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숙 작가의 첫 단독 에세이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가 미다스북스에서 출간된다. 섬진강 마을과 종갓집 부엌을 배경으로 101세를 살다 떠난 어머니의 삶을 딸의 시선으로 되짚은 책이다. 새벽 불씨와 재봉틀, 된장과 김부각, 수제비와 반짇고리 등 평범한 일상의 기억을 통해 한 여성의 생애와 부모 세대의 삶을 따뜻하게 복원한다. 한 사람의 어머니를 기록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 자신의 어머니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가족 에세이다. 8월 10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해 24일 정식 출간된다.
![]() [코리안투데이] 권미숙 작가의 신간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 표지 © 지승주 기자 |
“밥은 먹었니?”
살아오면서 어머니에게 얼마나 많이 들었던 말일까.
젊은 날에는 대수롭지 않았다. 때로는 귀찮았고, 바쁜 날이면 “먹었어”라는 짧은 대답으로 전화를 끊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자신도 부모가 되고, 어느 날 더 이상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면 비로소 알게 된다.
그것은 밥을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였고, 아프지는 않느냐는 걱정이었으며, 차마 길게 표현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권미숙 작가의 신간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는 바로 그 뒤늦은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미다스북스가 오는 8월 24일 출간하는 이 책은 ‘섬진강 마을과 종갓집 부엌에 남은 어머니의 손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72쪽에 걸쳐 한 딸이 101세를 살다 떠난 어머니의 생애를 돌아보며 가족과 고향, 음식과 노동, 여성의 삶과 세월의 기억을 하나씩 길어 올린다. 출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예약판매는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출간 정보가 확인된다. 예스24에는 이 책이 한국 에세이로 분류돼 있으며 권미숙 저, 미다스북스, 2026년 8월 24일 발행, 272쪽, 정가 1만9,500원으로 등록돼 있다.
한 사람의 어머니를 썼는데, 왜 우리 어머니가 떠오를까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화려한 사건에 있지 않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던 삶을 기록했다는 데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종갓집 며느리가 됐다. 시어른과 남편을 모시고 자녀들을 키우고 이웃을 살폈다. 두 집 살림을 하는 남편을 품어야 했으며, 질병과 전쟁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식들을 가슴에 묻는 아픔도 견뎌야 했다. 그렇게 한 세기를 넘어 101세까지 살았다.
그 삶을 단순히 ‘희생적인 어머니’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에는 10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고 깊다.
그래서 권미숙 작가는 어머니의 생애를 거대한 연대기로 쓰지 않는다.
불씨 하나, 된장 한 그릇, 재봉틀 한 대, 김부각 한 장, 수제비 한 그릇, 감말랭이와 시래깃국, 오래된 옷과 반짇고리 같은 작고 구체적인 기억으로 돌아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의 기억이 열린다.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이 생각나고, 할머니가 살던 옛집이 떠오르고, 오래전에 들었던 부모님의 말 한마디가 되살아난다.
한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 가족의 이야기’로 건너오는 순간이다.
종갓집 부엌, 기록되지 않았던 어머니들의 역사를 만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는 종갓집 부엌이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는 정치와 전쟁, 경제와 제도가 등장하지만 가족을 실제로 먹이고 입히고 키워낸 수많은 여성의 하루는 좀처럼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의 역사를 조금만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부엌은 또 하나의 역사 현장이 된다.
새벽에 불씨를 살리고 밥을 짓는다. 장을 담그고 가족의 옷을 꿰맨다. 손님을 맞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자녀들을 키운다.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 제1장은 그래서 ‘그 시절, 쉴 틈 없던 어머니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새벽, 한 줌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꽃가마 대신 짊어진 삶’, ‘부엌 한편, 멈춰 선 어머니의 시간’, ‘재봉틀, 삶을 짓다’, ‘된장, 그리움의 맛’ 등이 이어진다.
이 제목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한 여성의 하루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그곳에서 부엌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다.
