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으려는 아이 앞에서 부모에게 필요한 건 잔소리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사실을 그림책 한 권이 다시 확인시킨다. WIA Book이 8월 1일 펴내는 전자책 <잠을 배달합니다 – 잠의 요정 '잠귀'>는 시험이 걱정돼 잠 못 드는 토토, 더 놀고 싶어 잠을 미루는 밤비, 어두운 밤이 무서운 다롱이의 이야기다. 달나라에서 내려온 잠의 요정 ‘잠귀’가 세 아이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아 그림책에서 ‘취침 동화’는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지만, 최근 흐름은 자장가식 서사 한 종류로 모든 아이를 재우던 방식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외 그림책 출판 동향을 보면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세분화하고 그 이유에 맞는 해법을 이야기 속에 심어두는 구성이 늘어난다. 시험 스트레스, 놀고 싶은 마음, 어둠에 대한 공포는 겉보기엔 비슷한 ‘잠투정’이지만 원인은 저마다 다르다. 부모가 매일 밤 마주하는 실랑이도 사실은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아이 수만큼 다른 사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 흐름은 조용히 짚어왔다.
저자 강지연은 이야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힌다. 아이들이 그림동화책 한 권을 통해 웃고 상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글을 써왔다는 것이 저자 소개에 담긴 지향이다. <잠을 배달합니다>에서도 그 지향은 그대로 이어진다. 잠자리를 훈육의 시간이 아니라 하루 중 가장 다정한 시간으로 그려낸다. 아이를 재우는 쪽과 재워지는 쪽 모두에게 그 시간이 실랑이가 아니라 하루의 매듭이 되기를 바라는 시선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책은 저자소개와 작가의 말 사이에 총 10개 장으로 짜여 있다. 잠들지 못하는 토토·밤비·다롱의 밤에서 출발해 잠을 배달하러 달나라에서 내려오는 잠귀, 별빛 깃털 펜을 든 잠귀, 아이마다 다른 잠을 배달받는 세 장면을 거쳐 행복한 꿈나라 여행, 상쾌한 아침, 씩씩한 등굣길로 이어진다. 원고에는 ‘슈르르륵’이라는 의성어가 되풀이되는데, 이 소리는 잠귀가 잠을 배달할 때마다 등장해 아이가 다음 장을 예상하며 따라 읽게 만드는 장치로 쓰인다. 반복되는 소리와 순차적인 장 구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취침 의식이 되도록 짜여 있어, 아이가 다음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 스스로 예상하게 만든다. 그림체는 선이 간결하고 색이 따뜻해,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읽는 나이의 아이도 장면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
미리보기에는 ‘어느 날 밤, 잠이 오지 않는 토토, 밤비 그리고 다롱이 앞에 달나라에서 온 잠의 요정 잠귀가 찾아옵니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의 문이 열린다. 잠투정이 심하거나 특정한 이유로 잠들기를 거부하는 유아·저학년 아동에게 맞는 그림책이다.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며 아이가 오늘 하루 무엇을 걱정했는지 함께 짚어보는 용도로도 쓸 수 있어, 취침 전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는 독서 시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등교 준비로 아침이 분주한 가정이라면,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배달받았는지가 다음 날 아침의 표정을 가른다는 이야기 속 흐름이 낯설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매일 같은 실랑이를 반복하는 집이라면, 아이 옆에 두고 여러 번 되풀이해 읽어줄 만한 분량이기도 하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시험·놀이·어둠 세 갈래로 나뉘었던 아이들의 걱정이 이사한 첫날이나 동생이 태어난 밤 같은 다른 상황으로 확장될지, 그리고 잠귀가 이번 한 권으로 그치는 인물일지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등장할지다. 강지연 지음, WIA Book 펴냄. 정가 10,000원, 전자책(PDF)으로 8월 1일 출간됐으며 도서 상세 정보는 https://wiabook.com/books/jameul-baedalhapnida-ko/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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