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3] 쓰지 않은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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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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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3] 쓰지 않은 글씨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33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33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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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편지가 신야(新野) 객청에 같은 저녁 도착한 것은, 정욱(程昱)이 보낸 두 전령의 말 속도가 우연히 같아진 까닭이었다.

서서(徐庶)는 그 저녁 객청 작은 방에 혼자 들어가 두 장을 나란히 책상 위에 놓았다. 두 봉투의 겉은 닮아 있었다. 종이 결도 닮았다. 수신인 네 글자도 닮았다. 서서는 왼손으로 먼저 한 장을 펼쳤다. 두 번째 장을 편 것은 첫 장을 세 번 읽고 난 뒤였다.

첫 번째 장의 글씨는 어머니의 글씨였다. 왼쪽으로 기우는 붓끝의 각도. 세 번째 획의 끝에서 멈추는 박자. 이름자 앞의 호흡을 긴 붓질로 풀어 내는 습관. 세 가지가 모두 맞았다.

그러나 — 맞지 아니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문장의 마지막 줄이 짧게 끊어져 있었다. 어미의 걸음이, 이제는 네 걸음보다 앞서 갈 수 있겠다. 여기서 마지막 획의 끝이 — 어머니의 글씨라면 아주 가볍게 흔들려 내려가야 할 자리였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그 끝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이름 뒤의 마지막 획을 결코 그렇게 고정해 쓰지 않으셨다.

서서의 왼손 위에, 그 획의 마지막이 오래 남았다. 왼손 엄지가 그 획을 조용히 문지를 뻔하다가, 문지르지 아니하고 멈추었다.

두 번째 장을 펼쳤다.

두 번째 장의 첫 줄은 첫 번째 장과 비슷한 가락이었다. 잘 지내고 있느냐. 그러나 세 번째 획의 끝에서 멈추는 박자가, 이 장에서는 너무 정확했다. 어머니의 붓은 매번 같은 박자로 멈추지 아니하셨다. 어느 글자에서는 반 박자 일찍, 어느 글자에서는 반 박자 늦게 멈추셨다. 그 불규칙함이 어머니 붓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모든 세 번째 획의 끝이 같은 박자로 멈추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서 — 이상한 줄이 또 있었다. 어미의 걸음이 네 걸음보다 이미 앞서 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이미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아니하셨다. 어머니의 글에는 이미가 들어올 자리에 어느새가 오는 일이 더 많았다. 이미는 어머니의 말투가 아니었다.

서서의 왼손 위에, 두 번째 장의 그 줄이 오래 남았다. 왼손 엄지가 이번에는 그 줄을 가볍게 문질렀다. 문지른 뒤, 손가락 끝에 먹이 조금 묻어 나왔다. 먹이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아니한 장이었다.

삼국지 365 Day 133 중간 일러스트

서서는 두 장을 나란히 다시 포개어 두었다.

첫 번째 장이 진짜였다. 두 번째 장이 가짜였다. 진짜는 어머니의 마지막 손이었고, 가짜는 누군가의 오른손이었다. 그러나 — 두 장의 최종 결론은, 서서에게는 같았다.

어머니는 이미 허도의 서재에 계셨다. 진짜 장의 마지막 줄 — 네 걸음보다 앞서 갈 수 있겠다 — 은 협박이 아니라 이별의 준비였다.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먼저 걸으시겠다는 뜻이었다. 그 줄이 이미 단단했다. 가짜의 줄은 거기에 단단함을 더 얹었을 뿐이다.

서서는 두 장을 가슴 안쪽 깊은 자리에 넣었다. 그러고는 서재 창가에 잠시 서서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머니 글씨의 진짜와 흉내가 오늘 저녁 그에게 함께 내려왔으나, 발걸음의 방향은 이미 한 곳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 밤, 서서는 유비(劉備)를 만나지 아니하였다. 혼자 방에서 조용히 두 장 가운데 한 장을 다시 폈다. 진짜의 장이었다. 왼손으로 그 장의 마지막 획의 끝을 아주 가볍게 쓰다듬었다. 어머니의 붓이 그 끝에서 흔들렸던 자리였다. 그 흔들림이 어머니의 마지막 호흡의 자국이었다.

가짜의 장은 그대로 접어 가슴 안쪽에 남겨 두었다. 가짜를 버리지 아니한 것은 — 언젠가 그 장을 쓴 오른손이 누구의 것인지를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허도의 정욱이라는 이름이, 서서의 가슴 안쪽 가짜 장 위에 이제 조용히 올라앉아 있었다.

쓰지 아니한 글씨가, 쓰여 있는 글씨의 옆에 같이 앉아 있을 때 — 쓰지 아니한 글씨가 더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경우가 있었다. 오늘 저녁 서서의 두 장이 그러했다.

창밖 남쪽 하늘에서, 봄의 별 하나가 허도의 방향으로 조용히 기울고 있었다. 서서의 오른손은 이미 그 별의 기울어짐을 따라갈 결의를 쥐고 있었다. 다만 그 결의를 내일 아침 유비 앞에 어떤 말로 꺼낼지는, 오늘 밤 그의 왼손이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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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33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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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쓰여 있는 글씨와, 쓰여야 했으나 쓰지 아니한 글씨가 한 종이 위에 같이 앉는 저녁이 있지요. 쓰지 아니한 글씨의 자리가, 오히려 쓴 이의 마음을 더 또렷이 보여 주기도 합니다. 오늘 당신 곁에 받으신 편지가 있다면, 그 장의 글자들 사이 빈 자리를 먼저 읽어 보시는 저녁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빈 자리에서 흘러 나오는 호흡이, 그 글을 쓰신 분의 진짜 박자이옵니다.

📅 내일 Day 134: 한 말을 두고 가는 이

"이튿날 아침, 서서가 유비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섰다. 한 마디를 말하기 전에, 그는 자기의 본래 이름 석 자와, 마지막으로 남길 한 말을 함께 준비해 두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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