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낀 다섯 살 소년이 첼로의 저음부터 징의 울림까지 온몸으로 받아내는 그림책이 나왔다. WIA Book이 7월 12일 펴낸 ‘토리의 낙원상가 악기소리 체험’은 청각의 어려움을 결핍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감각 경험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부제는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만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다. 무대는 다양한 악기상이 모여 있는 서울 종로 낙원상가, 안내자는 토리의 귀 곁을 지키는 소리요정 루루다.
장애 이해를 다룬 그림책은 대개 배려와 공감을 가르치는 문장으로 끝맺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한 걸음 더 들어가 소리를 촉각과 진동, 색채로 번역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외 그림책 시장에서도 특정 감각을 서사의 중심에 두고 타인의 경험을 몸으로 이해시키려는 작품이 꾸준히 나오는 흐름이 있다. 시각이나 촉각을 매개로 세계를 설명하는 그림책이 각국에서 꾸준히 소개돼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각 장애를 다루는 국내 그림책 역시 이 흐름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넓혀왔다. 이번 작품이 다른 지점은 저자가 실제 보청기 임상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았다는 데 있다. 아이가 소리를 ‘듣는’ 존재가 아니라 ‘느끼는’ 존재로 그려지는 이유다.
이야기는 소리요정 루루와의 만남, 두근두근 낙원상가로 떠나기, 온몸으로 느끼는 신나는 비트, 마음을 울리는 황금빛 파동,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까지 다섯 장으로 이어진다. 서울 종로 낙원상가라는 실제 공간을 무대로 삼아 첼로, 하프, 색소폰, 피아노, 호른, 클라리넷, 트럼펫, 트롬본, 드럼, 징까지 열 종의 악기가 차례로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 만나는 첼로의 깊은 저음부터 마지막 장의 징 울림까지, 악기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른 촉감과 무게로 그려지는 구성이다. 본문 앞에는 작가 소개와 등장인물 소개를, 본문 뒤에는 작가의 말을 배치해 구성을 마무리했다.
미리보기 원고에는 “징잉징~~~, 첼로의 깊고 무거운 소리가 토리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어요”라는 구절이 나온다. 소리를 언어가 아니라 의성어와 촉감으로 옮긴 문장이다. 원고 발췌를 보면 이야기는 결국 가장 가까운 가족의 소리,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심장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그려내며 마무리된다. 청각적 한계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수채화풍 그림으로 담아낸 점도 눈에 띈다.
유아·어린이 그림책을 찾는 가정은 물론, 보청기에 적응해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장애 이해 교육을 준비하는 교사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저자는 앞서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 등 토리 시리즈를 이어왔다.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에서 무대를 낙원상가로 좁히고 감각의 초점을 소리 하나에 모았다. 매 편마다 공항, 유람선, 군산 등 실재하는 장소를 무대로 삼아온 만큼, 이번에도 낙원상가라는 구체적 지명이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한다. 시리즈가 쌓일수록 토리라는 캐릭터가 아동 청각 건강 교육의 통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다음 권에서 토리가 어떤 공간, 어떤 소리를 만날지가 이 시리즈를 지켜볼 지점이다. ‘토리의 낙원상가 악기소리 체험’은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정가 1만 5000원에 출시됐으며, 도서 상세 페이지(wiabook.com/books/toriui-nakwonsangga-akgisori-cheheom-ko)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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