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며칠 전 KIHA 정기 세미나가 끝난 뒤, 한 회원분이 다가와 조용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은 잠을 깊이 들기 어려운 날이 많아서, 스마트폰에 명상 앱을 하나 깔아두고 밤마다 3분씩 듣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그냥 기분 탓인지 궁금해요.” 저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최근 다시 정리하고 있던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9장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사실 저 역시 협회 일로 하루가 빡빡하게 채워지는 날에는, 명상이라는 것이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세미나·워크숍·상담 일정이 겹치는 주간이면 저조차 잠자리에 누워서도 머릿속으로 다음 날 일정을 굴리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책을 다시 들여다보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뇌에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을 때, 그러니까 멍하니 있을 때 오히려 활발해지는 신경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Default Mode Network(기본 모드 네트워크)는 뇌가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지 않을 때, 즉 ‘멍하니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들의 네트워크입니다. …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약 50%를 마음 방황(Mind Wandering)에 사용합니다. … 흥미롭게도, 이러한 마음 방황은 불행감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책에서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저는 그 회원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머릿속으로 낮에 있었던 일을 계속 되짚고, 내일 할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정작 눈은 감았는데 마음은 쉬지 못하는 상태. 그것이 바로 ‘방황하는 마음’이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3분짜리 명상 앱이 하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 방황하는 주의를 호흡이나 소리 같은 단순한 대상으로 살며시 되돌려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분께 “앱이 뭔가를 해주는 게 아니라, 그저 스스로 되돌아오는 연습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디지털 도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명상 앱이 무언가를 낫게 해주는 도구는 아닙니다. 다만 하루 중 잠깐이라도 자기 자신의 호흡과 감각으로 주의를 되돌려놓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자가 돌봄의 작은 문 같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KIHA에서 만나는 많은 회원분들도 비슷합니다. 거창한 결심보다는 하루 3분, 출근길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호흡을 세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상의 균형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한 회원분은 처음엔 3분도 지루하다고 하셨는데, 두 달쯤 지나자 오히려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씀하시더군요.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하루의 결을 바꾸는 작은 습관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놓는 모습을, 저는 협회 활동을 하며 자주 목격합니다.
명상은 뇌 활동 패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의 물리적 구조까지 변화시킵니다. … 8주간의 마음챙김 기반 프로그램 후, 참가자들의 편도체 회백질 밀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이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성 감소와 연관됩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는 통합치유가 지향하는 방향과 참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통합치유는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 사람을 바꾸겠다고 나서지 않습니다. 대신 호흡, 습관, 환경, 관계 같은 여러 결을 함께 다듬어가면서 몸과 마음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곁에서 거들어주는 접근이라고 저는 늘 강조해왔습니다. 편도체나 전두엽 같은 단어는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 꾸준한 자기 돌봄이 뇌라는 우리 몸의 일부에도 흔적을 남긴다는 이야기는, 통합치유 현장에서 제가 늘 보아온 것을 과학의 언어로 다시 확인해준 셈입니다.

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디지털 도구에 의지해도 괜찮은가요”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마다 이렇게 답합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습관을 얼마나 꾸준히 쌓아가느냐라고요.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도 저녁 시간을 정돈하는 습관을 만들어가시는 회원분들을 볼 때마다, 저는 디지털 명상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내 하루를 돌보는 작은 의식’ 정도로 받아들여지길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의식이 쌓여 몇 달 뒤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신 모습을 뵐 때, 협회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대를 놓고 보면 이 흐름은 더 흥미롭습니다. 젊은 세대는 앱으로 명상을 시작하는 것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 반면, 어르신 세대는 여전히 정좌하고 눈을 감는 전통적인 방식을 편안해하십니다. KIHA 워크숍에서는 이 두 흐름을 굳이 나누지 않고, 스마트폰 세대에게는 짧은 가이드 음성을, 어르신들께는 같은 원리를 말과 호흡으로 풀어드리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방식은 달라도 향하는 곳은 같다는 것을, 저는 현장에서 매번 확인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K-치유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전통의 지혜를 버리지 않으면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더 많은 사람에게 그 문을 열어드리는 것 말이지요. 최근에는 자녀가 부모님께 명상 앱을 대신 설치해드리고 함께 3분씩 듣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마음이 얼마나 자주 방황했는지 잠시 떠올려보신 적 있으신가요. 거창한 준비 없이, 지금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딱 한 번 눈을 감고 세 번의 호흡만 천천히 세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짧은 순간이 여러분의 하루를 정돈하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KIHA도 이런 작은 시작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9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명상의 신경과학적 원리부터 디지털 명상 앱, VR 명상, 뉴로피드백까지 궁금하신 분들은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치유의 기준으로서, 앞으로도 통합치유와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지점을 계속 살펴 나가겠습니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