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2권 · 제5장 · 가르치러 간 마을 경로당에서 제가 배워 돌아온 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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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지난주 화요일 오후 두 시, 강화 내가면의 작은 경로당 마루에 앉아 있었습니다. 어르신 일곱 분이 각자 휴대전화를 앞에 꺼내 놓고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날 제가 준비해 간 것은 인공지능 말동무 앱을 켜고, 말로 물어보고, 답을 받아 보는 아주 단순한 순서였습니다. 열어 둔 창문 밖으로 마늘밭이 보이고, 낡은 선풍기가 한 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칠판도 없이 제 휴대전화 화면을 들어 보이며 “여기 동그란 단추를 꾹 누르고 말씀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경로당 마루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 © 장형임 칼럼니스트

맨 앞줄에 앉으신 할머니가 제일 먼저 단추를 누르셨습니다. 저는 “오늘 날씨 어때”나 “혈압약 먹는 시간 알려 줘” 같은 말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시더니 “밥은 먹었니”라고 물으셨습니다.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고, 저는 다음 설명을 이어 가지 못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기계에게 무엇을 시킬까가 아니라, 기계에게 무엇을 먼저 물어야 예의인가를 생각하신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음 단계로 서둘러 넘어가려 하자 이장님이 손을 드셨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한 번에 하나씩만 합시다.” 저는 한 시간 안에 다섯 가지를 알려 드릴 생각으로 갔는데, 그날 우리는 두 가지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 두 가지는 아무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제가 그동안 얼마나 자주 많이 알려 드리는 일과 실제로 알게 되시는 일을 헷갈려 왔는지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로 배운 것은 조금 뜻밖의 장면에서 왔습니다. 한 어르신이 강화에서 모내기를 언제 하면 좋으냐고 물으셨고, 인공지능은 그럴듯한 답을 길게 내놓았습니다. 저는 답이 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옆자리 할머니가 고개를 저으시며 “여긴 바닷바람이 달라서 그렇게 하면 안 돼” 하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저는 제가 하는 일의 크기를 다시 재게 되었습니다. 이 섬의 흙과 바람에 대해서라면, 화면 속 어떤 반듯한 문장보다 그 손바닥에 쌓인 시간이 더 정확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민박을 하시는 분이 조용히 다가와 물으셨습니다. “이거 하다가 잘못 눌러서 돈이 나가면 어떡해요?” 저는 그제야 어르신들이 기계를 어려워하시는 이유가 기능을 몰라서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다음부터 저는 새 기능을 알려 드릴 때마다 취소하는 법을 가장 먼저 보여 드립니다. 돌아갈 길이 보이면 사람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날 제가 가르쳐 드린 것은 단추 두 개였고, 배워 온 것은 네 가지였습니다. 말을 걸기 전에 안부부터 묻는 순서, 하나씩만 하자는 속도, 화면보다 몸이 먼저 아는 지식, 그리고 두려움의 진짜 이름이었습니다. 어느 것도 제가 챙겨 간 자료에는 들어 있지 않던 내용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저는 이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자리보다, 사람이 이미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드러내 주는 자리에 더 자주 서 있다고 느낍니다.

경로당 문을 나설 때 그 할머니가 제 손을 잡고 “다음에 또 와, 밥 먹고 가”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이 그날 배운 다섯 번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러 간 자리에서 오히려 배워 돌아온 하루,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던 자리에서 도리어 건네받은 문장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저는 수업 자료를 다시 열어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맨 앞에 취소하는 법을 넣고, 한 시간에 두 가지만 남겼습니다. 다음 수업에는 제가 먼저 단추를 누르고 “안녕하세요, 밥은 드셨어요”라고 물어볼 생각입니다. 섬에서 배운 것을 섬의 속도로 돌려 드리는 일, 제가 이 연재에서 오래 해 보고 싶은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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