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무성한 잎사귀 사이, 손톱만 한 별 하나가 피어 있다. 다섯 갈래로 펼쳐진 붉은 꽃잎, 그 한가운데 흰빛과 분홍빛의 꽃술이 조그맣게 고개를 내민다. 유홍초. 이름조차 낯선 이 작은 꽃 앞에서 김우영 시인은 조용히, 그러나 서늘하게 말을 건넨다.
![]() [코리안투데이] 김우영 시인의 「유홍초」 © 장시백 기자 |
“수술실의 붉은 피처럼 / 초록을 베고 솟아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시선이 멈춘다. 꽃의 피어남을 이렇게 낯설게 보여주는 표현은 드물다. 흔히 개화는 열림이고 피어남이지만, 시인은 그것을 ‘벰’이라 부른다. 무성한 초록을 베고 그 틈으로 붉은 것이 솟아오른다는 상상이다. 수술실이라는 낯설고 차가운 공간의 이미지가 여린 꽃 위에 겹쳐지는 순간,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붉음은 문득 하나의 사건이 된다. 생명의 피어남 뒤에 감춰진 상처와 긴장까지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시인은 묻는다.
“가녀린 몸 어디에 저 빛을 숨겼을까.”
손끝으로도 쉽게 꺾일 듯한 가녀린 꽃에서 어떻게 저토록 강렬한 붉음이 솟아났을까. 이 물음에는 답이 없다. 오히려 답을 구하지 않는 마지막 문장이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겉으로는 여리고 평범해 보이는 존재 안에도 저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빛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 장의 사진 속, 어둠에 가까운 초록을 배경으로 홀로 선명한 붉은 꽃. 사진만 보았다면 그저 아름다운 꽃으로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처럼’, ‘베고’라는 시어가 놓이는 순간 꽃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연약한 몸에서 솟아난 붉음은 생명의 힘이면서 상처의 흔적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이 오래 남는다.
“가녀린 몸 어디에 저 빛을 숨겼을까.”
어쩌면 이 질문은 꽃에게만 던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여린 몸 안에 저마다의 빛을 숨기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짧은 세 줄의 시가 한 송이 꽃을 생명과 상처, 연약함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존재로 바꾸어 놓았다. 「유홍초」는 가녀린 꽃 한 송이에서 좀처럼 쉽게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붉음을 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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