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8월 8일 일요일 · 경성경성은 일요일 아침에도 늦더위 속에 있었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온통 하나였다. 지난 3일 밤, 시모노세키를 떠나 부산으로 오던 연락선 덕수환에서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바다로 몸을 던졌다.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이었다. 닷새가 지나도록 두 사람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날의 경성사건은 지난 3일 밤 11시, 관부연락선 덕수환이 시모노세키를 떠나면서 시작됐다. 4일 새벽 4시 무렵, 배가 대마도 부근을 지날 때 양장을 입은 여자와 중년 신사가 갑판에서 서로 껴안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배는 곧 멈추고 부근을 살펴봤지만 두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동아일보와 매일신보 등 경성의 신문들은 나흘 내내 이 소식을 이어서 전했다. 오늘로 닷새째, 그러나 시신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소문만 늘어갔다. 두 사람이 실은 죽지 않았다는 말, 뱃사람을 매수해 죽음을 꾸미고 중국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갔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싶어 했다.
공교롭게도 윤심덕은 죽기 며칠 전 일본에서 음반 한 장을 녹음해 두었다.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곡에 스스로 가사를 붙인 노래, 〈사의 찬미〉였다. 사건이 알려진 뒤 이 음반을 찾는 사람이 갑자기 늘었다고 한다. 조선말 노래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나온 음반이, 부르던 이의 죽음 소식과 함께 팔려나가고 있었다.
경성과 한반도이 소식이 경성만의 화제는 아니었다. 김우진의 고향 목포에서도, 윤심덕이 나고 자란 경성에서도 사람들은 신문을 붙들고 소식을 기다렸다. 김우진은 대지주 집안의 맏아들로 와세다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극예술협회를 만든 이였다. 이미 아내가 있는 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세간의 도덕론까지 불러일으켰다.
한편 같은 시기, 조선총독부 경찰은 지난달부터 제2차 조선공산당과 고려공산청년회 관계자를 잇달아 검거하고 있었다. 6·10만세운동을 준비했던 권오설 등이 붙잡힌 뒤 두 달 사이 전국에서 수천 명이 조사를 받았다고 전한다. 지난 4월 순종 승하와 6월의 만세운동으로 뒤숭숭했던 민심은, 가라앉기는커녕 이번에는 전혀 다른 방향의 화제로 다시 술렁이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바다 건너 영국해협에서도 이틀 전 큰 소식이 있었다. 미국인 수영선수 게르트루드 에덜리가 8월 6일, 프랑스 그리네곶에서 영국까지 14시간 31분 만에 헤엄쳐 건넜다. 여성으로는 처음이었고, 이제까지 그 바다를 건넌 어떤 남자의 기록보다도 두 시간 가까이 빨랐다. 세계 각국 신문이 이 소식을 앞다퉈 실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광저우를 떠난 국민혁명군이 북벌을 이어가고 있었다. 창사를 손에 넣은 데 이어, 8월 들어서는 후베이성에서 군벌 우페이푸의 군대와 맞붙어 잇달아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 목표는 우한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은 바다를 건너 이름을 얻었고, 다른 편에서는 총칼로 땅을 넓혀가고 있었다.
경성 24시일요일 아침, 정동과 종로의 교회에는 여느 때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예배가 끝난 뒤에도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말은 결국 그 사건으로 돌아갔다. 종로의 축음기 가게 앞에는 〈사의 찬미〉를 틀어 달라는 사람들이 걸음을 멈췄고, 신문팔이 소년들의 목소리는 여느 일요일보다 컸다.
낮이 되자 더위를 피해 한강으로 나온 이들도 있었다. 저녁 무렵에는 다시 거리마다 이야기꽃이 폈다. 죽었는가, 살았는가. 확실한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노래 한 곡만이 축음기 바늘 위에서 매일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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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2026년스캔들이 퍼지는 속도신문 호외·입소문, 며칠
SNS, 몇 분추모·소비의 방식음반 가게 앞 줄스트리밍 재생수 급증진위 확인 수단목격담과 소문에 의존기록·영상으로 즉시 검증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소문이 채우는 방식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때는 신문과 축음기가, 지금은 화면 하나가 그 자리를 채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확인된 사실보다 더 멀리 가는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내일도 경성의 거리는 이 이야기로 시작될 것이다. 시신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고, 노래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