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8] 마지막 한 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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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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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08] 마지막 한 박자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08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08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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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가(郭嘉)가 세상을 떠난 것은 그날 밤 삼경(三更) 무렵이었다.

조조(曹操)는 곽가의 손이 식어 가는 것을 끝까지 곁에서 지켜보았다. 식어 가는 손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아주 가느다란 숨 한 자락이 빠져나갔다. 조조의 두 눈이, 그 자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한참을 그 손 위에 머물렀다.

천막 안쪽의 등잔불은 조금 전에 이미 꺼져 있었다. 조조는 불을 다시 켜지 않았다. 다만 어둠 속에서 곽가의 얼굴이 다시 보이기를, 오래, 기다렸다.

새벽이 되자, 조조는 천막 밖으로 나왔다.

진영의 모든 깃발이 이미 반쯤 내려져 있었다. 순유(荀攸)가 명을 받지 않고도, 먼저 명을 내려 두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이 갑옷을 벗고 가벼운 마포(麻布)로 갈아입고 있었다. 군영 전체가, 아무도 소리내어 울지 않았지만, 이미 울고 있었다.

조조는 본영의 중앙 자리에 앉았다. 앉았다기보다,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무릎을 붙잡고 한참을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아이고, 봉효여. 아이고, 봉효여."

그렇게 부르고, 조조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 그렇게 불렀다. 바람이 장막의 귀퉁이를 흔들고 지나갔다.

정오 무렵, 순욱(荀彧)이 조용히 본영으로 들어왔다. 조조의 앞에 한 걸음 떨어져 섰다.

"승상. 군을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조조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이미 붉었지만, 그 붉음 안쪽 어딘가에, 다른 결이 들어와 있었다.

"문약(文若). 나는 오늘, 오래 못 잊을 꿈을 꾸었네."

"어떤 꿈이셨습니까."

"봉효가 나에게, 두 사람의 이름을 남겨 주고 갔네. 유비(劉備)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이름을 말하지 않고 갔어. 이름을 몰라서가 아니라, 아직, 자기 이름을 세상에 내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봉효가 꿈에서 말했네."

순욱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이름이, 언젠가, 반드시, 승상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삼국지 365 Day 108 중간 일러스트

그날 저녁, 조조는 역경(易京)의 본진을 허도(許都) 쪽으로 한 걸음 물렸다. 곽가의 관은 앞 수레에 실렸다. 그 관의 양옆으로, 순욱과 순유가 각자의 말을 한 걸음씩 떨어져 세웠다.

조조는 뒤에서 따라갔다. 평소 같으면 맨 앞에 섰을 자리였다. 오늘은 뒤였다. 뒤에서, 곽가의 관을 앞세우고, 북쪽 길 위를 걸음걸음 내려왔다.

중간 언덕 위에서 조조가 말을 세웠다.

뒤를 돌아보았다. 역경의 진영이 이미 저녁노을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 진영의 한 자리에, 곽가의 천막이 있던 자리가, 지금, 빈 자리로만, 남아 있었다.

조조가 말하였다.

"봉효의 자리는, 이 사람이 죽는 날까지, 채우지 못할 자리이로다."

그 말을 뱉고, 그는 다시 말머리를 남쪽으로 돌렸다.

뒤에서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고른 가락으로 이어졌다. 흰 마포의 바스락거림, 말발굽의 규칙적인 울림, 그 사이에 섞이는 순유의 기침 소리. 조조는 그 소리를 전부 한꺼번에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 가운데 하나만이 이미 없다는 것을, 천막 귀퉁이에서 곽가가 저녁마다 두루마리를 펴며 내던 종이 스치는 소리를, 귀로 먼저 알았다. 소리가 없는 자리는, 소리보다 더 선명하게 귀에 남는 자리였다.

언덕을 완전히 내려오기 전, 조조는 병사 하나에게 조용히 명을 내렸다. "역경의 천막 터를 그대로 두어라. 봉분을 세우지도 말고, 돌을 옮기지도 말아라. 빈 자리가 그대로 빈 자리로 있도록 두어라." 병사가 두 손을 모아 받았다. 그 명이 전령을 통해 북쪽 진영으로 돌아갔다. 역경에는, 오늘 저녁부터 내일까지, 곽가의 천막 터가 비어 있는 채로만 남아 있게 되었다. 그 빈 자리 위로, 북쪽의 별 하나가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이었다.

하늘에는 별이 많았다.

가장 큰 별 하나가 지나간 자리 곁에, 또 하나의 작은 별이, 오늘 밤 비로소,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작은 별은, 아직 이름이 없었다.

이름이 없는 채로도, 별은 이미,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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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08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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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내 사람이 먼저 떠난 자리 앞에서, 맨 앞이 아니라 맨 뒤에, 내 말을 세워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앞장서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일수록, 평생 한 번은, 뒤에 서서, 앞의 한 사람을 보내 드리는 박자가 오기 마련이옵니다. 그 한 호흡 안쪽에서, 그의 이름보다, 내 사람의 이름이, 먼저 하늘에 걸리지요. 오늘 당신 곁에도, 뒤에 서서 보내드리고 싶은 이름이 혹시 있으신지요. 뒤에 서는 저녁은, 평생 한 번 오는 저녁이옵니다. 그 저녁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이름이 혼자 앞서 떠나가 버리지요. 알아차리신다면, 뒤에서 조용히 절을 올리시옵소서. 하늘만이 본 절은, 이상하게도 절한 사람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절이 되옵니다. 몇 해 뒤 그는 그 동작의 이마의 무게를 다시 떠올릴 것이며, 그 사람이 앞에 있을 때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한 결을 알게 되지요.

📅 내일 Day 109: 허도로 가는 길

"곽가의 관을 앞세운 조조의 행렬이 역경을 떠나 허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남쪽 하늘 끝에서, 먼 형주(荊州)의 여름 구름이 낮게 가라앉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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