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4] 던져진 화극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34 · Book 1 「별이 모이다」

봉의정의 두 사람의 포옹이 느리게 흘러가던 그 시각, 장안 궁궐의 어전에서 동탁(董卓)이 자기 뒤쪽의 시립 자리가 비어 있음을 보았다.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 화극을 든 봉선이 한 걸음 물러서서 서 있어야 하였다. 오늘 그 자리의 돌 위에 빈 공기만이 얹혀 있었다.
동탁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헌제에게 양해도 구하지 아니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레의 바퀴가 장안 서쪽 길의 흙먼지를 크게 일으키며 달렸다. 상부의 문 앞에 말 한 마리가 매여 있었다. 봉선의 안장이었다. "문지기. 온후(溫侯)는 어디 있느냐." "후당 쪽으로 들어가셨사옵니다."
동탁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좌우를 물리치고 후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문을 단숨에 열어젖혔다. 안은 비어 있었다. 시첩 한 사람을 불러 세웠다. "초선은." "후원에서 꽃을 보고 계시옵니다."
동탁의 손이 허리의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놓았다. 후원의 쪽문을 향해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꽃나무 가지 사이로 봉의정의 작은 지붕이 보였다. 지붕 아래 굽은 난간 곁에 화극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 두 사람이 기대어 서 있었다. 봉선. 그리고 초선.
"봉선." 동탁의 한 마디가 굽은 지붕의 기왓장을 크게 울리며 터졌다. 그 한 마디가 오늘 후원의 공기를 뒤로 밀었다.
여포가 고개를 돌렸다. 동탁의 얼굴을 본 순간, 몸이 크게 튀어 올랐다. 초선을 옆으로 밀어 놓고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동탁이 한 걸음에 난간 옆으로 다가섰다. 손이 여포의 화극을 단숨에 낚아챘다. 그 화극이 오늘 처음으로 동탁의 손 안에서 치켜 올라갔다. 주인 없는 칼 한 자루가, 주인의 손이 잠깐 비어 있는 그 호흡 사이에 다른 손 안쪽으로 먼저 넘어가 있었다.
"저놈." 동탁이 화극을 치켜 들고 여포의 뒤를 쫓았다. 동탁의 몸은 비대하였고, 여포의 걸음은 빨랐다. 봉의정의 돌길을 두어 걸음 뛰자마자 두 사람의 거리가 이미 멀어져 있었다. 동탁이 손의 화극을 앞으로 내던졌다. 화극이 공기를 찢으며 날았다. 여포가 뒤를 돌아보고 재빨리 오른손을 들어 날아오는 자루 쪽을 쳐냈다. 화극이 돌길 위에 철커덩 떨어졌다.

동탁이 급히 달려가 화극을 다시 주워 들었다. 두 번째로 달려 나갔으나, 여포의 몸이 이미 후원 담장의 쪽문 바깥쪽으로 사라져 있었다. 동탁의 비대한 몸이 달리기에는 오늘 저녁의 거리가 이미 너무 멀었다. 숨을 고르며 쪽문을 향해 다시 걸어 나갔다. 분노가 어깨에서 무겁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쪽문의 문지방을 한 걸음 넘어선 그 순간이었다. 마주쳐 오던 한 사람의 가슴이 오늘 저녁 처음으로 동탁의 가슴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두 사람의 몸이 서로의 무게 안에서 크게 기울었다. 부딪혀 온 사람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동탁의 비대한 몸은 뒤로 넘어졌다. 돌길 위에 탁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손의 화극이 오늘 두 번째로 돌길 위에 떨어졌다.
부딪혀 온 사람이 당황하여 손을 내밀며 외쳤다. "주공. 이 부딪힘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동탁의 분노한 얼굴이 다시 가라앉았다. 그 사람이 그의 사위 이유(李儒)였다. 동탁이 이유의 손을 붙잡고 일어서, 후당으로 돌아왔다.
이유가 동탁의 잔을 받아 놓고 낮게 한 마디를 올렸다. "주공. 한 마디 고사(故事)를 여쭈고자 하옵니다. 춘추(春秋) 때 초장왕(楚莊王)이 연회에서 바람에 촛불이 꺼진 순간에 한 신하가 왕비의 옷을 잡는 일이 있었사옵니다. 왕비가 그 신하의 갓끈을 잡았으되, 장왕이 모든 신하에게 갓끈을 끊게 하여 그 신하의 부끄러움을 덮어 주었사옵니다. 나중에 진(秦)과 싸울 때 그 신하가 장왕의 목숨을 구하였사옵니다. 이를 '절영지회(絕纓之會)'라 하옵니다. 주공께서도 오늘 화극의 던짐을 거두시고, 초선을 여포에게 돌려주시면 여포가 목숨으로 보답할 것이옵니다."
동탁이 한참 침묵하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유. 이 여인을 돌려보내는 일은 안 된다. 이 여인이 없이는 이 상부의 밤이 한 해 만큼 긴 법이다." 이유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의 안쪽에 한 결의 실망이 숨어 있었다.
Book 2의 네 번째 저녁이 상부 후원의 쪽문 앞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擲戟怒(척극노, 던진 화극의 분노)의 세 글자가, 주인의 손에서 다른 손으로 넘어간 칼의 궤적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33의 鳳儀步의 발자국이 오늘 저녁 화극의 던짐의 궤적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주인 없는 칼 한 자루가 주인의 손이 잠깐 비어 있는 호흡 사이에 다른 손 안으로 건너가는 저녁이 있지요. 그 건너간 칼이 던져졌다가 다시 돌길 위에 떨어지는 궤적 안쪽에 한 사람의 평생의 방향이 놓이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저녁 당신의 손의 칼 한 자루도, 잠깐 비어 있는 호흡 사이에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궤적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