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천둥을 무서워하는 고양이 두 마리가 알려주는 것은 하나다. 두려움은 감추는 순간 커지고, 말하는 순간 작아진다는 사실이다. WIA Book이 2026년 8월 1일 내놓는 그림책 『택배 배달부 고양이』는 이 단순한 진실을 늦가을 저녁의 작은 소동 하나로 풀어낸다. 주인공은 비와 천둥을 무서워하는 고양이 자매 행복이와 보름이다.
국내외 유아·어린이 그림책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 흐름은 감정 어휘를 직접 가르치기보다 이야기 속 행동으로 체득시키는 방식이다. 아이에게 ‘무서워하지 마’라고 말하는 대신, 무서움을 느끼는 캐릭터가 그 감정을 입 밖에 내는 장면을 보여주는 식이다. 그림책이 도덕 교과서에서 벗어나 감정 교육의 도구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이런 서술 방식의 변화가 있다. 『택배 배달부 고양이』도 이 흐름 위에 서 있다. 고양이 자매가 서로에게 건네는 ‘나도 무서워’라는 한마디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두려움을 나눌 대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먹구름이 빗방울로 녹아내리는 결말도 두려움을 없애기보다 함께 견디는 쪽을 택한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감정 그 자체를 인정하는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이야기는 늦가을 저녁, 행복이가 현관 앞에서 제 몸보다 긴 택배 상자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원고 속 묘사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상자 안에서는 토도독 빗소리와 고양이 울음이 함께 들려왔지요. 행복이가 포장 테이프를 자르자 비에 젖은 풀 냄새가 거실 가득 퍼졌어요.’ 바로 그 순간 창밖에서 번쩍, 우르릉 천둥이 울린다. 게임을 좋아하는 언니 고양이 행복이와 그 동생 보름이, 두 캐릭터가 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소동은 목차상으로도 저자 소개에 이어 단 하나의 이야기로 압축돼 있다. 인물 수를 최소화하고 사건을 하나로 좁힌 구성 덕에 어린 독자도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감정의 기승전결을 따라갈 수 있다.
분량과 구성 모두 취학 전후 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소리 내어 읽기에 적합하게 짜였다. 천둥·번개처럼 구체적인 대상에 두려움을 느끼는 연령대의 아이, 그리고 그 곁에서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나 교사 모두를 독자로 상정한 셈이다. PDF 형식 전자책으로 서비스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도 바로 펼쳐 볼 수 있어, 종이책 구비 없이도 잠자리 독서나 수업 중 화면 공유로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 독자층의 접근성을 넓히는 요소다. 짧은 분량은 반복해서 읽으며 감정 어휘를 익히는 용도로도 무리가 없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저자가 앞선 세 작품에서 이어 온 ‘AI 활용 그림동화 수업’ 방법론이 이번 작품의 구성과 언어 선택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다. 다른 하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다룬 이 그림책이 실제 교실 수업 자료로 얼마나 확장될지다. 저자가 교원 연수와 강의를 통해 현장 교사들과 수업 설계를 공유해 온 이력을 감안하면, 이 그림책 역시 읽기 자료를 넘어 감정 표현 수업의 사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택배 배달부 고양이』는 최슬기 지음, WIA Book 펴냄으로 2026년 8월 1일 전자책(PDF)으로 출간된다. 정가는 3,000원이며, 도서 상세 페이지 https://wiabook.com/books/taekbae-baedalbu-goyangi-ko/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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