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난청 어린이 토리가 보청기를 낀 채 남한산성 산길에 올라 자연의 소리를 하나씩 되찾아가는 그림책이 나왔다. WIA Book이 7월 12일 펴낸 전자책 <야호 산울림과 소리요정 루루>는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걷는 하루 동안 아이가 스스로 용기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부제 그대로 남한산성에서 만난 용기와 메아리의 이야기다.
장애 이해를 다루는 어린이 그림책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보청기나 인공와우 같은 보조기기를 특별한 물건이 아니라 일상의 도구로 그려내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이 책 역시 보청기를 착용한 주인공을 통해 청각 장애를 결핍이 아닌 세계를 여는 통로로 다룬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토리가 보청기를 착용하자마자 소리요정이 나타나는 설정은 보청기를 특별한 장치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하는 매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국내외 그림책 시장에서 이런 시도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몸과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완만한 통로 구실을 해왔다.
책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첫걸음’부터 ‘다시 만날 세상의 소리를 꿈꾸며’까지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토리가 아빠 네오, 엄마 엘라와 함께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해 소리요정 루루를 만나고, 산길을 오르며 자라나는 용기를 거쳐 정상에서 메아리를 터뜨리는 순서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본문 앞에는 작가 소개와 등장인물 소개가 실려 있어 어린 독자가 인물 관계를 먼저 파악한 뒤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고, 말미에는 작가의 말과 판권지를 두어 그림책 한 권의 형식을 갖췄다.
미리보기에는 “루루야, 오늘도 예쁜 소리 많이 들려줘!”라고 말하는 토리에게 루루가 “나만 믿어 토리야, 산속 소리를 모두 크게 키워줄게!”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등산로 입구에서는 구릿빛 피부의 아빠 네오가 배낭을 메고, 자상한 미소의 엄마 엘라가 토리의 손을 잡는 모습도 그려진다. 보청기를 통해 증폭되는 소리를 요정의 마법으로 바꿔낸 설정은 난청 어린이가 일상에서 겪는 경험을 동화적 언어로 옮긴 대목이다.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 콸콸 흐르는 계곡 물소리, 짹짹거리는 아기 새의 노랫소리,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까지 산에서 마주치는 청각 자극을 장면마다 구체적으로 묘사해 유아·어린이 독자가 소리를 상상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가파른 산길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 가족의 공감과 응원 속에서 다시 걸음을 떼는 과정을 그려 보청기 적응기에 있는 아이를 둔 가정은 물론 장애 이해 교육 자료를 찾는 어린이집·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키워드로 제시된 ‘성장그림책’, ‘가족그림책’ 표현처럼 이 책은 장애 이해 교육과 가족 서사를 함께 엮은 작품으로 분류된다.
정상에 선 토리가 성벽 위에서 세상을 향해 외친 “야호”와 그 뒤를 잇는 메아리가 다음 장면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가 이야기의 절정이다. 저자의 전작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과 이어지는 세계관을 이번 남한산성 편이 어떻게 확장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지승주·JIAN 지음,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WIA Book이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며,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yaho-sanulrimgwa-soriyojeong-ruru-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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