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지난달 KIHA 정기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한 회원분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보여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이게 제 심박수를 하루 종일 재고 있대요. 그런데 이 숫자를 보면서 제가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이 한마디가 오늘 우리가 통합치유 현장에서 마주한 가장 정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터는 넘치는데, 그 데이터를 삶으로 옮기는 다리가 없다는 것 말입니다.
제가 요즘 공부하고 있는 「디지털치유론 Level I」 12장은 전 세계 원격 헬스케어의 흐름을 다룹니다. 숫자만 봐도 압도적입니다.
“2025년, 전 세계 텔레헬스 시장은 1,864억 달러 규모에 달했습니다. 2032년까지 7,91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Fortune Business Insights, 2025
불과 몇 년 사이 원격으로 몸 상태를 살피고 상담을 받는 방식이 전 세계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책이 강조하는 게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가”가 아니라 “이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삶에 들여놓느냐”라는 점입니다. 그 대목을 읽으며 저는 앞서 말씀드린 회원분의 스마트워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KIHA에서 자가 돌봄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요즘 회원분들 중 상당수가 이미 웨어러블 기기나 건강 앱 하나쯤은 쓰고 계십니다. 걸음 수, 수면 시간, 심박 변이도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확인하는 시대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숫자를 보고도 “그래서 오늘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나”를 스스로 묻는 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통합치유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기기가 알려주는 신호를 진단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점으로 삼는 것이지요. 잠을 깊이 들기 어려운 분이 수면 앱의 그래프를 들고 오시면, 저는 그 숫자로 무언가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 몇 시에 화면을 마지막으로 보셨어요”, “저녁 산책은 하셨어요” 같은 질문으로 하루의 리듬을 함께 되짚어 봅니다.
책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이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스스로 인식하게 돕는 도구로 자주 언급됩니다. 저는 이 대목이 통합치유의 오랜 원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텔레헬스는 “건강과 관련된 모든 원격 서비스”를 아우르는 우산 개념입니다.
이 정의를 다시 읽으며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텔레헬스가 우산이라면, 그 우산 아래 서 있는 사람이 결국 자기 몸의 신호를 읽고 자기 하루를 조정하는 주체여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기술은 관찰을 도울 뿐, 그 관찰을 삶의 균형으로 옮기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KIHA가 회원분들께 늘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앱이 알려준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숫자 뒤에 숨은 내 하루의 습관을 들여다보시라고요.

몇 해 전 협회 활동 초기, 저는 원격 돌봄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화면 너머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나 싶었지요. 하지만 팬데믹을 지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방에 계신 회원분과 화상으로 상담을 나누던 날, 그분이 “이렇게라도 얼굴 보고 이야기하니 마음이 놓인다”고 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거리가 멀어 좀처럼 협회 세미나에 오시기 어려웠던 분들이 화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 저는 기술이 사람을 멀어지게도, 가깝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중요한 건 그 화면 뒤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서 있느냐였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우리는 지금 큰 격차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책에도 나오듯 한국은 OECD 38개국 가운데 비대면 건강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은 손에 쥐고 있어도, 그것을 자기 몸과 마음을 돌보는 도구로 쓰는 방법은 세대마다 크게 다릅니다. KIHA 세미나에 오시는 60대 이상 회원분들 중에는 건강 앱을 켜는 것조차 낯설어하시는 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반면 20~30대 회원분들은 이미 수면, 스트레스, 활동량 데이터를 매일 들여다보며 살아가십니다. 저는 이 격차를 메우는 일이야말로 앞으로 K-치유가 짊어져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삶의 균형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손목의 시계나 스마트폰 앱이 알려주는 숫자를 그저 흘려보내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작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그 숫자 하나를 붙잡고 스스로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봐 주세요. “이 숫자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그 질문에서 자가 돌봄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12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원격 헬스케어의 세계적 흐름과 그 안에서 통합치유가 설 자리를 좀 더 깊이 나누고 싶은 분들은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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