한 여성의 청춘이 머물렀던 곳이며, 가족의 생존을 책임진 노동의 현장이자 어머니가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했던 장소다.
특히 보도자료에 소개된, 장갑 하나 없이 시장으로 향했던 어머니와 밥 짓는 손에 사향 냄새가 나면 안 된다며 화장품조차 마음껏 바르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은 한 시대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김부각·수제비·쑥국…어머니의 음식은 왜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까
책의 두 번째 장은 ‘계절마다 떠오르는 어머니의 손길’이다.
진달래, 아지랑이, 오월의 김부각, 삼복더위의 수제비, 감말랭이, 쑥국과 시래깃국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음식들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된장 냄새 하나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문이 된다. 김부각 한 장을 먹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릴 수도 있고, 뜨거운 수제비 한 그릇 앞에서 어린 시절 가족이 둘러앉았던 밥상을 기억할 수도 있다.
맛에는 기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이 특별했던 것은 최고의 요리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음식을 만들어주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했다.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가 음식 이야기를 통해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바쁠수록 얼굴 좀 보여라 잉”…잔소리가 사랑으로 번역되는 시간
이 책의 감정적 중심에 가장 가까운 장을 하나 꼽는다면 제3장 ‘그때는 몰랐던 말, 이제야 들리는 사랑’일 것이다.
‘밥 타령이 아닌, 사랑이었다’, ‘바쁠수록 얼굴 좀 보여라 잉’, ‘돌아보니 모두 사랑이었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함부로 버리지 마라’….
낯선 말들이 아니다.
어느 집에서나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부모 세대의 말이다.
젊을 때는 잔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의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르게 들린다.
“밥은 먹었느냐”는 말은 건강을 걱정하는 말이 되고, “얼굴 좀 보여라”는 말은 보고 싶다는 고백이 된다.
부모 세대는 사랑한다는 말을 지금처럼 자주 하지 않았다.
대신 밥을 먹이고 옷을 챙기고 기다렸다.
그렇기에 이 책은 독자에게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직접 설득하기보다, 독자 스스로 자신의 기억 속 어머니를 불러내게 한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감동을 강요하는 책과 기억을 깨우는 책은 다르기 때문이다.
딸이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보인 한 여성의 삶
권미숙 작가 자신도 굴곡진 시간을 지나왔다.
1958년 전남 곡성군 고달면에서 태어나 산길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녔고, 섬진강 나룻배를 타고 중·고등학교를 오갔다. 결혼해 1남 1녀를 키우던 중 남편의 사업 실패라는 어려움도 겪었다.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독서는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이후 입시학원 상담실장으로 20여 년간 학생과 학부모 곁을 지켰으며, 삶의 시련을 지나 신앙의 길로 들어서 현재 우리들교회 목자로 공동체를 섬기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과 직접 연결되는 시간은 퇴직 이후다.
저자는 친정어머니를 모시며 생애 마지막 4년을 함께 보냈다.
그 시간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
삶의 굴곡마다 써 내려간 일기가 글쓰기의 씨앗이 됐고, 한 사람의 어머니를 향한 기억은 마침내 한 시대의 부모 세대를 돌아보는 에세이로 확장됐다.
공저 『다시 쓰는 내 인생 페이지』에 참여했던 권 작가에게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는 첫 단독 에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어머니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무엇이었을까
책은 후반으로 갈수록 한 어머니의 개인사를 넘어 ‘우리가 무엇을 물려받으며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으로 넓어진다.
제4장에는 ‘땅 한 평보다 더 큰 유산’, ‘시대를 건너온 어머니들의 이야기’, ‘낡은 옷에 남은 어머니의 시간’, ‘반짇고리 속 작은 문학’, ‘강낭콩 두 알로 시작된 어머니의 사계절’이 자리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유산은 반드시 돈이나 부동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머니에게 배운 음식 하나가 유산일 수 있다.
조각천으로 만든 방석과 오래된 반짇고리도 유산이고, 밥상머리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삶을 견디는 태도 역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유산이다.
