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하루의 온도를 바꾼다. 노희지 작가의 전자책 『말의 물결』은 축구 경기 중 튀어나온 거친 말 한마디가 두 아이 사이를 얼어붙게 만들고, 되돌아온 시간 속에서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짧은 우화로 담았다. 화려한 수식 없이 교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으로 말의 무게를 드러낸다.
학교 현장에서 언어폭력과 또래 갈등은 오래된 과제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관계를 무너뜨리고, 그 여파가 교실 분위기 전체로 번지는 사례는 어느 학급에서나 낯설지 않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지식 전달을 넘어 감정을 다루는 힘, 이른바 사회정서역량을 기르는 수업이 국내외에서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말의 물결』은 그 문제의식을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 언어로 옮겨 놓았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그림동화라는 형식은 저자의 오랜 현장 경험과 맞닿아 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지켜본 경험은, 긴 설명보다 짧은 장면 하나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판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읽힌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나열하지 않고 대사와 침묵만으로 전달하는 구성은 그 판단의 결과다.
시간을 되돌리는 설정은 동화에서 흔한 장치이지만, 이 책에서는 벌칙이나 반전이 아니라 같은 상황을 다르게 말해보는 연습으로 쓰인다. 아이는 첫 장면에서 내뱉은 말과 두 번째 장면에서 고쳐 말한 문장을 나란히 마주하게 되고, 그 차이가 곧 이야기의 결말을 바꾼다. 말 한마디의 무게를 설명이 아니라 눈앞에서 확인시키는 방식이다.
전자책(PDF) 형식이라 태블릿이나 휴대전화로도 곧바로 펼쳐 볼 수 있다. 짧은 이야기 한 편은 등하굣길이나 쉬는 시간처럼 자투리 시간에도 완독이 가능하고, 필요한 장면만 다시 넘겨 보며 대화를 이어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저자 노희지는 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과 호흡하며 수업의 본질을 탐구해 왔고, 교장으로 퇴직했다. 이야기 중심 수업과 창의융합 교육을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그림동화 수업을 개발해 학생 참여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다양한 교원 연수와 강의를 통해 현장 교사들과 경험을 나누고,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수업 설계를 제안해 왔다.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앞서 『초록숲의 작은 이끼』, 『꼬꼬의 행진곡』, 『언제나 네 곁에』를 펴냈다.
구성은 단출하다. 본문 격인 「말의 물결」 한 편과 「작가의 말」 두 장으로 짜였다. 이야기는 체육 시간, 민우가 찬 공이 골대를 빗나가며 시작된다. 지아는 “너 때문에 졌잖아! 발을 왜 그렇게 뻗어?”라고 쏘아붙이고, 민우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수업이 끝난 뒤 계단에서 둘은 다시 마주치지만, 말 한마디 없이 계단은 조용하기만 한다. 냉랭해진 분위기 속에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하고, 다시 찾아온 기회 앞에서 민우는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분량이 짧아 저학년부터 청소년까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고, 교실에서 감정 표현과 사과의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 볼 자료로도 쓰기 좋다. 담임교사가 학급 회복 프로그램의 도입부로 활용하거나,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읽으며 말버릇을 되짚어 볼 용도로도 적합하다. 인성교육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곁들일 만한 분량과 구성이다.
“너 때문에 졌잖아!”라는 짧은 대사 하나로 갈등의 발단을 압축하고, 그 뒤를 잇는 침묵의 계단 장면으로 감정의 무게를 드러내는 전개가 이 작품의 특징이다. 설명 대신 장면으로 말하게 하는 방식은, 저자가 현장에서 다져온 이야기 중심 수업의 화법과 맞닿아 있다.
시간을 되돌리는 설정이 이후 저자의 다른 그림동화 시리즈와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다음 작품에서 확인해볼 지점이다. 『말의 물결』은 노희지 지음, 정가 3,000원, 전자책(PDF)으로 2026년 7월 18일 WIA Book을 통해 출간됐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malui-mulgyeol-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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