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이른 아침, 강화읍 갑곶돈대 앞 주차장에는 벌써 관광버스 두 대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사진 몇 장을 찍고 곧바로 전등사로 향하는 길로 걸음을 옮겼고, 주차장 한쪽에서 옥수수와 인삼차를 팔던 할머니는 좌판을 정리하며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스무 명은 넘게 지나갔는데, 사간 사람은 손에 꼽아.”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서운함보다는 익숙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갑곶돈대 앞 좌판과 관광버스 © 장형임 칼럼니스트 |
강화군을 스쳐 가는 사람의 수만 놓고 보면 결코 적은 동네가 아닙니다. 인천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강화군의 생활인구는 65만 8,902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약 9.58배에 이릅니다. 하루하루를 기준으로 이 섬을 오가는 사람의 발길을 헤아리면, 강화는 늘 북적이는 관광지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발길이 마을의 살림살이로 이어지는지를 물으면, 저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할머니의 좌판 앞을 지나가는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명이지만, 정작 걸음을 멈추고 지갑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관광버스는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고, 사람들은 유적지 입구에서 사진을 찍은 뒤 다음 목적지로 곧장 이동합니다. 마을 어귀의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 앉아 밥 한 끼를 먹는 여유는 일정표 어디에도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습니다. 숫자로는 분명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데, 마을에 남는 것은 그만큼 헤아려지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강화가 처한 자리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인천에서는 강화군과 옹진군, 두 곳만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사람이 오래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 동네라는 뜻이니, 하루 다녀가는 수십만의 발길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관광객의 수와 마을의 생존은 서로 다른 잣대로 재야 하는 것을 강화에서 배웁니다.
길 건너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장님은 이 문제를 더 담담하게 짚어주셨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동네 살림이 느는 게 아니야. 다녀가는 사람하고 여기서 먹고사는 사람은 별개거든.” 이장님의 말씀은 제가 숫자로만 읽던 강화의 풍경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주었습니다. 생활인구가 아무리 늘어도, 그 사람들이 마을에 돈을 쓰고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구조가 없다면 숫자는 숫자로만 남습니다.
다행히 이 간극을 메워보려는 시도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강화군이 추진하는 ‘강화 생활권 순환경제 구축사업’은 지방소멸 대응 혁신모델로 선정돼 국비 5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다녀가는 사람의 발길을 마을 안의 소비와 순환으로 이어보겠다는 구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좌판을 지키는 할머니와 마을회관의 이장님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등사 아래 작은 민박을 운영하는 주인아저씨도 비슷한 바람을 전해주었습니다. “하룻밤이라도 자고 가는 손님이 늘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침에 국밥집도 열고, 저녁에 술집도 돌아가니까.” 그 말을 들으며 저는 관광이 마을을 살리는 길이 되려면, 머무는 시간과 쓰는 돈이 함께 늘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스쳐 가는 발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이 질문을 강화의 골목마다 붙여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 스무 명이 지나갔다는 할머니의 계산과, 국비 5억 원이라는 사업의 숫자 사이에서 강화는 어떤 답을 찾아가게 될까요. 여러분은 스쳐 가는 것과 머무는 것, 그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버스가 다시 시동을 걸고 떠나는 소리를 뒤로하며, 할머니는 남은 옥수수를 챙겨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보며, 강화를 다녀가는 사람과 강화에서 살아가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이번 사업 하나로 끝나지 않기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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