우리는 부모에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물려받는다.
말투와 식성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 어려움을 견디는 습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까지도 알게 모르게 이어받는다.
그래서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부모의 삶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자식의 삶 속에서 다른 형태로 계속된다.
“사랑은 늘 뒤늦게 무릎을 꿇는다”
마지막 제5장의 제목은 ‘우리에게 남은 추억이라는 유산’이다.
어머니가 지팡이를 놓던 날, 마당의 동백, 설빔과 정월 대보름, 명절 풍경, 섬진강 나룻배 그리고 ‘우리 집 추억의 박물관’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가운데 유독 시선을 붙드는 제목이 있다.
‘사랑은 늘 뒤늦게 무릎을 꿇는다.’
책 전체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이 문장을 떠올릴 수 있겠다.
사랑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사랑인 줄 몰랐던 것이다.
늘 밥을 차려주니까 당연했고, 늘 기다려주니까 당연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빈자리가 생기는 순간,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큰 사랑으로 채워져 있었는지를 뒤늦게 깨닫는다.
101세에 멈춘 어머니의 시간, 딸의 글 속에서는 다시 흐른다
사람은 떠나고 고향도 변한다.
오래된 집이 사라지고 마을의 모습도 달라진다. 한때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나룻배의 풍경도 언젠가는 기억 속 장면이 된다.
하지만 기록은 시간을 붙잡는다.
101세에 어머니의 육체적 시간은 멈췄지만 딸이 기억을 문장으로 옮기는 순간, 그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라는 제목은 책을 다 읽고 난 뒤 더욱 깊게 다가온다.
강물은 흘러가지만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 맡은 된장 냄새가 50년 전 부엌으로 우리를 데려가기도 하고,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주기도 한다.
기억 속의 강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흐른다.
부모님이 계신다면, 이 책을 조금 일찍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은 부모가 연로해진 중장년 독자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된 사람, 어머니의 전화를 바쁘다는 이유로 짧게 끊어본 사람, 부모님이 만들어주시던 음식이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부모님을 이미 떠나보낸 독자에게는 오래된 기억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도 의미가 있다.
지금의 어머니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은 아니다.
열일곱 살이 있었고 스무 살이 있었으며, 사랑과 꿈과 두려움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한 여성의 이름 앞에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진다.
좋은 가족 에세이는 다른 집 가족 이야기를 구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을 덮은 사람이 자기 가족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 엄마는 열일곱 살 때 무엇을 꿈꿨을까?”
“아버지와 처음 만난 날은 어땠을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나는 우리 어머니의 젊은 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지금 묻지 않으면 영영 물어볼 수 없게 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를 단순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책’으로만 읽어서는 아쉬운 이유다.
이 책은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는 동시에 아직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늦기 전에 들어보라고 말하는 책으로도 읽힌다.
책을 읽고 난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어머니에게 전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늘 어머니가 먼저 물었던 말을 이번에는 자식이 먼저 건넬지도 모른다.
“엄마, 밥은 먹었어?”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를 읽은 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독후감일 것이다.
어머니의 강은 멈추지 않는다.
어머니가 떠난 뒤에도 자식의 기억에서 흐르고, 음식에서 흐르고, 오래된 물건에서 흐르며, 다시 그 자식이 자신의 아이에게 건네는 사랑 속에서 흐른다.
권미숙 작가는 한 사람의 어머니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강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자신의 어머니 앞에 서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남의 어머니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아직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오늘 전화 한 통을 걸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도서 정보
도서명 : 『어머니의 강은 느리게 흐른다』
부제 : 섬진강 마을과 종갓집 부엌에 남은 어머니의 손길저자 : 권미숙출판사 : 미다스북스분야 : 에세이출간일 : 2026년 8월 24일예약판매 : 2026년 8월 10일~23일쪽수 : 272쪽판형 : 152×225mm
정가 : 19,500원
ISBN : 979-11-7682-047-9
도서 구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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