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지난달 말, 협회 세미나실에 늦여름 소나기가 지나가던 저녁이었습니다. 요가 지도자로 일하는 한 회원이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시계가 저한테 밤새 이런 말을 해요. ‘오늘은 회복이 더딜 확률이 높습니다’라고요. 꼭 일기예보 같지 않아요?”
그 말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저녁 뉴스에서 “내일 강수확률 80퍼센트”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그것을 확정된 미래로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우산을 챙길지 말지를 정하는 근거로 삼을 뿐입니다. 이번 주 교재가 다루는 예측 모델링이라는 개념도, 사실은 이 일기예보의 작동 방식과 거의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일기예보는 전국 관측소에서 모은 기압, 습도, 풍향 같은 자료를 입력값으로 삼아, 오랜 기간 쌓인 패턴을 학습한 모델로 처리한 뒤, “강수확률 80퍼센트”라는 값으로 결과를 내놓습니다. 예측 모델링도 구조가 같습니다. 나이와 생활 습관, 웨어러블 기기가 밤새 기록한 심박변이도와 수면 패턴 같은 입력값을 모아 통계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처리하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라는 확률과 등급으로 결과를 내놓는 것이지요.
실제로 올해 1월 미국 스탠퍼드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메디슨에 발표한 ‘SleepFM’ 연구는 이 원리를 인상 깊게 보여주었습니다. 하룻밤의 수면 데이터만으로 130가지가 넘는 건강 지표의 흐름을 함께 짚어낸 것입니다. 손목 위의 작은 기기가 매일 밤 스스로 관측소가 되어, 나만의 일기예보를 조용히 만들어 가는 셈입니다.
예보관이 굳이 이유를 설명하는 까닭좋은 예보관은 “비가 옵니다”라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저기압이 서해상에서 북상하며 습도가 높아지고 있어 비가 옵니다”라고 근거를 함께 전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우산을 챙기기 때문입니다. 예측 모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왜 그런 확률이 나왔는지를 함께 짚어 주는 설명 가능한 방식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포도당 수치가 높고 체질량지수가 높으며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가 함께 붙어야, 그 확률을 실제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난 4일 한 경제지 보도를 보니, 정부가 망막 사진 한 장으로 심혈관 위험을 가늠하는 국내 개발 기술의 현장 확산을 돕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당뇨센터는 이미 하루 수백 건씩 안저촬영 자료를 이 방식으로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눈 속 실핏줄의 미세한 변화라는 입력값 하나가, 심장이라는 전혀 다른 자리의 확률을 읽어내는 근거가 된다는 사실이 저는 볼 때마다 새삼 놀랍습니다.
특보와 경보 사이, 그 한 단계기상청은 비가 예상될 때 곧바로 경보를 울리지 않습니다. 주의보로 먼저 알리고, 위험이 뚜렷해지면 경보로 단계를 높입니다. 정해진 규칙으로 우선 안전망을 걸어 두고, 그 위에 데이터가 읽어낸 패턴을 더해 판단을 정교하게 다듬는 방식입니다. 마음 건강을 살피는 조기 경보 체계를 설계하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한 시장 조사에서는 이런 조기 경보형 기능을 담은 정신건강 관련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올해 백억 달러에 가까운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매일 아침 예보처럼 미리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겠지요.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다만 저는 그 회원에게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일기예보가 가끔 틀리는 날에도, 우리는 예보 자체를 탓하며 우산을 영영 버리지는 않잖아요.” 확률은 확정이 아니라 대비를 위한 안내일 뿐입니다. 그 손목시계의 말도 하루의 컨디션을 미리 살피는 참고일 뿐, 그날의 저를 대신 정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나기가 그친 창밖으로 회원과 함께 걸어 나오며, 저는 예보와 사람 사이에 늘 한 걸음의 여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여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같은 기술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송정숙 협회장의 저서 「디지털치유론 Level I」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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