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조산리 마을회관 앞마당에 인천시 교통안전 캠페인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오후 볕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마을 어르신 십여 분이 평상에 나와 앉아 계셨고, 낯선 조끼를 입은 공무원들이 마을을 돌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마을 진입로 초입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옆으로 노란 깃발도 몇 개 새로 꽂혀 있었습니다. 저도 그 옆을 지나다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았습니다. 평상에 앉아 계시던 한 할머니는 저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이런 것도 가르쳐 주고, 참 고맙지.” 그 말씀이 며칠째 마음에 남아 이 글을 씁니다.
![]() [코리안투데이] 조산리 마을회관 앞 교통안전 캠페인 현장 © 장형임 칼럼니스트 |
인천시는 지난 8월, 어르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강화군 조산리 마을을 직접 찾아 교통안전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무실 안에 앉아 기다리는 행정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마을 고샅까지 걸어 들어오는 행정이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은 집집이 들러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 마을회관 앞에서 오간 이야기는 횡단보도 건너는 법, 야간에 밝은 옷을 입는 법처럼 소박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이 마을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강화군은 이미 인구 구성만 놓고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곳입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강화군 인구는 6만 9,698명이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2만 8,402명으로 40.7%에 이릅니다. 같은 시점 전국 고령화율이 21.2%였던 것과 비교하면, 강화는 전국 평균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고령화 속도가 이렇게 가파르다는 것은, 앞으로 어르신을 위한 정책 하나하나가 강화의 일상을 좌우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교통사고 예방 교육이 마을까지 직접 찾아온 것도, 이런 숫자를 들여다보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마을회관 앞을 지나며 다른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교통안전은 이렇게 마을까지 찾아오는데, 디지털 교육은 왜 여기까지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재난 문자를 확인하고, 키오스크로 버스표를 끊고, 은행 업무를 앱으로 처리해야 하는 세상은 이미 조산리에도 똑같이 와 있습니다. 다만 그 세상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줄 손길만은 아직 이 마을 앞마당까지 닿지 않았을 뿐입니다.
마을 이장님은 이런 사정을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교통안전 교육은 이렇게 와 주는데, 스마트폰 쓰는 법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여태 한 번도 안 왔어요.” 그 말씀 속에는 원망보다는 옅은 아쉬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횡단보도 건너는 법과 스마트폰으로 재난 문자를 읽는 법은, 둘 다 오늘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통안전 교육이 먼저 마을을 찾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는 눈에 보이고, 그만큼 대응도 빠르게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반면 디지털 소외는 당장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니, 뒷전으로 밀리기 쉽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안전이 우선순위에서 나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재난 문자를 못 읽어 대피 시기를 놓치거나, 온라인으로만 신청받는 지원금을 몰라서 놓치는 일도 결국은 안전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통안전 교육차가 마을 앞마당까지 들어왔던 것처럼, 디지털 교육을 실어 나르는 차도 언젠가 조산리 고샅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사는 마을에는, 여러분의 부모님이 계신 동네에는 그런 손길이 벌써 닿아 있으신가요.
저는 이 마을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배워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움의 첫걸음은 언제나 사람이 먼저 마을까지 걸어 들어오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조산리 마을회관 앞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사람이 먼저 다가와야, 그다음에야 기술도 마을에 스며들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교통안전을 가르치러 온 발걸음이 고마웠던 만큼, 다음에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 주러 오는 발걸음도 이 마을에 닿기를 바라 봅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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