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씨앗이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희게 부푼 씨앗들은 금세라도 어디론가 날아갈 듯하지만, 그 위에는 말라붙은 꽃의 흔적 하나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창희 시인은 이 작은 풍경에서 세월이 흘러도 떠나보내지 못하는 한 사람의 기억을 바라본다.
![]() [코리안투데이] 백창희 시인의 「언저리에서」 © 장시백 기자 |
이 작품의 첫 시선은 ‘백발’에 머문다. 하얗게 부푼 민들레 씨앗은 어느새 늙어버린 어머니의 머리칼을 닮았다. 그러나 그 백발 속에는 아직 한 떨기 봄날이 남아 있다. 젊었던 날이며 사랑했던 날, 그리고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다.
이 시에는 먼저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어머니가 있다. 세월은 오래 흘렀지만 어머니는 그 시절의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시인은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딸의 마음으로 사진 속 풍경을 읽는다.
“바람이 몇 번이나 다녀갔을까”라는 구절에서 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수없이 지나간 계절이며 세월이다. 사람들은 바람을 따라 떠나고 시간도 앞으로 흘러가지만, 어떤 기억은 그렇게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마지막 구절인 “날지 못하는 기억의 날개”는 그래서 더욱 아프다. 날개가 있으면서도 날지 못한다는 역설 속에 떠나보내고 싶어도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것은 어머니가 붙들고 있는 기억인 동시에,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딸의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제목 「언저리에서」 역시 작품의 여운을 넓힌다. 무엇의 언저리인지 시인은 말하지 않는다. 젊은 날과 노년의 언저리일 수도 있고,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사이의 언저리일 수도 있다. 어쩌면 기억과 현실이 맞닿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디카시는 사진을 설명하는 시가 아니다. 한 장의 사진에서 보이지 않던 이야기를 발견하고, 짧은 언어로 그것을 다시 보게 만드는 문학이다. 「언저리에서」는 한 송이 민들레의 쇠잔한 모습에서 한 여인의 긴 세월을 불러낸다.
바람은 여러 번 지나갔지만 아직 날아가지 못한 것이 있다.
사랑했던 사람의 기억이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