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장과 동대문 일대에서 52년째 한 업종을 이어오고 있는 김정자 환희굿즈뮤지엄 대표가 70대에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김 대표는 2026년 8월 28일 합격증을 받은 뒤 “이 종이 한 장은 그냥 합격증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증거이자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했다. 20살에 평화시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동화시장 공장 운영, 동대문종합시장 B동 환희토탈 매장 운영을 거쳐 약 3년 전 다시 평화시장으로 돌아와 환희굿즈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나이가 들어도 꿈은 늙지 않는다”며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 [코리안투데이] 김정자 환희굿즈뮤지엄 대표가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을 기념하며 합격증을 들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종이 한 장은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증거이자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했다. © 지승주 기자 |
52년 장인이 다시 학생이 됐다
김정자 대표의 인생에는 ‘한길’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녀는 20살에 평화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30대에는 동화시장에서 공장을 운영했고, 40대 후반부터는 동대문종합시장 B동 정문 인근에서 ‘환희토탈’이라는 이름으로 약 20년간 매장을 운영했다.
환희토탈은 동대문종합시장 B동 1층 1323호, 의류부착물 매장으로 동대문종합시장의 대표적인 와펜 전문점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후 약 3년 전 다시 평화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름도 ‘환희굿즈뮤지엄’으로 확장했다.
사업의 기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수와 와펜, 의류부착물과 관련된 한 업종을 52년째 이어왔다.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상품은 굿즈와 커스터마이징 영역으로 넓어졌다.
현재 환희굿즈뮤지엄·환희토탈은 김정자 대표 명의의 의복 액세서리 및 모조 장신구 도매업체로 기업정보에 확인되며, 통신판매업 등록도 확인된다.
김 대표는 환희굿즈뮤지엄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커스텀 굿즈와 자수제품을 만들고, 와펜숍 창업자를 위한 상품도 공장직영 방식으로 제작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사업 방향을 한국의 역사, 기업의 역사, 전국의 문화유산과 관광지를 자수와 굿즈에 담아 K-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70대에 다시 책을 폈다반세기 넘게 한 업종을 지켜온 사람이 이번에는 다른 도전에 나섰다.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였다. 김 대표는 마침내 2026년 8월 28일 합격증을 받았다.
합격 소감은 짧지만 힘이 있었다.
“이 종이 한 장이 저에게는 그냥 합격증이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증거이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새로운 출발입니다.”
오랜 사업경력이나 시장에서 쌓은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공부에 대한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이번 도전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도 꿈은 늙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어,
“시작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한 걸음 내딛으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라고 했다.
![]() [코리안투데이] 2026년 8월 28일 발급된 김정자 대표의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증. 김 대표는 합격을 끝이 아닌 다음 도전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 지승주 기자 |
와펜 장인에서 굿즈·커스터마이징으로김 대표의 도전은 공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걸어온 사업의 길도 변화의 연속이었다.
환희토탈은 동대문종합시장 의류부착물·와펜 분야 업체로 오래 알려져 왔다. 최근 사업명에는 ‘환희굿즈뮤지엄’이라는 이름이 더해졌다. 동대문 재료로 만든 ‘볼꾸’ 제품의 환희굿즈뮤지엄으로 표기었다. ‘볼꾸’는 볼펜에 비즈와 참 등을 조합해 자신만의 물건으로 꾸미는 최근의 커스터마이징 문화다. 반세기 가까이 시장을 지켜온 사람이 과거의 방식만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취향과 굿즈 문화까지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장인이라는 말은 오래 일했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변화를 견디고,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고, 자신이 가진 경험을 시대에 맞게 다시 사용하는 사람도 장인이다.
중구상공회 CEO 22기, 그리고 늦깎이 학생김 대표는 현재 중구상공회 CEO 22기 수료후 원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랜 사업 경력을 가진 경영인이 다시 다른 경영자들과 배우고 교류하는 자리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검정고시 공부에도 도전한 것이다.
배움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 학교를 먼저 졸업하고 사업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을 오래 했다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인생 어느 지점에서도 다시 학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김 대표는 직접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에는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52년 동안 같은 업종을 지켰지만 그 안에서 상품은 계속 달라졌다. 평화시장에서 시작해 동화시장과 동대문종합시장을 거쳐 다시 평화시장으로 돌아왔고, 와펜과 자수는 이제 K-굿즈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시 학생이 됐다.
김정자 대표는 자신의 삶을 담은 ‘환희의 가요인생’이라는 노래를 두고 “그 노래를 보면 제 삶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 삶의 다음 장에는 이번 검정고시 합격증이 놓였다. 그리고 김 대표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52년 장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
김 대표는 자신과 같은 또래,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혹시 지금 ‘나는 너무 늦었어’, ‘이 나이에 뭘 하겠어’ 하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말했다.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공부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합격은 끝이 아니라 다음 도전의 출발김 대표의 마지막 말은 또 다른 출발을 향하고 있었다.
“저는 또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은 하나의 결승점일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는 다음 길로 넘어가는 출발선에 더 가깝다. 무엇을 또 배울지, 다음 목표가 무엇일지는 아직 중요하지 않다. 계속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52년 장인의 손에 이번에는 합격증이 들렸다. 그 모습은 한 사람의 학력 취득을 넘어선다.
일을 오래했다고 배움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었다고 꿈이 늙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정자 대표의 말처럼,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 다시 시작됐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