자’ 순으로 세계를 열고, ‘깃털처럼 가벼워진 사람들’과 ‘다온의 그림자’를 거쳐 ‘결심하는 다온’, ‘할머니의 침묵’, ‘그림자가 떨어지는 순간’으로 이야기를 전환한다. 이후 ‘가벼워진 다온’부터 ‘희미해지는 마음’, ‘상자 속 고양이’, ‘그림자의 기억’, ‘그림자들이 가득한 가게’를 지나 ‘다온의 선택’, ‘돌아온 그림자’, ‘고양이에게 이어진 검은 길’, ‘달라진 그림자 가게’, ‘빛과 함께 걷는 다온’까지 총 20개 장이 순서대로 이어지며, 뒤편에는 작가의 말과 독후 연계 활동이 실려 부모와 아이가 책을 읽은 뒤 감정에 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두려움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 앞에서 위축되는 유아 및 초등 저학년 어린이, 그리고 아이의 감정 표현을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가 함께 읽기에 맞는 책이다. 그림동화 특유의 느린 호흡은 아이 혼자 읽기보다 부모와 아이가 한 장면씩 짚어가며 대화하는 독서를 염두에 둔 구성이며, 책 말미의 독후 연계 활동은 이 대화를 구체적인 질문과 놀이로 옮기도록 돕는다.
“이 그림자만 없어지면 나도 씩씩해질 수 있을까요.” 할머니는 대답 대신 다온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은빛 가위가 그림자를 떼어낸 순간 다온의 발밑은 말끔해지지만, 무서운 일이 사라진 자리에서 기쁜 일도 조금씩 희미해진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한데 다온은 그 따뜻함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이 장면에서 갈라지는 다온의 선택이 후반부 이야기를 이끄는 축이 된다.
이 책을 먼저 읽을 독자라면 다온이 그림자를 되찾기로 결심하는 순간과, 상자 속 고양이 에피소드가 가게에 쌓인 다른 이들의 그림자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그림자를 맡아드립니다』는 강지연 작가가 짓고 WIA Book이 2026년 9월 23일 전자책으로 선보이며, 정가는 5,00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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