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유람선, 군산에 이어 이번엔 목포다. 그림책 시리즈 ‘토리와 루루’가 다섯 번째 여행지로 택한 곳은 유달산과 삼학도를 낀 항구 도시다. 신간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목포의 노래’는 보청기를 낀 다섯 살 아이 토리가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목포의 바람과 파도, 골목과 산책로가 품은 소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그림동화다. WIA Book이 2026년 7월 12일 전자책으로 내놓았다.
장애 이해를 다루는 그림책은 흔히 설명적이다. 보청기가 무엇인지, 난청이 무엇인지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다른 길을 택했다. 토리의 난청은 이야기 초입에 잠깐 스치듯 언급될 뿐, 이후 서사는 온전히 목포라는 도시의 소리를 따라간다. 국내외 아동문학이 최근 몇 년 감각 차이를 결핍이 아닌 관점의 차이로 그리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소리를 남들과 다르게 듣는 아이가 오히려 남들이 놓치는 소리를 더 세심하게 찾아낸다는 설정이 그렇다. 정보 전달형 장애 그림책과 갈라서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책은 32페이지, 5개 장으로 짜였다. 1장 ‘바람이 실어온 초대장’에서 시작해 2장 바다가 들려주는 비밀, 3장 골목길의 멜로디, 4장 고하도 산책로의 소리 보물을 거쳐 5장 ‘내 마음에 남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마무리된다. 장마다 목포의 실제 장소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춤추는 바다분수, 유달산, 삼학도, 목포해상케이블카, 갓바위, 고하도전망대 같은 지명이 그대로 삽화 속 무대가 된다. 미리보기에 실린 한 대목이 이야기의 결을 보여준다. “엄마 엘라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토리야, 우리 이번에는 특별한 소리들을 만나러 목포라는 멋진 바다 도시로 떠나볼까?” 목포에 도착한 가족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춤추는 바다분수였고, 밤하늘로 물줄기가 솟구치는 장면에서 첫 여정이 시작된다.
대상은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 그리고 함께 읽는 보호자다. 목차 앞뒤에 작가 소개와 등장인물 소개, 작가의 말을 배치해 그림책이면서도 한 권의 완결된 구성을 갖췄다. 청각장애 이해 교육 자료로도 쓰일 수 있게 설계된 점은 이 시리즈의 공통 특징이다. 앞서 나온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과 마찬가지로, 여행지의 소리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청기를 낀 아이의 일상을 이해하게 되는 구조다. 특정 도시 하나에 머물지 않고 매번 새로운 지역의 소리를 발굴하는 방식이라, 시리즈 전체가 일종의 청각 여행 기록으로도 읽힌다.
목포를 배경으로 고른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항구 도시는 뱃고동과 갈매기 울음, 파도 소리가 겹치는 곳이라 소리를 주제로 삼은 그림책의 무대로는 드물게 밀도가 높다. 근대역사거리의 골목과 고하도 산책로처럼 걷는 속도로만 들리는 소리까지 다루려면 도시 전체를 천천히 훑는 구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섯 장을 관광 코스가 아니라 소리의 지도로 배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삽화가 수채화풍으로 그려진 것도 이 구성과 맞물린다. 선명한 윤곽보다 번지는 색으로 소리의 여운을 표현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시리즈가 다음엔 어느 도시의 소리를 담을지, 다른 하나는 청각장애 이해 교육 현장에서 이 책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다.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목포의 노래’는 지승주·JIAN 공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gwireul-giulimyeon-deulrineun-mokpoui-norae-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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