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상하이 푸둥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왕(王) 할머니를 만났을 때, 저는 인터뷰 노트보다 먼저 발치를 맴도는 작은 개 한 마리에 눈이 갔습니다. 할머니는 제 질문에 답하는 중간중간 손을 뻗어 개의 등을 쓸었고, 그 손짓이 대화의 쉼표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자식이 전화해 주기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강아지가 꼬리 흔드는 순간이 더 길고 따뜻합니다.” 할머니의 이 말을 저는 오래 곱씹었습니다. 오늘은 그 하루의 풍경에서 시작해, 한국과 중국의 노년 세대가 왜 나란히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할머니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아이는 저의 하루를 만들어 주는 존재예요.” 처음엔 그저 외로움을 달래는 취미 정도로 들었는데,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 말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물그릇을 채우는 일, 저녁에 품에 안고 텔레비전을 보는 일 — 그 단순한 반복이 할머니에게는 하루를 지탱하는 뼈대였습니다. 자녀는 다른 도시에 살고 배우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조용한 거실에서, 그 뼈대를 채운 것은 사람이 아니라 네 발 달린 동거인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저 혼자만의 인상이 아니라는 걸, 저는 숫자를 보고서야 확인했습니다. 2024년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2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반려견 양육을 희망하는 연령대 1위는 다름 아닌 60대(63.9%)였습니다. 젊은 1인 가구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반려동물이, 어느새 노년의 거실로 옮겨 온 것입니다. 중국은 규모 면에서 한발 더 앞서 있었습니다. 2024년 중국의 반려견·반려묘는 1억 8,700만 마리를 넘어섰고, 60세 이상 펫 오너의 비중은 아직 4.1%로 작지만 이들의 1인당 지출은 평균보다 22% 높았습니다. 특히 3·4선 도시의 시니어 펫 소비는 전년 대비 450%라는, 제가 취재하며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상하이를 오가며 제가 느낀 차이는 속도였습니다. 한국은 반려동물 문화가 이미 무르익어 노년층으로 서서히 확산된 경우라면, 중국은 빈 둥지 노인 1억 2천만 명이라는 거대한 인구가 한꺼번에 이 흐름에 올라타는 모양새였습니다. 베이징의 한 커뮤니티센터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는 “예전엔 어르신들이 마작판을 찾았다면, 요즘은 반려동물 산책 모임을 먼저 찾는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걷는 할머니와, 베이징 아파트 발코니에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할아버지 — 국경은 다르지만 그 몸짓은 놀랄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왜 이 만남이 저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는지 생각해 보면, 반려동물이 단순한 위안을 넘어 실제로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꿔놓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보건사회연구』에 실은 연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거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삶의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높고 스트레스는 낮다고 보고했습니다. 중국 베이징대 공공위생학원이 2025년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발표한 전국 조사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60세 이상 노인의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왕 할머니의 손짓 하나가, 사실은 논문 속 통계와 정확히 겹쳐 있었던 셈입니다.
이 흐름을 사회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9.2%에 이르는 초고령사회 진입기이고,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21.1%, 약 2억 9천만 명에 달합니다. 두 나라 모두 자녀 세대가 도시로, 또는 해외로 흩어지면서 부모 세대만 남는 빈 둥지가 늘고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이 메우는 현상을, 중국에서는 ‘고독경제(孤独经济)’라 부르고 한국에서는 ‘반려 1,500만 시대’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명칭은 달라도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 노년의 정서적 인프라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취재 노트를 다시 펼치면, 왕 할머니 옆집에 살던 한 할아버지의 말도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엔 손주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녔는데, 요즘은 강아지 사진을 넣고 다닙니다.” 웃으며 던진 이 한마디가, 저에게는 세대가 스스로를 어떻게 재정의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책의 다른 장에서 만난 서울 강북구의 한 어르신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손주는 명절에나 보지만, 얘는 매일 저를 기다려 줍니다.”
한국은 2025년 기준 1인 가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20%를 넘어섰고, 정부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 임대주택 확대를 노인 복지 정책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9073’ 양로 모델 — 노인의 90%는 재가, 7%는 커뮤니티, 3%만 시설 요양에 의존한다는 정책 틀 — 아래에서, 재가 노인의 정서적 지지 수단으로 반려동물을 사실상 용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나라의 정책이 반려동물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취재를 마치고 나서, 제 주변의 부모님 세대에게 종종 묻게 됐습니다. “혼자 계신 시간에 곁에 두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을 떠올리면서도, 노후에 감당할 수 있을지 망설이더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부모님, 혹은 여러분 자신은 어떠신가요. 손주 대신, 혹은 손주와 함께, 꼬리를 흔드는 존재를 곁에 둘 준비가 되어 있으신지 한 번쯤 여쭤보셨으면 합니다. 그 질문 하나가 뜻밖에 긴 대화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디지털 실버」 제16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왕 할머니의 이야기를 비롯해 한중 양국의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더 담았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4-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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