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재활 현장에서 18년을 보낸 전문가가 그림책 작가로 돌아왔다.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 대표 지승주가 쓴 ‘토리의 남산타워 나들이’가 7월 12일 WIA Book 전자책으로 나왔다. 부제는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떠나는 반짝이는 서울 소리 여행’. 듣기 어려운 소년 토리가 소리요정 루루의 도움으로 남산의 밤 풍경을 소리로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장애 이해를 다루는 그림책은 최근 몇 해 사이 꾸준히 늘었지만, 시각이 아니라 청각을 주제로 삼은 작품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해외 그림책 시장에서도 장애 아동을 주인공으로 세운 작품은 늘어나는 추세이나, 대개는 보청기나 수어를 소품처럼 다루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다르다. 저자가 임상 현장에서 직접 관찰해온 난청인의 듣기 경험을 서사의 축으로 세우고, 루루라는 요정 캐릭터를 통해 소리를 증폭하고 연결하는 과정 자체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저자는 어음 변별력이 낮은 이들을 위한 연속 청능 재활 시스템(CSR, Continuous Speech Rehabilitation)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이력이 있는데, 그 경험이 루루라는 설정에 스며 있다.
이야기는 토리 가족이 노란 버스를 타고 남산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미리보기에 실린 “우와! 엄마, 저기 노란 버스가 우리가 탈 버스예요? 귀엽게 생겼어요!”라는 토리의 대사가 여정의 문을 연다. 엄마가 “우리 토리, 루루랑 같이 신기한 소리 들을 준비 다 되었니?”라고 묻자 토리는 “오늘 루루가 엄청 큰 소리도 다 들리게 해준대요. 씩씩하게 다녀올게요!”라고 답한다. 책은 ‘설레는 출발, 소리 여행의 시작’부터 ‘자연 속에서 찾은 맑은 노래’ ‘하늘을 날아 우주 속으로’ ‘용기로 열어낸 신비로운 세상’ ‘반짝이는 밤하늘, 우리들의 소망’까지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토리가 “강물이 철썩철썩, 찰방찰방하면서 노래를 해요! 루루가 아주 선명하게 들려줬어요”라고 외치는 대목은 증폭된 소리가 아이에게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를 앞에 배치하고, 본문 뒤에는 작가의 말을 실었다.
수채화풍 그림으로 남산타워의 야경과 사랑의 자물쇠 난간을 담아낸 점도 눈에 띈다. 이야기 속 가족은 자물쇠에 소망을 걸며 토리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고, 엄마 엘라는 그 순간을 눈물로 간직한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부모와 함께 읽기에 맞춰졌고, 보청기 착용이나 난청 적응 과정을 아이에게 설명해야 하는 가정, 장애 이해 교육 자료를 찾는 교사와 도서관에도 활용도가 있다. 청각장애를 이질적인 소재가 아니라 가족 나들이라는 익숙한 상황 속에 녹여낸 구성이 저학년 눈높이에 맞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는 과정까지 차분히 따라가는 전개는 첫 나들이를 앞둔 아이에게도 안내서 구실을 한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토리·루루 시리즈가 공항·유람선·군산에 이어 남산으로 무대를 넓히며 다음에는 어떤 지역과 상황을 소재로 택할지다. 둘째, 저자가 특허 출원한 CSR 재활 개념이 앞으로 나올 후속작에서 서사 장치로 어떻게 더 정교해질지다. 도서는 EPUB3·PDF 전자책으로 제작됐으며 저자는 지승주·JIAN, 정가는 15,000원이다. 구매와 미리보기는 WIA Book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toriui-namsantawo-nadeuli-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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