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하루는, 손이 가장 먼저 움직입니다돌보는 사람의 아침은 손에서 시작됩니다. 이불을 걷고, 세수를 도와드리고, 옷을 갈아입히고, 약봉지를 뜯고, 미지근한 물을 컵에 따릅니다. 밥을 짓고 반찬을 덜고, 흘린 자리를 닦고, 다시 손을 씻습니다. 하루에 손을 몇 번이나 씻는지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세어 보면 조금 놀라실 겁니다.
물과 세정제를 자주 만나는 손은 계절과 상관없이 쉽게 뻣뻣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머금는 수분이 예전 같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손등에 잔주름이 도드라져 보이거나, 손가락 마디가 유난히 건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병이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오래 일한 손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돌보는 사람의 순서에서 자기 자신은 늘 맨 뒤에 놓입니다. 부모님 손에는 로션을 챙겨 발라드리면서, 정작 내 손은 수건에 대충 문지르고 다음 일로 넘어갑니다. 저도 부모님을 돌보던 시절에 그랬습니다. 내 손을 챙기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져서, 늘 '나중에'라고 미뤄 두었습니다.
손은, 마음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입니다돌봄이 길어지면 말수가 줄어듭니다. 오늘 어땠는지 물어도 대답이 짧고,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텔레비전 소리만 방을 채우는 저녁이 있습니다. 서로 미워서가 아니라, 이미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너무 오래 지쳐서 그렇습니다. 그럴 때 말은 자꾸 어긋나는데, 손은 이상하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손을 잡는 일에는 문장이 필요 없습니다. '괜찮으세요'라고 묻지 않아도, '고생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손바닥의 온도가 대신 전해집니다. 침대 옆에 앉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했던 시간, 저에게 구실이 되어 준 것이 핸드크림 한 통이었습니다. '손 좀 발라드릴게요' 한마디면 자연스럽게 손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핸드크림은 피부를 위한 물건이면서, 동시에 관계를 위한 핑곗거리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고쳐 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은 의식에 가깝습니다. 그 삼십 초가 하루의 매듭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삼십 초의 순서를 정해 두면, 습관이 됩니다그냥 '틈나면 바르자'고 생각하면 결국 바르지 않게 됩니다. 대신 시간과 자리를 하나 정해 두시면 좋습니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개수대 앞에서,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맡에서. 핸드크림을 눈에 보이는 곳에 꺼내 두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바르는 순서는 이렇게 해 보세요. 콩알만큼 짜서 한쪽 손등에 올리고, 반대편 손등으로 덮어 문지릅니다. 그다음 손가락 사이사이를 깍지 끼듯 통과시키고, 손가락을 하나씩 뿌리에서 끝으로 부드럽게 훑어 올립니다. 손톱 옆 마른 자리와 손목까지 이어서 쓸어 주면 끝입니다.
마지막 한 동작을 꼭 남겨 두세요. 두 손을 모아 코 가까이 가져오고, 천천히 숨을 세 번 들이쉬고 내쉽니다. 향이 좋아서라기보다, 그 세 번의 숨이 '오늘 할 일은 여기까지'라는 신호가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닫는 문고리를 하나 만들어 두는 셈입니다.
부모님의 손에 발라드릴 때, 기억해 두면 좋은 것들먼저 허락을 구하고 시작하세요. '손 좀 만져도 될까요', '크림 발라드릴까요' 하고 물은 뒤, 대답을 기다렸다가 손을 잡습니다. 갑작스러운 접촉은 놀라움이나 거부감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기력이 약해지신 분일수록, 내 몸을 내가 결정한다는 감각이 소중합니다.
손은 세게 주무르지 마세요. 나이가 들면 피부가 얇아지고 멍이 쉽게 들 수 있으니, 힘을 주기보다 손바닥 전체로 감싸듯 천천히 쓸어 주는 편이 좋습니다. 크림은 조금씩 덜어 쓰고, 손이 차가우면 내 손바닥에서 잠깐 비벼 데운 뒤에 닿게 합니다. 온도 하나만 신경 써도 받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손을 만지는 동안 말을 조금 걸어 보세요. '이 반지 언제 사신 거예요', '이 흉터는 어쩌다 생겼어요', '엄마 손톱이 나랑 똑같네' 같은 사소한 질문들요. 대답이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함께 기억을 떠올려 보는 시간 자체가, 뇌를 건강하게 쓰는 다정한 습관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향을 고르는 일은, 나를 알아 가는 일입니다아로마테라피를 오래 해 오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어떤 향이 좋아요'입니다. 저는 늘 되묻습니다. 오늘 어떤 향을 맡고 싶으신가요, 하고요. 좋다고 알려진 향보다 오늘 내 코가 반기는 향이 나에게 맞는 향입니다. 어떤 날은 레몬처럼 산뜻한 향이 반갑고, 어떤 날은 라벤더처럼 가라앉는 향이 편합니다.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내 상태를 한 번 들여다본 셈이 됩니다.
다만 어르신과 함께 쓰실 때는 향을 아주 은은하게 하시길 권합니다. 나이가 들면 냄새를 느끼는 감각이 예민해지기도 하고 둔해지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진한 향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방에 오래 남는 향보다, 손을 코에 가져다 댔을 때에만 살짝 느껴지는 정도가 좋습니다. 무향 제품을 쓰시는 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에센셜 오일을 더하고 싶으시다면 원액을 피부에 바로 바르지 마시고, 평소 쓰는 핸드크림 한 번 짜낸 양에 한 방울을 넘지 않게 섞어 쓰세요. 처음 쓰는 향은 팔 안쪽 같은 곳에 소량만 발라 하루쯤 지켜보신 뒤 사용하시면 마음이 놓입니다. 무엇을 낫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기분을 조금 다독이려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충분합니다.
오늘의 마음돌봄 실천
★☆☆[오늘 바로 · 30초] 잠자리에 들기 전, 핸드크림을 콩알만큼 짜서 한쪽 손등에 올리고 반대쪽 손등으로 덮어 천천히 문지릅니다. 그런 다음 두 손을 모아 코 가까이 가져오고, 숨을 천천히 세 번 들이쉬었다 내쉬세요. — 짧아도 '순서가 있는 동작'은 하루를 닫는 신호가 되어, 잠자리에 들 때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 1분] 손등을 바른 뒤, 손가락을 하나씩 뿌리에서 손톱 쪽으로 부드럽게 훑어 올립니다.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한 손가락에 두세 번씩, 열 손가락을 모두 지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손톱 옆 마른 자리와 손목까지 쓸어 주세요. — 하루 종일 쓴 손끝에 천천히 주의를 보내는 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걱정에서 잠시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여유가 될 때 · 3분] 부모님께 '손 좀 발라드릴까요' 하고 물은 뒤 허락을 받고 시작하세요. 내 손바닥을 비벼 따뜻하게 데우고, 크림을 조금 덜어 어르신 손등을 감싸듯 천천히 쓸어 드립니다. 힘을 주어 주무르지 말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부드럽게 훑어 드리세요. 그동안 '이 반지 언제 사셨어요', '엄마 손이 참 곱네요' 같은 이야기를 한두 마디 건네 보세요. — 말이 줄어든 사이에 손이 먼저 다리를 놓아 주고, 함께 기억을 떠올려 보는 다정한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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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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