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낀 다섯 살, 영화관 굉음 앞에서 소리를 더 키워달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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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다섯 살 토리는 영화관을 가득 채운 굉음 앞에서 뒷걸음치는 대신 귀 옆의 요정에게 속삭인다. “루루야, 소리를 조금 더 키워줘.” 신간 그림책 『마이클 잭슨의 춤추는 소리를 찾아서』는 이 한마디로 보청기를 결핍의 표식이 아니라 아이 곁을 지키는 동반자로 바꿔놓는다. 저자 지승주가 쓰고 그린 이 책은 WIA Book이 8월 17일 EPUB3·PDF 전자책으로 선보였다.

청각장애를 다루는 그림책은 대개 ‘조용한 세계를 견디는 아이’라는 극복의 구도를 취한다. 이 책은 그 틀을 비켜 간다. 주인공 토리는 소리를 잃은 아이가 아니라 소리를 조율하는 아이로 그려진다. 작아서 놓치기 쉬운 소리를 부드럽게 키워주고 낯설고 큰 소리 앞에서 곁을 지키는 소리요정 루루는, 다름 아닌 토리가 착용한 보청기를 캐릭터로 옮겨놓은 존재다. 보조기기를 사물이 아니라 인격으로 그려 아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설명하게 하는 방식은 최근 해외 아동 콘텐츠에서도 낯설지 않은 흐름이다.

[코리안투데이] 신간 《마이클 잭슨의 춤추는 소리를 찾아서》 표지 © 코리안투데이 편집국이야기는 토리가 엄마 엘라, 아빠 네오와 함께 잠실 롯데타워로 향하는 데서 시작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건물 앞에서 토리는 고개를 한껏 들어 올리고, 루루는 귀 옆에서 조용히 소리를 키우기 시작한다. 반짝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착한 8층 롯데시네마에는 웅성웅성한 사람들 소리와 팝콘 냄새가 뒤섞여 있다. 티켓을 준비하는 아빠, 손을 꼭 잡아주는 엄마의 미소가 차례로 다가오고, 어둡고 낯선 극장 안에서도 토리는 무섭지 않다. 루루가 귀 옆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이 켜지고 마이클 잭슨의 춤과 음악이 시작되자 쿵쾅쿵쾅 심장을 울리는 비트가 밀려온다. 토리는 잠시 놀라지만 곧 루루에게 속삭인다. “루루야, 소리를 조금 더 키워줘.” 날개를 펄럭인 루루가 웅장한 사운드를 깨끗하게 증폭시켜 주자, 토리는 어깨를 들썩이고 엘라와 네오도 함께 웃는다.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영화를 본 토리는 세상에서 가장 씩씩한 어린이가 된 기분으로 부모를 꼭 안아준다. 소리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과 마음으로 함께 나누는 행복이라는 메시지가 이 장면에 압축돼 있다.

저자 지승주는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 대표이자 위아 언론인협회 초대 회장이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필명 ‘토토지(TOTOJI JIAN)’로 청각 디자인 전문가의 시선을 담아 베스트셀러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와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등을 펴냈다. 18년 넘게 보청기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소리를 되찾아주는 일을 해온 이력이 이번 그림책에도 그대로 스며 있다. 의학적 접근을 넘어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이야기꾼으로서, 보청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루루처럼 친근하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기획하고 그렸다.

구성은 다섯 개 장으로 나뉜다. 1장 ‘마법의 수호요정과 함께하는 날’에서 토리와 루루가 소개되고, 2장 ‘웅장한 세상 속으로 출발!’에서 가족은 잠실 롯데타워로 향한다. 3장 ‘루루야, 소리를 조금 더 키워줘!’는 롯데시네마 상영관에서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마주하는 순간을, 4장 ‘온 가족이 함께 추는 신나는 춤’과 5장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밤’은 그 여운을 담는다. 본문 앞뒤로 작가 소개와 작가의 말, 판권지가 배치돼 있어, 그림책 한 권이 저자의 현장 경험을 그대로 옮겨놓은 기록에 가깝다.

미리보기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귀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더 크게 들려주는 특별한 친구, 소리요정 루루가 살고 있어요.” 아이 독자에게는 자신의 몸에 붙은 기기를 스스로 설명할 언어를 쥐여주고, 부모에게는 낯선 공간에서 아이 곁을 지키는 태도를 보여준다.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도 무리가 없도록 눈높이를 낮춘 문장과 수채화 톤의 그림으로 구성했다. 장애 이해 교육 현장이나 가정에서 소리 체험을 주제로 대화를 트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영화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보청기를 낀 아이가 소리 크기를 스스로 조절해달라 요청하는 장면은, 보조기기 착용을 사적 불편이 아니라 함께 맞춰가야 할 환경의 문제로 옮겨놓는다. 다음 편에서 루루와 토리가 또 어떤 공간을 찾아갈지, 저자가 현장에서 만난 사례를 얼마나 더 이야기로 옮겨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승주가 쓰고 그린 이 책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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