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왜 유독 오래 남을까후각은 다른 감각과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은 기억이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지만, 냄새는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자리와 가까이 붙어 있다고 흔히 이야기됩니다. 그래서 냄새는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와닿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무슨 냄새인지 이름을 대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반응해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면 어린 시절 도서관이 떠오르고, 된장찌개 냄새 하나에 할머니 집 부엌이 통째로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냄새는 그 시절의 공기와 온도, 그날의 마음까지 함께 데려오는 듯합니다. 이것은 신비로운 능력이라기보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각의 결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말이 멈춘 자리에서 향이 먼저 움직일 때돌봄을 하다 보면 말이 잘 이어지지 않는 날들이 있습니다. 질문을 해도 대답이 늦게 나오거나, 오늘이 며칠인지, 방금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흐릿해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마음이 내려앉는 순간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런 날에도, 오래 쓰시던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예전에 즐겨 입으시던 옷의 냄새가 스칠 때 눈빛이 잠깐 또렷해지는 경우를 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것을 냄새가 대신 건네는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우리가 대화를 '말'로만 나누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어머니께 오늘 점심 메뉴를 여쭤보는 대신, 예전에 자주 끓이시던 국의 냄새를 잠깐 맡게 해드리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풀리는 걸 볼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병을 낫게 하거나 잊어버린 것을 되돌려 놓는 일은 아니지만, 그 순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이고, 함께 기억을 떠올려 보는 짧은 시간을 만들어 줄 수는 있습니다.
향을 일상 속으로 조심스럽게 초대하기향을 돌봄에 들이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먼저 찾는 일입니다. 값비싼 향수나 낯선 에센셜 오일보다, 부모님이 평생 곁에 두셨던 비누 냄새, 즐겨 쓰시던 로션 냄새, 자주 해 드시던 음식의 냄새가 훨씬 힘이 있습니다. 그 향을 떠올려 보시고, 가능하다면 비슷한 향의 손수건이나 비누, 차 한 잔을 곁에 두어 자연스럽게 스치도록 해 보세요. 억지로 맡게 하기보다, 그저 공간에 은은하게 놓아두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한 가지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은, 향은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라벤더 향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편안함을, 누군가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새로운 향을 처음 들이실 때는 아주 적은 양으로, 짧은 시간 시도해 보시고 부모님의 표정과 반응을 먼저 살펴 주세요. 향으로 무언가를 '고쳐야 한다'는 마음보다, 오늘 하루 조금 더 편안한 공기를 만들어 드린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시면 충분합니다.
돌보는 사람에게도 향이 필요한 이유여기까지 읽으시며 부모님 이야기만 떠올리셨다면, 잠시 자신의 하루도 함께 들여다봐 주시길 바랍니다. 돌보는 사람은 늘 상대의 상태를 먼저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는 뒤늦게 알아차리곤 합니다. 향은 이럴 때 아주 작지만 분명한 쉼표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는 잠깐의 시간, 차 한 잔을 우리며 올라오는 향을 들이마시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을 돌보던 시절, 하루 일과 중 유일하게 저만을 위한 시간이 향을 맡는 잠깐이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거창한 의식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향 하나를 정해 두고, 하루의 시작이나 끝에 잠깐 그 향과 함께 숨을 고르는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이것이 모든 피로를 없애 주지는 않지만, 나를 잠시 돌아보게 하는 자기돌봄의 작은 문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의 마음돌봄 실천
★☆☆오늘 바로: 창문을 열고 집 안에 있는 익숙한 냄새—커피, 된장국, 오래된 책 등 무엇이든—를 하나 정해 천천히 세 번 깊게 숨을 들이마셔 보세요. 후각에 의식을 집중하는 짧은 시간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부모님이 오래도록 곁에 두셨던 향—비누, 로션, 즐겨 드시던 음식의 냄새—을 하나 떠올려 함께 맡아 보며 '이 냄새 기억나세요' 하고 짧게 여쭤보세요. 대답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여유가 될 때: 작은 손수건에 평소 편안하게 느끼시는 향유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 서랍이나 머리맡에 두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잠시 그 향과 함께 호흡을 가다듬어 보세요. 정해진 향과 시간이 반복되면, 몸이 먼저 '이제 쉬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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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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