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상처도 익으면 향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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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사과 한 알의 생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시간이 겹쳐 보일 때가 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익어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반듯하고 탐스러운 열매가 되고, 누군가는 흠집과 얼룩을 품은 채 나무에 매달린다. 박미진 시인의 「못난이 사과」는 그런 사과 한 알을 바라보며 우리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말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코리안투데이] 박미진 시인의 「못난이 사과」  © 장시백 기자

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사과는 처음에는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서 크기가 제각각이고 얼룩이 생기고 새에게 쪼인 흔적까지 남는다. 상품의 기준으로 보면 흠이 많은 사과다. 그런데 시인은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지 않는다. 흠집 난 사과가 여전히 환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흠집은 사과가 못났다는 증거라기보다 한 계절을 지나왔다는 흔적처럼 다가온다.

사과를 매달고 있는 나무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열매의 무게에 지친 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매달려 있던 열매들이 하나둘 떨어진다.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 마냥 풍성하고 아름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를 오래 품고 견디다 보면 나무도 사람도 지칠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열매마저 한 계절을 다 살아낸 모습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못난이’라는 이름도 오래 생각하게 한다. 사과가 본래 못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해놓은 모양과 크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반듯하지 않다는 이유로 값이 달라지고 관심에서 밀려나지만, 그 사과에게도 꽃 피던 봄이 있었고 열매를 키워낸 여름이 있었으며 마침내 가을까지 견뎌온 시간이 있다. 시인은 그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에 사과는 불 위에서 졸여진다. 여기서 시의 풍경은 한층 깊어진다. 깎이고 익어가는 사과를 바라보면, 지나온 계절이 한데 모여 맛으로 남는 듯하다. 모양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얼룩도 상처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간이 만들어낸 단맛이 남는다. ‘시간의 단내’라는 감각이 이 시를 오래 붙잡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못난이 사과」는 못난 존재를 억지로 위로하지 않는다. 그저 한 알의 사과가 봄에서 가을까지 살아가는 모습을 차분히 보여준다. 그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삶도 떠오른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흠집이 생기고,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 찾아온다. 남과 다른 모습 때문에 스스로를 못났다고 여길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은 없어지지 않는다. 흠집도 상처도 결국 내가 살아온 흔적이다. 박미진 시인의 「못난이 사과」는 그 사실을 거창한 말 없이 사과 한 알의 생으로 보여준다.

반듯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단순한 위로보다, 저마다의 시간을 견디며 익어가는 삶에는 저마다의 맛이 있다는 것을 이 시는 말해준다. 그 맛과 시간이 오래 마음속에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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