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유론] 증거로 신뢰를 짓는 법, 디지털 치유가 배워야 할 겸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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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얼마 전 KIHA 정기 세미나에서 한 회원분이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회장님, 요즘 나오는 수면 관리 앱들은 정말 믿을 만한가요? 그냥 광고 같기도 하고요.” 저는 그 질문이 참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그 질문 안에 통합치유가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화두, 바로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세미나에서 저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11장에서 다룬 임상시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디지털 치료 도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촘촘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지를요.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디지털 플라시보’ 개념이었습니다. 전통적인 약은 겉모습이 똑같은 가짜 약으로 비교할 수 있지만, 디지털 도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Sham 앱은 솜즈와 외관이 유사하지만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치료 요소는 제외하고, 일반적인 수면 위생 정보만 제공합니다. 이 설계를 통해 연구진은 콘텐츠 자체의 효과를 앱 사용이라는 행위 자체의 효과와 분리하여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며 KIHA 회원분들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냥 앱을 켜놓기만 해도 마음이 놓여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말씀이 틀린 게 아닙니다. 실제로 연구자들도 ‘사용한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안정감과, 그 안에 담긴 콘텐츠의 실질적 도움을 구분해서 보려고 애를 씁니다. 저희 협회가 강조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어떤 도구든 그것이 왜 도움이 되는지를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태도, 그것이 통합치유의 출발점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디지털치유론

디지털 도구가 일상에서 자가 돌봄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는 제가 협회 활동을 하며 가장 많이 관찰하는 지점입니다.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잠을 깊이 들기 어려운 분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생활 리듬을 스스로 기록하고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균형을 조금씩 되찾습니다. 앱이 남기는 사용 기록, 수면 패턴, 감정 체크인 같은 소소한 데이터들이 사실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것을 ‘디지털 일기장’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나를 비춰주는 도구요.

디지털치유론 보조 이미지

통합치유 관점에서 제가 더 눈여겨보는 대목은 ‘실세계 증거’라는 개념입니다. 통제된 실험실 안에서의 결과와, 실제 우리 일상 속에서의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무릎을 쳤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본질적으로 데이터 수집 플랫폼입니다.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는 모든 순간에 데이터가 생성되며, 이는 실시간으로 수집되어 효과의 지속성 평가, 하위 집단 분석, 제품 개선을 위한 인사이트로 이어집니다.

이 문장은 사실 통합치유 현장의 오래된 원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희가 강조해온 ‘자가 관찰의 힘’이 바로 이것입니다. 매일 조금씩 기록하고, 그 흐름을 나 스스로 읽어내는 습관 말입니다. 실험실의 데이터가 아니라 내 삶의 데이터가 결국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는 것을, 저는 협회 활동을 하며 수없이 확인했습니다. 한 회원분은 6개월간 자신의 수면 기록을 스스로 그래프로 그려보시더니 “약에 의지하지 않고도 제 리듬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이 이 챕터가 말하는 실세계 증거의 가장 소박하고도 정직한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치유론

제가 KIHA 협회장으로서 늘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 도구든 전통적 통합치유법이든 결국 중요한 건 ‘겸손한 증거’라는 점입니다. 어떤 도구도 만능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 것, 그 도구가 왜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임상시험이 이탈률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며 사람들의 중도 포기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저희 협회도 회원분이 자가 돌봄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를 그냥 넘기지 않고 함께 찾아 나갑니다. 그것이 숫자로 증명되는 신뢰든, 마음으로 느껴지는 신뢰든 결국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결코 뒤처져 있지 않습니다. 2023년 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가 허가된 이후, 지금은 여러 적응증에 걸쳐 허가와 임상시험 승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세대 간 격차를 더 눈여겨봅니다. 젊은 세대는 앱 하나를 켜는 것도 자연스럽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문턱입니다. KIHA가 디지털 도구와 전통적 자가돌봄 실천을 함께 안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도구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정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보고 계신가요. 거창한 도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의 리듬을 짧게라도 적어보는 것부터 함께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증거는 거창한 실험실에서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하루하루에서도 조용히 쌓여갑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11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임상시험 설계부터 미국·한국·유럽의 규제 승인 경로까지, 디지털 치유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여정이 궁금하신 분은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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